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기씨와 이별여행] 몸 건강한 치매 독거노인은 병원 입원이 오히려...
이제 코로나가 우리집 담장을 넘어 들어왔다. 어머니가 어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아침에 어머니 아침 차려 드리느라 댁에 다녀왔기에 오후에 연락을 받고 나도 급하게 서울시청 앞에서 PCR검사를 받았다. 내 PCR검사 결과는 방금 통보되었다. 음성이다.
경증치매가 있는 독거노인이 코로나에 걸리면 자가격리 문제가 아주 심각해진다. 주간보호센터는 다닐 수 없고, 그렇다고 식사를 챙겨 먹지 못하는 분이 혼자 있을수는 없다. 결국 방법은 두가지. 입원을 시키던가, 내가 어머니 집에서 자가격리를 같이 하던가.
솔직히 내가 자가격리까지 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어머니와 일주일을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이 더 겁난다. 끝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며 같은 질문을 수십번 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계속 뒤지며 누가 물건을 훔쳐갔다는 말을 수없이 하는 모습을 보고 듣는 것을 참기가 힘들다.
병원 입원을 고려했다. 보건소에 연락해 입원요청을 했다. 사정 이야기를 들은 담당자가 나의 상황을 이해했다. 하지만 병실 상황이 좋지 않아서 어찌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입원이든 내가 함께 자가격리하든 어젯밤은 어머니 집에 자야 했다.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니 자가격리에 대비한 물품을 가지고 어머니 집에 갔다. 주간보호센터에서 돌아온 어머니는 아주 즐거워 보였다.
어머니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을 자세히 해 주었다. 어머니는 현실인식이 전혀 없다. 다만 자신에게 불리한지 그렇지 않은지만 판단한다. 아무 데도 아프지 않은데 왜 병원에 가느냐, 난 잘못한 것 하나도 없다 하며 입원을 거부한다. 예상대로다.
밤10시 가까이 되어서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병실 배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지만 어머니가 경증치매인데 몸이 건강하면 병원에서 계속 돌아다니거나 나가려고 힘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땐 어쩔 수 없이 안정제 주사와 몸을 물리적으로 제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양해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어머니를 입원시킬 때 이 상황이 제일 걱정됐다. 몇 년 전 사고를 당해 입원했을 때에도 병원을 나가겠다며 하도 떼를 쓰고 힘을 써 병원에서 너무 힘들어 했다. 그 상황이 재현될 것이 뻔했다.
밤새 뒤척였다. 어머니는 새벽녘에 간간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내가 자고 있는 방의 문도 열어 보았다. 내 머릿속은 생각이 계속 도돌이표로 맴돌았다. 결론을 못냈다. 선잠을 자고 일어나니 어머니 입원 병원이 정해져 안내문자가 와 있다. 입고 온 것, 가져온 것 대부분은 소각한다는 것, 개인물품은 가지고 오라는 것 등. 칫솔, 치약, 비누 등 어머니 개인물품을 챙겨드려도 병원에서 잃어버리고 남의 것을 자기 것처럼 집어들 수 있다.
아침밥을 차려드리며 다시 한 번 어머니에게 상황설명을 하며 입원이야기 한다. 역시 완강하다. 병원에서 앰블런스가 오기 전에 결론을 내야 했다. 그냥 내가 자가격리를 같이 하기로. 입원을 취소해야 했다. 이른 아침부터 보건소 직원과 병원 직원에게 전화했다. 모두 안받는다. 하긴 이 사람들은 이 일을 벌써 2년 넘게 겪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
문자를 남겨두었다. 다행히 9시 좀 넘어 병원 담당자하고 통화가 되었다. 사정이야기를 하고 입원을 취소했다. 입원 취소는 간단했다. 예, 알겠습니다가 저쪽 반응의 전부였다. 일단 입원은 취소되었으니 보건소직원과의 통화는 여유가 생겼다.
이제부터 난 어머니와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결론을 내고 나니 마음도 가볍다. 나는 상황을 항상 내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한다. 이 시간이 내게 술도 끊고, 생각도 정리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마침 내가 2월28일자로 조선비즈를 공식 사직하니, 인생의 분깃점에서 생각을 정리할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요즘 격리조건이 그리 까다롭지 않아 아침에 나 혼자 운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격리를 계기로 어머니와 일주일을 온전히 같이 보내는 기회다. 어머니 외에는 나도 타인의 방해없이 시간을 다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 슬기로운 격리생활이 되게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