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 실천의 연결고리, 재진술과 클로징 그리고 기록의 기술
퍼실리테이션 역량이 있는 리더는 회의 중 참석자가 의견을 개진하면 자연스럽게 감사(Appreciation and Acknowledgement)를 표현하고, 토론의 요지를 요약(Summarising)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말에 대해서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기(Paraphrasing)를 하면서 개별 토론을 이끌어 간다. 또한 토론의 내용을 화이트보드나 풀립차트에 기록하면서 문제와 솔루션을 그리고 실행항목을 개별 안건별로 명확하게 정리하면서 토론을 이끈다. 또한 하나의 안건이 끝나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추가적 의견이나 질문, 우려 등에 대해서 확인을 받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참석자들은 동일한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게 되고 의사결정과 실행항목에 대한 마음속 동의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곧 자신이 한 결정, 자신이 동의한 실행항목에 대한 자발적 실행으로 연결된다.
특정 사안에 대해 회의를 거듭하며 열띤 토론을 하는데 정작 일의 진척은 더딘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회의를 주관하는 사람의 회의 클로징 스킬을 면밀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열띤 토론과 의사결정을 단순하고 명확하게(Simple & Clear) 실행으로 연결시켜 주는 고리가 회의 주관자의 클로징 스킬이다. 클로징은 회의록과 더불어 회의 내용 팔로우업(실행아이템, Action Item)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된다. 토론이 끝나는 단계에서 능숙한 회의주관자는 참석자들의 참여와 의견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회의 내용을 요약하고, 참석자들의 마지막 의견을 묻고, 실행안건에 동의를 구하는 네 단계로 클로징을 한다. 회의 주관자는 건설적 토론을 이끌어야 하기도 하지만 토론 결과의 가시성을 높여야 한다.
열띤 토론을 했으니 더 이상 의견이 없을 것이라고, 공동으로 의사결정했으니 모두 찬성하고 있을 것이라고,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했으니 명확하게 모두가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런 인식의 차이는 회의가 실행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효율성을 저하시킨다. 퍼실리테이션 역량이 있는 리더는 질문이 있는 클로징을 통해 회의의 결과와 팔로우업 계획에 대해 참석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회의록을 실시간으로 작성하고 결정된 사안(Decision List)과 실행 사안(Action List)들에 중점을 맞추어 회의록을 리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클로징이다. 추가적인 자원투입이나 검토,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Issue List)도 별도 언급해야 한다.
요약: 오늘 회의 내용을 잠시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비상 수주대책 회의는 상반기 수주목표액의 30%를 차지하는 D사 프로젝트의 지난주 수주 실패로 인한 백업 플랜을 마련하기 위해 소집되었습니다. 먼저 영업팀에서 현재 영업 진행 중인 프로젝트 리스트와 수주 가능성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안건 1번으로 현재 영업진행 프로젝트에 대한 수주가능성을 재점검을 통해서 수주 예상액을 재산정했습니다. 안건 2번으로 추가적으로 수주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규모나 수주시기, 경쟁상황 등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안건 3번으로 신규 영업 대상 프로젝트를 선정하였습니다.
감사: 오늘 여러분 모두의 열띤 토론에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참여해 주셔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의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특히 안건 3번에 대한 토론에서는 독창적이고 인상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보충(Completion): 오늘 논의되고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보충하실 의견이 있으시면 안건번호와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모두 충분히 논의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려: 혹시 오늘 논의된 내용이나 의사결정 사항, 그리고 실행안건 중에서 우리가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거나 우려사항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모두들 의사결정 사항에 대해서 동의하십니까? 어떤 의견이라도 좋습니다.
동의: 오늘 결정된 실행안건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1번, 김성우 차장님께서 금주 금요일 영업회의까지 S사 프로젝트에 대한 세부정보를 추가로 확인하여 수주 가능성을 참석자들에게 1페이지 리포팅합니다. 수정사항이나 추가사항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으로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회의록은 오늘 퇴근 전까지 배포될 예정이니, 실행안건에 대해 담당자들께서는 주어진 시간 내에 완료해 주십시오. 제가 데드라인에 맞추어 실행유무 및 이슈사항들에 대해서 유선으로 재차 확인하여 참석자들에게 메일로 결과를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회의록 작성, 회의와 실행의 강한 연결고리를 만들자!
회의록은 회의실에서의 회의결과를 현장에서 실행으로 연결시켜 주는 회의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회의참석자들에게 회의록은 현업으로 돌아가서도 팔로우업이 필요한 실행안건을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하게 되며, 관련되었지만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의사결정 사항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회의록 자체가 기록으로 남게 되어 추후 팔로우업 유무를 확인하는 근거가 된다. 회의록은 단순히 대화를 빨리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참석자가 말한 내용을 듣고 어조와 태도까지도 이해하고 흡수해서 발언자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기록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최근의 회의들은 주제의 복잡성은 가중되는데 반해 회의 자체의 정형성은 줄어들고 있다. 메시지를 파악하고 기록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면서 동시에 회의를 기록하는 멀티태스킹은 두 가지 모두에서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어 별도의 사람을 지정하여 회의록을 기록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의록의 깊이나 내용은 조직의 문화나 요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의사결정 사항(Decision Item)과 실행안건들(Action Item: what, when, who)은 반드시 정확하게 기록되어야 한다. 매니저들은 통상적으로 회의록을 기록하는 사람과 같이 회의를 준비하게 된다. 두 사람은 긴밀한 소통을 통해 회의 목적과 안건을 사전에 정확히 정의하는 두 사람 간의 미팅부터 본회의 종료 후 회의록 배포에 이르는 일정 관리도 담당하게 된다.
회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회의주관자는 회의준비를 지원할 사람과 회의록을 기록할 서기를 지정하여 준비를 시작한다. 회의 준비는 앞에서 언급한 4P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며 회의공지(Meeting Agenda)는 일회성 회의인 경우는 7~10일 전에, 정기 회의는 2~3일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회의 1~2일 전에는 회의주관자와 회의록을 기록하는 서기가 해당 미팅의 내용이나 주의사항, 발생가능한 문제, 회의 준비상황 등에 대해 간단한 미팅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의록은 당일 초안을 정리하고 다음날 정교화하여 회의주관자에게 승인을 받은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참석자 및 관련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회의주관자는 회의록을 승인할 때 실행안건에 집중하면서 사실관계나 정치적 중립을 확인하여야 한다. 보안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회의록 상단에 ‘strictly confidential’과 같은 용어를 추가하거나 배포처나 회의록 수신자를 제한할 수 있다. 회의록 작성자(Minute-taker)는 회의록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기록하기 위해서 회의준비, 회의 중, 회의 후의 단계마다 회의 주관자 및 참석자들과 소통하며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첫째, 회의준비 단계에서는 4P에 대한 명확한 이해 및 관련 참석자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회의주관자, 참석 예정자, 내용전문가(Contents Expert)들과 공식, 비공식 대화나 인터뷰를 통해 회의의 내용적 측면과 회의가 무엇을 위해 필요한지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개인별 특성과 전문성 그리고 회의에 참석하는 이해관심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일정 수준의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참석자들과 회의 전에 맺어진 관계는 회의 중이나 회의 후에도 특정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이나 태도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둘째, 회의 중에는 대화를 단순히 기록한 것이 아니라 회의안건의 논리적 흐름을 따라가면서 토의의 내용이나 방향을 단순하고 명확하게(Simple & Clear) 요약하면서 기록하여야 한다. 또한 회의 주관자 옆자리에 앉아 회의주관자의 TPD관리를 지원하고 불분명한 사실이나 의견에 대해서는 질문을 통해서 명확하게 이해하고 기록해야 한다. 회의록을 작성하는 시간이 늦추어질수록 회의록 작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의 경우는 특정 안건에 대한 토의의 방향과 요점(메시지), 의사결정 사항과 이유, 실행항목 및 담당자와 기한을 중심으로 중립적으로 기록하면 된다. 중요한 사안들은 별표나 특정 심벌 또는 형광펜 등을 사용하여 강조하고 정식 회의록을 작성할 때 참고한다. 마지막으로 회의가 종료되면 당일에 회의록 초안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의문 나는 사항은 참석자들에게 확인을 통해 명확화게 기록한다. 참석자와 사전 인터뷰를 통해서 이해한 내용과 맺어진 관계는 회의의 큰 흐름과 부문별 이해관심사를 이해하여 메시지를 명확하게 기록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회의록은 회의와 실행의 연결고리이면서 회의를 주관하는 부서와 매니저의 실력을 보여주는 척도이다.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것과 더불어 회의록을 작성하는 방식 또한 팀원들에게 훈련을 통해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주간회의나 프로젝트 회의와 같은 정기회의의 회의록은 참석자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 배경에 대한 설명이나 팩트보다는 의사결정 사항(Decision List)이나 실행항목(Action List) 위주로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정 목적을 가진 일회성 회의의 경우는 의사결정 사항에 대한 배경설명이나 참석자들이 표현한 메시지 등을 명확하게 기술하여 실행안건이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여 실행조직의 이해를 돕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Oil & Gas 산업에서 플랜트 EP(Engineering & Procurement) 프로젝트는 다양한 공급사들이 각각의 파트를 전담하여 공급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품질, 비용, 납기에서의 작은 실수가 전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고객사, 공급사와 이슈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각각의 책임과 역할을 명기한 회의록을 작성하여 참석자가 서명하면 계약서에 준하는 효력을 발휘한다. 회의록은 일반적으로 실시간으로 작성되며 반드시 서명 전에 참석자 모두가 회의록을 리뷰하고 수정하는 시간을 가진다. 회의록을 리뷰하는 과정에서 일방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설계팀, 사업관리팀, 품질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내부 회의에서도 회의록은 QCD와 역할과 책임은 엄격히 관리된다.
필자는 해당 산업에 근무하면서 매주 금요일 사업관리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록은 프로젝트 엔지니어(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일정관리, 자원배분, 기획 등 프로젝트 전반의 진행을 담당하는 실무직원)가 전담하여 작성했고, 전주 실행내용을 리뷰하면서 회의를 시작하고 당일 토론된 내용에 대한 회의록을 리뷰하면서 회의를 마쳤다. 회의록은 크게 Heading, Decision List, Action List, Issue List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헤딩에는 프로젝트명, 회의일시와 참석자가 간단히 명시된다. 의사결정항목 (Decision List)은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명심해야 하는 수행전략과 문제해결 원칙 등에 관련된 사항으로 매주 이슈를 해결하고 실수로부터 배우는 과정에서 도출된다. 의사결정항목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으며 새로운 원칙이 생길 때마다 추가되고 매월 1회 리뷰하면서 리마인드 한다.
실행항목은 2주 내에 완결하여야 하는 사항으로 실행안건을 명시하고 괄호 속에 담당자와 기한을 기록한다. 실행안건은 차주 회의에서 실행이 완료되면 파란색으로 중간라인을 그어서 클리어되었다는 것을 보고하고, 진행 중이면 검은색으로 진행상황을 기록하며, 진행되지 못했을 경우에는 붉은색으로 진행하지 못한 사유와 추가적인 실행계획을 명기한다. 이슈항목은 지금 당장 실행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2주 이후에 언젠가는 점검되고 실행이 논의되어야 하는 사항을 기록한다. 매주 회의에서는 전주 회의록과 실행결과가 명시된 회의록을 리뷰하면서 시작하고 그 주에 논의된 사항을 업데이트하여 새로운 회의록이 배포된다. 이 회의록은 의사결정 사항을 지속적으로 팔로우업하고 실행력을 강화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회의록만 보면 이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이슈가 있는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어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설계팀 실무 직원들에게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서 이정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