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리더, 생각하는 조직
쇼핑, 유튜브, SNS — 우리의 일상은 이미 알고리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확신’이라는 달콤한 함정에 빠진다. 끊임없이 추천되고 반복 재생되는 콘텐츠는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라는 자기 확신을 강화시킨다.
이제는 생각이 아니라 확신이, 진실이 아니라 선호가 판단을 지배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사람들의 생각은 휴대폰 속 초개인화된 알고리즘에 의해 파편화된다. AI는 검색하고 요약하고 대신 답해주기 때문에 겉보기엔 모르는 것이 없는 확신에 찬 세상 같지만, 정작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 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은 직접 경험이나 깊은 성찰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과 시스템이 던져준 문장을 그대로 되뇌는 수준이다. 이제 인간은 생각의 주체가 아니라, 여과 없이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사무실 안에서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리더가 말하면 구성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회의는 보고와 지시로만 채워진다. 의견은 사라지고, 문제를 푸는 대신 책임을 떠넘긴다. 소통은 회사 밖에서만 이루어지고, 내부에서는 정치와 편 가르기만 남는다. 이런 조직은 마치 바람 앞의 촛불과 같다. 겉보기엔 밝지만, 언제 꺼질지 모른다.
리더가 구성원의 ‘오케이’만 듣는다면 그것은 이미 재앙의 전조다. 사무실 안에서 생각이 오가지 않고, 논쟁이 사라지면 조직은 서서히 죽어간다. 리더십은 명령과 복종이 아니라 생각이 자라나는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일을 중심으로, 문제를 중심으로, 서로의 관점을 부딪히며 토론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운영 탁월성’의 출발점이다 — 생각하는 조직, 질문하는 리더.
소크라테스는 “무지의 자각이야말로 지혜의 시작”이라 했다. ‘나는 모른다’는 태도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지금의 리더들은 모르는 것이 아니라, 확신이 너무 많다. 영업팀이나 CS 팀원들도, 그리고 고객도 알고 있는 제품의 단점을 리더만 모른다면, 그건 무지가 아니라 오만이다.
확신이 사람을 편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눈을 가린다.
불확실성은 불안하다. 그러나 불안은 변화의 신호다. 리더는 세 가지 선택 앞에 서게 된다. 첫째, 확신에 사로잡혀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며 편안하지만 무모하게 살 것인가. 둘째, 변화가 두려워 그저 불안 속에 머물 것인가. 셋째,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고 꾸준히 준비할 것인가.
리더십의 본질은 세 번째 선택에 있다. 확신도 두려움도 버리고 준비하는 것.
준비하는 조직은 다르다. 그들은 불확실성을 관리 가능한 변수로 바꾸고, 데이터를 통해 현실을 냉정히 진단하며, 사람과 프로세스를 새롭게 정렬한다. “준비하는 리더십”은 불안 속에서도 움직이고, “준비하는 조직”은 위기 속에서도 학습한다.
따라서 경영자는 스스로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고, 그걸 잘 아는 사람을 뽑고, 예산을 배정하고, 팀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확신을 버리고, 모르는 것을 인정하며, 질문을 던지는 리더. 그 리더가 만든 조직은 두려움 대신 준비로, 확신 대신 실행으로 나아간다. O&O DD(Operational & Organizational Due Diligence, 운영과 조직관점의 기업진단)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성숙도는 “확신의 강도”가 아니라 “준비의 정도”로 판단해야 한다.
그 회사의 리더가 얼마나 많은 질문을 던지는가, 얼마나 열린 태도로 배우고 실행하는가, 그리고 변화에 대비해 자원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배분하는가를 보면 답이 나온다.
리타겟팅은 의심에서 시작되고, 리엔지니어링은 준비에서 완성된다.
확신을 버린 리더가 결국 회사를 성장시킨다.
투자자
1. 이 회사의 리더들은 ‘정답’을 말하는가, 아니면 ‘질문’을 던지는가?
2. 전략회의나 보고서에서 ‘왜(Why)’보다 ‘무엇(What)’이 더 많이 언급되는가?
3. 경영진이 실패를 인정하거나 방향을 수정한 사례가 있는가?
4. 회의록, 보고체계, KPI 등 의사결정 흔적 속에 ‘토론’의 흔적이 보이는가?
5. 경영자는 확신의 언어(“틀림없다”)를 쓰는가, 탐구의 언어(“확인해 보자”)를 쓰는가?
경영자
1. 최근 6개월 내, 나의 확신이 틀렸음을 인정한 적이 있는가?
2. 나는 보고를 받을 때 “왜 그렇게 됐나?”를 묻는가, “누가 그렇게 했나?”를 묻는가?
3. 조직 내 다른 의견을 ‘저항’으로 보는가, 아니면 ‘보완’으로 보는가?
4. 팀장 회의에서 질문이 많은가, 아니면 결론이 빠른가?
5. 내가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가, 아니면 답을 찾아낼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있는가?
팀장
1. 우리 팀은 ‘오답’을 두려워하는가, 아니면 ‘무응답’을 더 두려워하는가?
2. 회의 시간의 절반 이상이 보고인가, 아니면 논의인가?
3. 문제 제기자에게 “왜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나?”를 묻는가, “괜히 복잡하게 하지 말라”라고 하는가?
4. 팀원이 새로운 제안을 할 때, 나는 ‘위험’을 먼저 보는가, ‘가능성’을 먼저 보는가?
5. 팀 내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은 “확실합니까?”인가, “해볼까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