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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두치 Oct 30. 2021

업사이클에 도전하다!

#12. 업사이클은 느리다. 그래서 소중하다.


나는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청년인생설계학교의 지원을 받아 업사이클과 재봉기술을 배웠다.


먼저 10년간 입지 않았던 옷 2개를 꺼냈다. 얼마 전 가지고 있던 모자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어 여름 햇살을 가려줄 모자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서로 다른 재질과 색깔의 천으로 만들어진 원피스와 조끼를 가지고 양면 모자 만들기에 도전해봤다.


 


재봉뿐만 아니라 업사이클 기술은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미 형태를 갖추고 있는 천의 구조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체하고, 재단할 것인가가 업사이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옷을 해체해 모자를 만들 수 있는 천으로 다듬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결국 두 달이나 되는 긴 시간이 걸려 모자를 완성했다.


인고의 과정을 거쳐서 그런 걸까? 모자를 만드는 과정은 참 힘들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 같았다. 새로운 천으로 모자를 만들 경우 대체로 1달의 기간이 걸린다. 업사이클은 그 두배 이상의 시간 동안 노력해야 하니 솔직히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체력의 한계를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업사이클은 각 고유의 물건이 가지고 있는 역사를 살리고, 해체하는 작업이 있기 때문에 느릴 수밖에 없다.




 


실을 뜯는 인고의 과정이 즐거움이 되기까지


업사이클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옷을 짓다 보니 자연스럽게 옷 짓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끝이 없어 보이는 실뜯기 반복 공정을 즐겁게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옷 짓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시에서는 손바느질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잖아~ 옷 짓는 것은 급하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



나는  말이 무슨 말인지    같았다. 이미 모든 것이 빨리 돌아가는 서울에서 손바느질을 하라고 한다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도시에서  나는 여전히 재봉틀을 고수했지만, 함께  짓는 사람들은 대체로 손바느질을 했다. 그들과 함께 있다 보면, '원래 바느질과  짓는 것은 속도가 느린 '이라는 분위기와 느린 속도를 공유받은 것이 좋았다. 그들과 함께라면 시간잊는 여유가 생기는  같았다.


손주 옷, 엄마 옷, 자기 바지를 짓는 사람들

어떤 천을, 어떤 실을 쓸지 고민하는 사람들      


손바느질로     정성스레 옷을 짓다 보니 '사랑스러운' 옷이 된다. 나중엔 "아가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하나하나의 옷에 시간을 깃들이는 작업을 하며 "나는 왜 엄마랑 자꾸 싸울까", "나도 내 딸과 싸운다", "우리 엄마 재봉질했었는데",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꼴 보기 싫어도 그 사람이 없으면.." 등등 살아가는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누는 게 참 좋았다.






옷은 삶을 담고 있다. 청소년인 자식들이 냄새가 나서 옷을 만들어 입히고, 바지가 터져서 다시 바지를 만든다. 옷은 계절을 알려준다. 장마철이니 반바지를 만들어주고 겨울이 오기 전 코트를 만든다.


드르륵드르륵

미싱의 흐름과 속도, 방향에 맞춰 리듬을 익혀나갔던 것처럼, 나는 손으로 옷 짓는 사람들의 속도를 조금씩 배워나갔다.


치마 밑단을 자르고 남은 천, 해져서 더이상 쓰지 못하는 가방, 모자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 등을 이용해 티코스터들을 만들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뭔가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은 소중하다.

만든다는 것은 그 물건을 만드는 모든 절차를 오롯이 몸으로 체득하며 지나오는 과정이다. 어떤 구체적인 과정을 거쳐 이 옷이 지어졌는지 알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아가야~"라고 부르게 되는 것처럼, '만듦'이라는 과정을 통해 더 소중한 '무엇'이 된다. 과정이 생략된 채 결과만을 소비하는 사회에서 버려짐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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