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의 글로벌 부문 대표 폴 로저스(Paul Rogers)는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매출과 수익도 좋다”고 말합니다. 또 사업 실천력이 뛰어날 확률도 4배 이상 높다고 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회사들은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지 못한데요. 부서 간 얼키고 설킨 이해관계와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면서 최선의 결정을, 심지어 빠르게 정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러다보면 이야기가 이리저리 돌다, 시간만 질질 끌고 결국엔 엉뚱한 결론이 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러다 일이 잘못되면 다들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발을 빼기 마련이죠. 당연히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워지고요.
이 모델은 의사결정 참여자들의 역할을 5가지로 나누고, 거기에 맞는 일만 하도록 해서 빠르고 효율적인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건데요. 자, 그렇다면 RAPID모델의 5가지 역할은 어떤 것일까요?
R- Recommend(권고자): 각 역할담당자들의 의견을 모아 몇 가지 좋은 안을 정리하는 역할
A- Agree(동의자):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안건의 내용을 검토하는 역할 (적절하지 않은 경우, 안건 거부)
P- Perform(실행자): 결정된 내용을 실행하는 책임자 역할
I- Input(정보제공자): 안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나 분석을 제공하는 역할
D- Decide(결정자): 마련된 몇 개의 안 중에서 가장 좋은 안을 선택하는 역할
이렇게 역할을 정해주면 각자 정해진 역할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결정의 속도가 빨라지고요. 각자 맡은 역할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 결정의 질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미국 제약 및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호스피라(Hospira)는 한 때 의사결정 과정에 고질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매년 수백 개의 의료기기 관련 브로슈어를 만드는데, 하나를 만드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데다 판매에도 별 도움이 안됐던 거죠. 모든 부서에서 브로슈어 초안부터 이런 저런 코멘트를 달며 결정권을 행사하려던 것이 문제였는데요. 이러다 보니 시간은 자꾸 지체되고 결국 편집자들은 이렇게 뒤섞인 내용을 전달받아 이해도 못한 채 부랴부랴 편집하게 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호스피라는 RAPID로 의사결정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하게 정해 보았습니다. 먼저 정보제공자 역할은 영업부서와 글로벌 마케팅 부서에 줬는데요. 이들은 현장에서 얻은 실질적인 자료를 제공해 좋은 안이 나올 수 있게 도왔죠. 또 권고자 역할은 기업의 홍보와 소통을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 부서에 맡겼습니다. 정보제공자로부터 풍부한 자료를 받아 안을 정하고 그에 대한 논의를 이끄는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요. 다음으로 동의자는 규제부서와 의료부서인데요. 규제부서에는 사용 가능한 용어에 대한 동의권을 줬습니다. 의약품 판매 자료의 광고내용은 FDA의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의료부서는 의학적 내용이 잘 맞는지를 검토하는데요. 만약 이때 의료 담당자가 브로슈어 색상에 대해 의견을 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건 의료적인 내용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죠.
이렇게 안이 걸러지면 결정자인 마케팅 부서가 최종 선택을 하는데요. 브로슈어를 만드는 궁극적인 목표가 매출 증대에 있기 때문에, 마케팅 분야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가진 마케팅 부서에게 결정권을 준 거죠. 또 이 부서는 평소 브로슈어를 만드는 디자인 부서와 밀접하게 일해왔기 때문에, 실행자인 디자인 부서의 업무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요. 이렇게 최종안이 결정되면 실행자인 디자인 및 편집 부서가 그 안에 따라 브로슈어를 만드는 겁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기존에는 건당 4주 정도씩 걸렸던 의사결정이 RAPID모델을 적용한 후 훨씬 빨라졌는데요. 각 부서들은 자신들이 의사결정에 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느끼게 되었고요. 덕분에 성과도 쑥쑥 올랐다고 하죠.
모든 부서의 제각기 다른 의견으로 늘어지기만 하는 의사결정 과정이 고민이신가요? RAPID모델을 사용해 역할과 책임을 확실하게 나눠보세요.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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