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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 Jan 19. 2024

일기 230306

keyword 1-5


1. 예술의 이유


기자: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질문을 드리죠. 창작 작가로서 선생님께서는 예술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왜 사실 그 자체보다 사실의 재현이 필요한 걸까요?


어니스트 헤밍웨이: 왜 그런 걸로 골치 아파합니까? 이제껏 일어난 일들, 있는 그대로의 것들, 알고 있는 모든 것과 알 수 없는 모든 것으로부터 작가는 창작을 통해 뭔가를 만듭니다. 그건 재현이 아니라, 살아 있고 진실한 그 어떤 것보다도 진실하고 전적으로 새로운 것이며, 작가는 그걸 살아 있게 하고, 충분히 잘 만들 경우에는 불멸을 선사하죠. 그게 바로 글을 쓰는 이유지 알려진 다른 어떤 이유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온갖 이유인들 어떻습니까?


[출처] 헤밍웨이의 말: 은둔 시절의 마지막 인터뷰


지긋하리만치 효익에 매달리는 이들이 있다. 난 지금 그들에게 “당신은 낭만을 모른다느니, 실수해도 괜찮다” 등의 한가한 조언과 위로를 던지는 게 아니다. 그들에게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경고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명만큼 비효율적인 것이 없으니까. 한 생명이 탄생하고, 지속하고, 소멸하는 일련의 과정은 막대한 외부의 희생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간다. 가장 비합리적이나 가장 존엄한 존재로서. 우리는 그 누구의 재현도 아니며, 살아 있고 진실한 그 어떤 것보다도 진실하고 전적으로 새로운 것이며, 우주가 우리를 살아 있게 하고, 충분히 잘 살아내면 그 이름은 후세로 이어져 비록 몸은 소멸하나 정신은 불멸한다. 그것이 인간이 창작된 이유다. 알려진 다른 어떤 이유가 아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온갖 이유인들 어떤가?


예술과 삶은 같은 본질을 공유한다. 그렇기에 너와 나는 예술을 조건 없이 사랑하며, 사랑해야 해.



2. 가스라이팅


무조건적인 사랑은 당연하고, 무조건적인 지시는 한 순간도 감내할 수 없다는 너의 생각은 오만하고도 역설적이야. 세뇌와 망각은 선은 아니나, 그것 없이 우린 살아갈 수 없지. 그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인간은 단단한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흐물흐물, 끈적끈적...

극히 미약한 자극에도 흩어져버릴거야. 그걸 자유라고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런 자유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3. 문장 부호


그거 알아? 문장 부호가 없는 글, 신기한 매력이 있다? 가독성은 극악이나, 그리하여 더욱 몰입시킨달까.

예컨대띄어쓰기를생략해보는거야마치글자들이종종걸음으로걸어가는거야워드프로그램은이문장에기이인빨간줄을그어내지난오히려마음에들어왜냐하면난빨간색을좋아하니까너무답답하다고?

포올짝 그럼 이 건 어 때 글 자 들 이 폴 - 짝 폴 - 짝 뛰 어 가 는 거 야 더 멀 리  뛰   어    볼     까      !    통 . . .  통 . . . . . . 통 . . . . . .


더 간단하게는 점을 찍지 않는 방법도 있어 마침표와 쉼표 같은 것 말이야 점 하나일 뿐인데 작디 작은 원일 뿐인데 펜과 종이의 연약한 접촉일 뿐인데 그 사소한 부재가 이토록 문장들을 생경하게 해 큰 따옴표도 작은 따옴표도 없으면 얼마나 불편한지 누가 말한 건지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은 건지 머리 속으로 생각만 한 건지 도통 알 수 없잖아


한 개의 점도, 두 개의 점도, 우리의 소통에 너무나도 소중해.  



4. 여행


여행은 특정한 환경이 아닌,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마음.



5. 상동


관공서에 각종 서류를 제출할 때 개인정보를 반복해서쓰는 칸이 많은데 이때 '상동'이라 적으면 ‘위의 정보와같다’는 뜻으로, 수고를 덜 수 있다. 참고로 상동염색체 할 때 그 상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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