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기획자와 콘텐츠 에디터의 대담
뉴스레터가 콘텐츠의 영역으로 진입한 시대. 콘텐츠 기획자와 에디터는 뉴스레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활용하고 있을까요? 일찍이 뉴스레터의 가능성을 확인한 기획자와 온∙오프라인에서 전방위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에디터의 대화를 통해 뉴스레터가 현재 주목받는 이유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 가지 주제로 탐색했습니다.
박찬용 에디터 - 이하 '박' | 성노들 팀장 - 이하 '성'
박찬용 에디터
2009년부터 <에스콰이어> <B> 등 남성지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을 거쳐온 프리랜스 에디터. 뉴스레터 ‘앤초비 북 클럽’을 발행 중이며, ‘푸드 탐험일지’ 콘셉트의 요기레터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간 축적한 호기심을 <잡지의 사생활> <요즘 브랜드> <첫 집 연대기> 등의 저서로 풀어냈다. Instagram @parcchanyong
성노들 팀장
소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슬로워크에서 발행하는 오렌지레터 팀을 이끌고 있다. 콘텐츠 에디터였던 그는 오렌지레터를 소셜 섹터 실무자를 위한 뉴스레터로 성장시키며 뉴스레터 마케팅과 기획을 주제로 다수의 강연을 했다. 오렌지레터의 인사말을 엮은 <월요일 아침 일곱시>를 펴냈다. Instagram @nodul.yogi
지금 뉴스레터가 주목받는 이유
기업의 홍보용 메일링 서비스로 탄생한 뉴스레터. 한동안 스팸 메일로 인식되었던 ‘구식’ 서비스가 어느 순간 MZ세대가 열독하는 콘텐츠로 과감한 변신에 나섰다.
최근 인상깊게 본 뉴스레터는 무엇인가요?
성 ‘트렌드어워드’와 ‘슬점’이요! 트렌드어워드는 쉽게 말해 짤방을 보내주는 레터인데, 지금 유행하는 영상이나 밈 같은 것도 소개해줘요. 잠시 일 생각을 잊을 수 있어 좋아해요. 제가 주로 구독하는 뉴스레터가 일에 관련한 것이 워낙 많아서 피로감이 쌓였는데, 요즘은 이런 취향 뉴스레터에 관심이 부쩍 생기더라고요. 점심 메뉴를 추천해주는 슬점은 직장 동료하고 가볍게 나눌 수 있는 스낵 콘텐츠나 오늘의 한입 상식 같은 콘텐츠를 전달해주죠. 정보를 얻기에도 유용하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요. 두 뉴스레터 발행자 모두 본업과 별개로 본인들이 하고 싶어서 만들었다고 해요.
박 뉴욕 타임스의 쿠킹 뉴스레터를 즐겨 봐요. 이번 주의 메뉴와 사진으로 간단하게 구성한 레시피 콘텐츠죠. 상세 내용을 보고 싶으면 유료 페이지로 넘어가는 구조인데, 요즘 음식 분야의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니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음식 사진을 어떻게 찍고, 기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보는 것만으로 일에 도움도 되고 재미도 있어요. 실제 뉴욕 타임스는 유료 구독을 위해 지면 콘텐츠를 미분해 다양한 레터로 보내는 걸로 유명하죠. 가령 뉴욕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십자말 풀이만 뚝 떼어서 레터로 보내주기도 해요. 최근 한국의 조선일보나 한겨레 같은 신문사들도 자사 기사를 뉴스레터로 만들기 시작했더라고요.
뉴스레터의 성장은 구독 서비스에 친숙함을 느끼는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도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성 기성 미디어가 주목하지 않는 젊은 작가나 콘텐츠 뉴스레터가 출현하는 데 뉴닉이나 ‘일간 이슬아’의 역할이 컸다고 봐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와 작가가 등장해서 요즘 감성으로 성역 없이 얘기를 하는 것에 MZ세대가 반가움을 느낀 데다 자기 취향을 스스럼 없이 밝히는 사람들도 늘어난 것 같아요. 그러면서 발행인과 구독자가 더 끈끈하게 연대를 이루고 그게 지금의 문화와 잘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 저는 좀 단순하게 생각하는데요,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잖아요. 과거에는 뉴스레터를 보려면 컴퓨터를 켜고 포털에 들어가거나 메일 아웃룩을 이용해야 했다면 지금은 사실상 문자메시지가 오는 거나 다름없어요. 푸시가 오는 거니까. 그래서 저는 스마트폰의 푸시 기능이 뉴스레터 확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해요. 중요한 연락처 중 하나인 이메일로 뉴스레터를 바로 전달해주니까 보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너무 편한 거죠. 하드웨어의 발전이 지금의 시대를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뉴스레터로 몰리는 이유
뉴스레터는 현재 신생 미디어와 개인 창작자가 콘텐츠 툴로 활용하는 중이다. 여기에 레거시 미디어들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콘텐츠 제작자에게 뉴스레터가 주는 이점은 무엇일까?
뉴스레터 제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성 사실 회사에서 시켜서 시작했어요.(웃음) 슬로워크에 들어온 뒤 맡은 첫 프로젝트가 뉴스레터 제작이었는데, 대략의 기획안은 짜여져 있었죠. 스타트업의 이슈들을 큐레이션한 ‘스타트업 위클리’ 대표에게 자문도 받고 기획을 발전시켜서 탄생한 것이 오렌지레터인데요, 일단 슬로워크라는 회사의 색을 최대한 배제하자는 목표로 시작했어요. 초기에는 정보만 보내는 레터로 시작했는데, 에디터 레터가 생기면서 구독자들이 좀 더 반응을 보이고 응원의 메시지도 보내주면서 오렌지레터에 더 애착이 생겼죠.
박 잡지사를 나와 여러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원고와 결과물을 만들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이제 나만의 것을 해보고 싶다, 아무도 안 봐도 상관없으니 내가 보기에 괜찮은 이야기를 했을 때 어떻게 되나 보자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게 앤초비 북 클럽이에요. 실제로 절판된 책이든, 사람들이 잘 안 읽는 책이든 의식적으로 잘 안 팔린 책에 대한 리뷰를 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테스트베드로 시도한 셈이죠. 그리고 얕게나마 독자층이 생겼다고 여겼을 때 그분들에게 제가 쓴 기사들을 공유해줄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일종의 기사 링크 모음집으로 뉴스레터에 함께 공유하고 있어요.
콘텐츠 제작자에게 뉴스레터가 주는 이점은 무엇인가요?
성 뉴스레터를 전달하는 수단인 메일요. 우선 읽는 사람하고 굉장히 가까워진 느낌을 줘요. 메일은 회신이 가능한 형태잖아요. 그러다 보니 답장도 되게 많이 오고 거기서 어떤 연결되어 있다는 친밀감을 느끼죠. 제가 툴로 사용하고 있는 스티비에서는 대시보드에서 누가 어떤 것을 읽고 클릭하는지 데이터로 알려줘요. 이런 정보는 실체가 있는 것으로 다가오잖아요. 뉴스레터 외의 다른 콘텐츠 플랫폼에서는 독자의 실체를 제대로 알기가 어렵거든요. 이 사람의 취향이나 타깃이 뭔지 정확히 알려주는 점에서 뉴스레터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좋은 수단 같아요.
박 저도 굉장히 동의해요. 독자의 반응을 데이터화하는 작업이 지면에서는 굉장히 어렵거든요. 반면 뉴스레터는 기본적인 트레킹 서비스만 써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알게 해줘요. 오픈율과 도달률은 반응의 좋고 나쁨을 떠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직시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본 콘텐츠는 'FINDERS 파인더스 Issue02. 레터 보내는 사람들'의 수록 콘텐츠 일부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