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릴적 이렇게 자전거를 배웠겠지
"아빠" 나도 오빠처럼 자전거 타고 싶어
얼마전 부산에 사는 사촌오빠가 자전거를 타는 동영상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나는 카톡을 보고 나서 화상전화를 걸어서 통화를 했다.
"자전거 잘 타네"
"응 나 자전거 샀어"
"자전거 잘 사용하고 나서 나중에 동생한테 물려줄께"
"하하 고마워 , 그런데 니가 물려줄 때 쯤 되면 이미 많이 커서 자전거가 작을것 같은데"
"그럼 빛나도 자전거 하나 사줘"
"삼촌 돈 많으면서 왜 자전거 안 사주는 거야? 나도 같이 놀러가서 빛나랑 같이 자전거 타고 싶어"
옆에서 화상 전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빠한테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전화통화가 끊나자 마자 대뜸 "나도 자전거 사줘. 아빠는 돈도 많으면서 왜 자전거 안 사주는 거야?"
바로 나쁜 아빠가 되었다. 자전거 하나 사주지 않는 나쁜 아빠
자전거를 사주는 문제에 대해서 짝지와 이야기를 나눴다.
"자전거 사주면 탈수 있는 곳이 근처에 없을텐데"
"그리고 지금은 더우니까 좀 시원해 주면 사주는 것이 어떨까?"
"그래 가을쯤에 사주자"
당장 자전거 가게를 가자는 말을 간신히 설득을 해서 가을쯤에 자전거를 사주기로 했다.
그리고 가끔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서 자전거 가격을 검색해 보고 새 자전거 사줘도 얼마타지도 못할 듯 해서 중고자전거를 파는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자전거를 검색해 봤다. 그러다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자전거 검색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데 옆에 앉아서 본인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이야기 한다
"나는 시크릿쥬쥬 그려진 핑크색이 좋아, 이 걸로 사줘 꼭"
역시 캐릭터가 그려진 녀석들은 캐릭터 그림의 가치만큼의 가격을 더해서 비싼 가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더 예쁜것이 있을 수도 있고, 자전거는 그리고 튼튼하고 안전해야 하는 거야"
"응" 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이건 바로 답이 정해져 있는 바로 '시크릿쥬쥬'로 사줘야 한다. 답은 정해져 버린다. 일단은 그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아빠 엄마가 커피 한잔 가져다 달래, 커피 만들러 잠깐만"
"드디어 다 써 버렸네"
"뭘?"
"코로나 긴급재난 지원금 다 쎴다고"
"그걸로 자전거 사 줄것을 그랬나? 그래도 그랬으면 뭔가 눈에 보이는거 하나라도 남아 있을텐데 아쉽네"
"코로나로 유치원도 못 가는데 자전거 타러 근처에 좀 부지런히 나갈 것을 그랬네"
"지금이라도 자전거 바로 사줄까? 조금이라도 더 일찍 사야 조금이라도 더 탈 수 있지 않겠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다시 눈은 핸드폰을 잡고 자전거를 검색했다.
"그냥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사주는게 더 좋을듯 하다. 자전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앉아서 높이가 적당한지도 보는것이 좋을듯 한데, 그리고 중고는 괜히 잘못사면 위험할 수도 있고 그냥 매장가서 사주자"
"자전거 비쌀텐데, 바로 지금 가서 사줘도 괜찮아?"
"그럼 자전거 사면서 내것도 사면 안될까?"
"무슨 소리야? 다른 생각이 있구만, 애 자전거 핑계로 본인 자전거 사고 싶다는 이야기구만"
"안돼, 일단은 자전거 사 주기로 한거만 사는거야"
옆에서 자전거 이야기를 흘려 들을 일이 없다. "지금 자전거 사러 가는거야?"
그렇게 자전거를 사러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2층짜리 자전거 가게에 갔다. 1층에는 다양한 자전거들이 나를 데리고 가라고 손짓 하고 있었다. 역시 직접 보고 사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같은 모델도 인치에 따라서 사이즈가 달랐다. 인터넷에 있는 키 정보와 인치 정보만으로 판단하는 것보다 직접 앉아보고 판단하는 것이 조금 더 정확했다. 그리고 자전거 안장 조정이 되니 직접 앉아보는 것이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다시 반송하는 불편도 없고 후회하는 일도 없을듯 했다. 시크릿쥬쥬와 디즈니 캐릭터의 유혹에서 한참 흔들리다가 앞에 바구니가 달려 있는 핑크 자전거로 최종 결정했다. 일단 핑크색이라는 점과 바구니에 먹을 것을 담아서 다닐수 있고 바구니가 다른것보다 예쁘다고 해서 최종 선택 동의를 받았다. 그리고 헬멧은 원하는 캐릭터가 있는 것으로 선택했다.
자전거를 한번도 타 본 적이 없으니 그냥 집으로 자전거만 싣고 돌아오는 것이 아쉬워서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갔다. 공원에는 역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 타는 자전거에 보조바퀴까지 있으니 타보라고 자전거를 줬지만, 앞으로 가지도 못했다.
"발을 이렇게 저어야지, 뒤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렇게, 모르겠으면 저기 자전거 타는 오빠 발을 봐봐"
그렇게 자전거 연습을 시켰다. 뒤를 잡아줄 필요는 없었지만 답답했다. 앞으로 가는 것도 쉽지가 않다니..
"자 그럼 아빠가 어떻게 하는지 한번 봐봐" 작은 자전거에 어떻게 앉아서 발을 어떻게 하는지 한참 떠들었다.
아이고 엉덩이야, 다리야, 자전거가 작아서 어른이 타기에는 쉽지가 않았다.
"그래 그렇게, 아니지" 이 대화의 반복이었다. 옆에서 답답했는지 짝지가 보더니
" 자전거 뒷바퀴 들어서 자전거가 앞으로 가지 않게 해봐."
그렇게 자전거를 들고 벌을 받고 있는동안 열심히 짝지가 페달 밟는 방법을 가르쳤다.
자전거 타는것이 쉬운것이 아니다.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딸에게..
사실 아빠는 자전거를 사주면서 머리속에 그린 그림이 있었어. 니가 가장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고 그 뒤를 따라 엄마랑, 아빠랑 자전거를 나란히 타고 가는 모습을 그렸어. 어느 잡지에서 그 사진을 본 기억이 있는데 너무 예뻐 보이는 거야. 그럴러면 하루라도 빨리 너한테 자전거를 사주고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
너랑 두번째로 둘이서만 자전거를 타러 나갔는데 처음 자전거를 타고 두번째 였는데 자신있게 잘 타는 모습을 보고 역시 아빠랑 둘이서만 나가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페달에 집중하기 보다는 시선을 앞을 보고 내가가고 싶은 곳을 보고 주변에 장애물이 있으면 피해야 한다고 했더니 폐달도 곧 잘 돌리고 장애물도 피하는 것을 보고 대견했어. 처음에는 너무 폐달 돌리는 것에만 집중했다는 생각이 들었지.
장마로 비가 계속 오고 더워서 자전거 타러 많이 나가지 못했지만 시간 있을 때 자주 타러 나가자. 고모는 자전거 사주고 나면 그때 부터가 고생이라고 하더라구, 자전거를 꺼내고 다시 집에 들이고 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고 자전거 빨리 사주지 말라고 했는데 아빠는 둘이서 자전거 타러 나가는 시간이 좋아.
니가 자전거 이제 안전하게 잘 타면 아빠도 자전거 사서 같이 타러 나가야지 생각하고 있거든. 그날이 곧 오겠지. 아빠는 어릴때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처음 사주고 타는 법을 가르쳐 줬어. 아빠가 살던 집 근처에 작은 자전거 가게가 있었어. 그곳에 할아버지랑 둘이 가서 니가 산 자전거처럼 보조 바퀴가 달려 있는 자전거를 처음 샀어.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 할아버지가 보조바퀴를 떼고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주면서 보조바퀴 없이 타는 법을 알려줬어. 아직 아빠는 니 자전거 보조바퀴를 떼지는 못하겠어. 한달이 될지 두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보조바퀴를 할아버지 보다는 좀 오래 달아둘듯 하다. 아빠는 할아버지 만큼 적극적으로 자전거를 가르쳐줄 자신이 솔직히 없거든. 할아버지는 그 뒤로 학교 운동장으로 강둑으로 아빠를 데리고 다니면서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줬어. 뒤를 살짝 잡아주고 중심을 잡고 어느정도 가면 손을 놓기를 반복했어. 그리고 어느순간 자전거를 혼자서 잘 타게 되었어. 학생때도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녔지. 자전거 타는 시간이 엄청 좋았거든.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가족 나들이로 자전거를 타러 자주 갔어.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에서 자전거를 모두 빌려서 반나절 정도 신나게 다들 타고 왔어. 니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니 그때 생각이 많이 났어. 할아버지한테 자전거 배우던 기억도 나고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서 무릎이고 팔꿈치고 빨간약으로 바르고 다녔던 기억도 났어.
그래 자전거는 위험한 거야. 늘 조심히 타야 하고 헬멧은 꼭 써야하는 거야. 아빠는 어릴때 헬멧도 쓰지 않고 타고 다녔네 그러고 보니. 니가 자전거를 조금 더 연습해서 엄마, 아빠 가족 모두 자전거 같이 타고 나들이 가자. 아빠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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