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의 오류 5가지
한 리크루팅 업체에서 직장인 약 460명을 대상으로, ‘인사고과 평가제도’와 관련된 흥미로운 설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먼저, 구성원을 평가해야 하는 관리자급 이상의 직장인들에게 ‘구성원들에 대한 평가를 공정하게 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요, 무려 75%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평가를 받는 입장에 있는 구성원들에게 ‘자신이 공정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물었는데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과반수가 넘는 60%의 응답자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즉, 리더는 평가를 공정하게 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구성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건데요.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평가를 받는 직원들이 스스로를 과대평가한 건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평가자들도 사람이다 보니 공정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오류를 범했을 수 있는데요. 평가자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오류 5가지를 살펴봅시다.
사람들은 가장 최근에 기억된 정보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초보다 연말에 히트를 친 드라마가 더 기억에 남고, 작년에 본 영화보다는, 어제 본 영화가 더 기억에 남기 마련이지요. 이때 최근에 본 작품을 더 재미있다고 평가할 가능성도 높죠. 인사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직원들을 거느리다 보면, 그들이 각각 어떤 성과를 냈는지 일일이 다 기억하기 힘들죠. 그러다 보면, 최근에 좋은 실적을 낸 직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오류를 줄일 수 있을까요? 기억에 의지하지 말고, ‘기록’에 근거한 평가를 해야 합니다. 즉, 직원들이 성과를 냈을 때마다 월별 혹은 분기별로, 그 내용을 기록하고 간단한 평가를 메모해 두는 거죠. 그렇게 하면 더 이상 최근의 기억에만 의지해서 평가하게 되는 오류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누군가를 평가할 때, ‘매우 좋다’ 혹은 ‘매우 싫다’와 같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오류를 발생시키는 대신에, 대충 중간 정도로 평가해서 오류를 줄이려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인사 평가를 할 때도 나타날 수 있는데요. 주로 구성원들을 평가할 정보가 부족하거나, 평가기준이 모호해서 판단하기가 어려울 때 이런 경향이 강해집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애초에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평가자들이 수시로 구성원들과 면담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직원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쌓을 수 있는 거죠. 또한, 평가지표 자체를 좀더 구체적으로 바꿀 필요도 있습니다. 일례로, ‘해당 직원의 업무 태도는 동료에게 모범이 될 만 한가?’라는 질문은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이죠. 그러다 보니 평가자도 판단이 잘 안 서서, ‘보통’ 수준이라고 평가를 해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1년 동안 해당 직원이 주도하여 성공시킨 프로젝트는 총 몇 건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떨까요? 훨씬 더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가의 기준도 명확해져서, 판단이 쉬워질 겁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업무 스타일이 비슷하거나, 고향이나 학교 등 개인적인 공통점이 많은 상대에게 심리적으로 더 친근함을 느끼기 마련이죠. 이게 심해지면 자신과 유사한 구성원에게 더 높은 평가를 주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즉, 공통점을 만들기 위해 상사의 방식을 획일적으로 따르거나, 자신의 스타일과 강점을 살리기보다는, 상사의 눈에 들려고만 노력하는 ‘해바라기형’ 직원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직 내부에서도 상사와 코드가 맞는 직원들과 그렇지 못한 직원들이, 끼리끼리 모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죠.
이런 유사성의 오류는 평가자의 의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힘듭니다. 즉, 상사가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자문해보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이 사람이 정말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자질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수시로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합니다. 또한 동료들로부터 다면평가를 받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후광효과는 한마디로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다른 모든 게 좋게 보이는 것을 말하는데요. 사람들은 자신의 고정관념과 반대되는 정보를 접했을 때, 그러한 정보를 무시하거나 자신의 고정관념에 끼워 맞추려는, ‘선택적 지각’이라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대가 훌륭한 인재라는 고정관념이 한번 박히면, 설령 그가 일을 잘못하더라도 이를 무시하거나, 더 좋은 방향으로만 해석하려고 하는 것이죠. 인사평가를 할 때도, 일반적으로 평가자가 분석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개인적인 편견을 가지고 판단하다 보면, 이런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가항목들을 가급적 세분화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령, 직원의 ‘적극적인 태도’를 평가할 때, 평가 항목을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가?’, ‘업무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가?’, ‘어떤 상황에서든 쉽게 포기하지 않는가?’ 등, 질문을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누어서 해보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한 가지 잘한 점 때문에, 전체를 좋게 평가하려는 오류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실수 때문에 모든 부분을 저평가해 버리는 ‘미운털 효과(Horn effect)’. 이는 앞서 언급했던 후광효과와는 정반대의 개념인데요. 이 오류는, 직원들이 뭔가를 한 번 잘못했던 것이 미운털 처럼 박혀서, 다른 모든 부분에서도 저평가를 해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럴 경우, 저평가를 받은 직원 입장에서는, 그 동안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억울함을 느끼게 되는데요. 아무리 잘하려 해도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이상 개선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려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오류를 피하려면, 평가자는 직원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함께 써 내려가면서 분석해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동료 직원이나 다른 상사들의 의견도 물어보면서,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해보는 것도 효과적일 것입니다.
혹시, 인사평가에 대해 직원들이 불만을 많이 표출하십니까? 그렇다면 지금까지 소개한 평가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다섯 가지 오류를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인사평가 결과 때문에 울고 웃는 직원들이, 평가 그 자체에 갖는 불만을 줄이는 데 효과를 톡톡히 거두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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