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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를 가진 기업은 불황에도 마르지 않는다

캐시카우, 스타, 그리고 스트로우

by 조병묵

수주 산업의 기업이라면 반드시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매출을 공급받을 수 있는 ‘빨대 비즈니스’를 신사업으로 장착해야 한다. 수주산업은 계약의 성사 여부에 따라 매출과 이익의 변동이 크다. 수주가 밀리면 공장은 멈추고, 수익이 줄어도 사람은 그대로 남는다. 다운턴(Down-turn) 국면에도 고정비는 지출해야 하기에 이익의 급격한 하락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이를 보완하려고 비관련 신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 핵심 역량과 무관한 사업은 시너지를 내기 어렵고, 기존 사업의 자원까지 분산시켜 변동성을 오히려 키운다.

따라서 정답은 ‘멀리서’가 아니라 ‘가까이’ 있다.

즉, 현재 플레이하고 있는 산업의 고객선과 공급망, 그리고 벨류체인의 전후방을 들여다보면 빨대를 꽂을 수 있는 비즈니스가 보인다. 건설회사가 고속도로 시공과 함께 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으로 운영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플랜트 엔지니어링사가 자신이 지은 공장에 기계 소모품이나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주산업의 구조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매출이 유입되는 파이프라인, 즉 ‘빨대’를 확보한 것이다.

중소기업은 더욱 빨대가 필요하다


빨대 비즈니스는 수주산업뿐 아니라, 체력과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에게는 생존을 좌우하는 전략이다. 산업 벨류체인의 일부만 담당하는 기업은 가격 결정권이 약하고, 외부 수요나 신규 경쟁자의 진입에 특히 취약하다. 불황, 산업 침체, 원가 상승, 경쟁사의 공격적인 저가 전략 중 어느 하나만 맞아도 순식간에 매출이 무너질 수 있다.


2023년 반도체 장비 부품을 납품하던 경남의 한 중소기업 A사는 이런 현실을 정면으로 겪었다.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투자 사이클이 둔화되자, 2년 만에 매출이 60% 급감했다. 그러나 A사는 거래 기업들의 장비 유지보수 수요를 분석해, 납품 부품과 연계된 소모품 교체·정비 서비스를 신사업으로 전환했다.


“한 번 수주가 끝나도 그 이후 5년은 유지보수가 남는다”는 전략이었다. 결국 이 ‘빨대 비즈니스’ 덕분에 매출이 유지되며, 불황기에도 흑자를 기록했다. 빨대 비즈니스의 핵심은 고객, 공급망 등 이미 보유한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변동성을 완화하는 현금흐름을 창조하는 것이다.

불황에도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는 사업모델, 안정적인 고객 접점, 기존 인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 — 이 세 가지가 결합되면 기업은 외부 충격에도 버틸 수 있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갖게 된다.

빨대 비즈니스는 M&A와 유사하다


빨대 비즈니스는 M&A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우선, 사람과 돈이 있어야 한다. 둘째, 산업 전후방에서 현재 사업과 전략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를 찾아야 한다. 셋째, 기존사업과 빨대 비즈니스 두 사업을 함께 운영할 때 비용 효율(공유 자원)과 매출 효과(공유 고객)가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빨대를 꽂은 사업은 “생존의 갈증을 언제든지 해소할 수 있는 작은 우물”이어야 한다.


빨대 비즈니스는 결코 거대한 신사업이 아니다. 매출이나 이익 규모는 작지만, 기존 인력과 자금을 듀얼로 활용해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공급한다. 결정적으로, 리스크가 낮다. 기존 산업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적고, 자원 재활용으로 투자 부담도 작다. 그래서 M&A보다 훨씬 쉽고, 빠르며, 유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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