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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Feb 16. 2024

말수저는 타고나지만, 대수저는 만들어진다

대화를 통해 소통한다는 것은 ‘말’을 매개로 대립과 교류의 과정을 거쳐 지식이나 정보, 그리고 감정 등의 ‘생각’을 대화 참여자가 공통으로 만들어 내고 ‘공유’하는 것이다.  소통에 이르기까지 대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동등한 대화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생각을 객관화할 수 있는 메타인지를 활성화해야 하며, 예의 바르고 진지한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 ‘동등함’에 기초한 존중으로 대화 참여자의 생각의 ‘프라이버시’를 공개하자

● ‘메타인지’ 역량을 활성화하여 ‘동상이몽’의 인식오류를 제거하자

● ‘예의바름과 진지함’으로 대화를 촉진하고 ‘실(實) 없는 대화’를 살리자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는 ‘말’은 통하지만 ‘대화’가 ‘소통’에 이르지 못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상대방도 생각할 것이라는 ‘이심전심’의 인식오류 때문에 대화는 엇나가고, 오해는 쌓이며, 갈등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선택적인 범위에서만 ‘말’로 공개하는 ‘프라이버시’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존중받고 있고 상대방이 내 말을 경청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야 생각에 대한 선택적 공개의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남자와 여자는 대화의 기술에서도 차이가 난다.  남자는 지식이나 정보 전달에 충실한 ‘사리(事理) 대화’에, 여자는 감정을 전달하는 ‘심정(心情) 대화’에 능하다.  예의 바르고 진지하게 질문하지 못하면 대화는 사그라든다.  


따스한 봄날의 휴일 오후 ‘아 배고파!’라고 금성에서 온 여자가 말한다.  심심하고 무료하니 외출을 하고 싶다거나, TV만 보는 남편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감정 표현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는 ‘라면 끓여 먹어!’라고 답한다.  이심전심이 아니라 동상이몽이다.  공원을 산책하고 당근 케이크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새로운 ‘생각’을 같이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  서로 존중하며 예의 바르게 듣고, 상대의 생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해야 한다.  ‘나는’이라고 표현된 상대방의 생각에 대해 ‘그러면’이라고 즉답하거나, ‘나는’이라고 대립하기보다는 메타인지력을 발휘하여 ‘당신은’이라고 물어야 대화가 지속되고 공통의 생각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당신 어디 가서 뭐 먹고 싶은 것 있어?’  


대화를 잃어가는 사피엔스의 후예


대화(Dialogue)는 ‘의미(logue)’가 ‘관통하다(dia)’는 뜻을 가지고 있다.  소통( Communication)은 ‘공통되고 공유되는(commun)’ 것을 ‘만들어 내는(ie)’ 것이다.  대화가 소통에 이르기 위해서는 정보나 지식,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서로 공유하는 폭을 넓혀야 한다.  ‘다름과 차이’를 인식하고 서로 절충하고 보완하는 공동작업을 통해 ‘더 좋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대화를 통해 ‘의미’를 공유하고 상상의 질서인 ‘신화’를 창조하여 지구를 지배했다고 말한다.  침팬지는 20~50마리의 개체가 사회생활의 한계이지만 사피엔스는 대화로 창조되고 공유되는 집단적 환상을 통해 150명까지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대화가 소통에 이르기 위해서는 세 단계를 거친다.  각자의 견해를 표현하고 고수하는 대립 단계, 대화 상대 간에 친밀감이 형성되고 서로 조금씩 변화를 수용하는 교류 단계, 그리고 마침내 공동작업을 통해 공통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공유 단계이다.  대립 단계에서는 상호 간에 감정을 해소해야 한다.  희노애락애오욕의 감정을 인정하고 해소해야 대화 상대방은 자신의 생각, 프라이버시를 선택적으로 공개하면서 솔직해지기 시작한다.  감정이 해소되고 친밀함이 더해가면 솔직함의 기반 위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드러내면서 서로 조금씩 변화를 수용하는 단계가 시작된다.  ‘생각의 다름’과 ‘정도의 차이’를 절충하고 수용하면서 새로운 윈윈 솔루션을 같이 만든다.


코로나로 비대면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MZ 직장인의 36%가 전화공포증(Call Phobia)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BBC에 따르면 영국 MZ 직장인의 70%가 전화벨이 울리면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문자나 메신저를 통한 텍스트 소통에 능하지만 말을 통한 대화에 미숙한 MZ 직장인들을 일각에서는 ‘벙어리세대’라고 비꼬기도 한다.  가정이나 회사 모두 텍스트 소통에 능한 MZ 세대와 대면 대화에 익숙한 X 세대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대화의 기술이 부족하니 한 공간에 같이 앉아 있어도 각자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다.  대화로 ‘신화’를 공유하고 연대하며 지구를 정복했던 사피엔스는 개인 생각의 프라이버시가 강해지고 대화가 사라지면서 핵개인으로 분화하고 있다.


위계가 존재하는 사회생활 속 대화, 이렇게 하면 잘할 수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대화, 친구 간의 대화, 가족 간의 대화는 수평적 관계에 대한 인식 속에서 진행된다.  불통의 상황이 벌어지면 묻거나 따질 수 있고, 불신과 반목이 발생하면 ‘싸움’을 통해서 감정을 해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회사 등 상하위계가 존재하는 2차 집단에서의 대화는 사뭇 다른 특성이 있다.  수평적 관계에 기반한 상호 ‘존중’보다는 수직적 위계에 대한 ‘존경’을 아직까지 중시한다.  또한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기보다는 ‘상황이나 맥락’에 비추어 두리뭉실하게 말하고, 미루어 짐작해서 들어야 하는 고맥락 문화가 지배적이다.  질문을 상대방의 의견에 대한 ‘반대’나 화자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상하위계가 존재하는 2차 집단에서는 수평적 관계 속에서 대화를 지속시켜 새로운 생각을 같이 만들어 내고 공유하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화를 통해 ‘신화와 가치,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규범’을 공유하는 조직은 일의 전략적 의도와 프로젝트의 목표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실행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신화와 가치, 행동규범이 더욱 강화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조직의 자율성은 높아지고 과감한 권한위임의 토대가 조성된다.  리더의 독단에 의한 일방적 지시와 팔로어의 의지 없는 순응은 일시적으로 행동을 강제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자신의 생각에 대한 프라이버시 영역을 더욱 강화하며 리더의 손 끝만 바라본다.


어떻게 위계가 존재하는 사회생활에서 대화가 소통에 이를 수 있을까?  어떻게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 것인가?  어떻게 차별화된 전략과 혁신적 제품을 고안할까?  어떻게 목표에 대한 구성원들의 몰입도를 높일까?  어떻게 신나게 일하는 조직을 조성할 것인가?  어떻게 상무가 사원과 진지하지만 웃으면서 이야기할까?  어떻게 사회생활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존경받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소통’에 이를 수 있을 때까지 ‘대화’ 해야 한다.  대화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상대방을 대화 파트너로 나와 동등하게 인식하고, 자신과 상대의 생각을 객관화하는 메타인지를 활성화하고, 예의 바르고 경청하고 진지하게 질문하면서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솔루션 1. 대화할 때는 계급장 뗀다


아이들과 쉽고 편하게 대화할 줄 아는 어른들은 아이들을 동등한 대화 상대로 인식할 줄 안다.  ‘성숙한 어른과 미숙한 아이’ 등의 사회적인 관계나 상하 위계질서가 아이들의 프라이버시를 강화시켜 대화를 ‘위축’시킨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한다.  ‘아이’지만 상대를 동등한 대화 파트너로 인식하여 진지하게 경청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며 예의 바르게 대화한다.  2차 집단에서는 물리적인 위계가 대화 속에 개입될 수도 있고,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콜드 콜(Cold Call), 회의 등의 대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대화 당사자들이 명확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대화에 임하기 때문에 자신의 패를 먼저 보여 주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60%가 자녀들이 자신과 고민을 상담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고민 상담자로 어머니를 꼽은 자녀들은 ‘0’, 아버지는 1%에 그쳤다.  응답자의 40%가 친구와 고민을 상담하겠다고 답했다.  부모는 동등하게 대화한다고 생각하지만 자녀들은 엄마, 아빠가 일방적이고 무례하기까지 한 ‘잔소리’를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동등함과 존중에 대한 인식은 주는 사람이 아닌 받는 사람이 느끼는 것이다.  계급장은 충분한 대화로 상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개진한 후 의사결정할 때 사용해야 한다.  대화할 때는 모두 동등한 파트너이다.  계급장 떼고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할 때도 계급장을 달고 있으면 꼰대가 된다.  


솔루션 2.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나야 대수저다


대화 상대방을 동등한 관계로 인식하고, 예의 바르고 진지한 대화의 기술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메타인지 능력이 떨어지면 대화가 소통에 쉽게 이르지 못한다.  소통에 이르기까지 지난한 시간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메타는 ‘보다 높이 위치한, 상위의, 종합적인’이라는 의미이다.  메타인지는 흔히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고 하며 자신과 타인의 생각을 제삼자의 객관적 시각으로 모니터링하고 종합하여 조정하는 것이다.  대화가 대립의 단계를 벗어나 교류를 거쳐 공유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메타인지 능력이 부족하면 자신의 생각을 과대평가하고 타인의 생각을 과소평가하게 되어 부지불식간에 편견과 오만에 빠진다.  


우리는 대화의 과정에서 동일한 상황과 상대방의 말에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느끼는 양가감정(兩價感情, ambivalence)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시기와 질투로 부정하거나, 상대방을 이해하면서도 용납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대립한다.  특히 대립의 단계에서 대화가 진행될 때는 자신의 양가감정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편견과 오만으로 자칫 부정적 감정을 극대화하고 대화가 단절되는 오류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내면의 부정과 긍정의 생각을 객관하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과 상대방의 생각을 관찰하고 객관화할 수 있어야 ‘말’ 잘하는 ‘말수저’를 넘어서는 ‘대화’ 잘하는 ‘대수저’가 될 수 있다.


솔루션 3. ‘당신은’으로 시작하는 2인칭 질문은 화성에서 온 남자도 수다 떨게 한다


대화는 생각하기, 말하기, 듣기로 구성되어 있다.  메타인지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은 생각하기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대화 잘하는 사람은 대화 상대방을 동등한 존재로 인식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잘 들을 수 있을까?  귀를 쫑긋 세우고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 되는 것인가!  잘 듣는다는 것은 상대가 말을 계속해서 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상대가 말을 하면서 자신 생각의 프라이버시를 더 넓게 공개하면 서로 생각을 이해하고 교환하면서 공유하는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상대방의 말에 대해 ‘나는 또는 저는’이라고 대화하는 것은 답변이나 대화 중간중간 결론을 맺을 때만 한정해서 사용해야 한다.


대화 상대방이 생각을 표출하면 ‘당신은’으로 시작하는 2인칭 질문을 통해 관심을 표현하고 추가적인 생각을 경청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2인칭으로 시작하는 질문은 사리대화에서 상대의 의견을 좀 더 깊게 경청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심정대화에서 2인칭 질문은 상대가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면서 긍정적 감정을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위계가 존재하는 사회생활에서 윗사람이 ‘나는’이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대화는 종결된다.  ‘당신의 의견은, 당신은’이라고 관심을 표현하고 질문하면 상대는 말 문이 터지고 대화는 촉진된다.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인정은 가장 원초적인 욕구 중 하나이다.  2인칭 질문은 상대의 생각에 대한 수용을 넘어서 관심을 표현하고 인정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상대방이 말 문이 터지고 대화가 많아져야 경청의 기회도 생각에 대한 공유의 기회도 생긴다. 



참고자료: 가인지캠퍼스 - 팀원의 마음을 춤추게 하는 팀장의 대화법

https://www.gainge.com/contents/videos/1611


 -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대화법

   행복한 사람의 말 습관 ‘불편한 정서를 편안한 정서로 바꾸어 주는 말’

   “방법이 있을 거야!  이만하길 다행이다.”

   “당신이 감정적인 사람이야!   vs.   당신은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이야!”  

   “언어의 온도 36.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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