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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익 Oct 12. 2023

옛날 옛날에 한 아이가 살았는데

나의 사람책을 아이가 읽는다면


책을 쓴다. 이야기를 남긴다. 다음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이런 고민들은 현재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찾게 해주는 것 같다. 박선아 작가의 <엄마의 브랜딩 1%> 책을 읽으면서, 사람책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책일까. 내 사람책은 충분히 읽혔을까? 어떻게 하면 잘 읽힐까? 누가 읽게 될까?


내 이야기가 담긴 책의 첫 번째 독자는 바로 내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 어떻게 삶의 어려움을 겪어나갔는지, 옆에서 나란히 함께 걷고 있는 동반자이고, 공동저자이다. 아이들은 이미 내 이야기 안에서 살고 있고, 내 이야기를 읽고 있다. 나는 어떤 책일까? 재미있을까? 나는 아이들이 읽었을 때 도전이 되고, 용기를 주는 글이길 바란다.





옛날 옛날에 한 꼬마가 있었어. 그 꼬마는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편안한 날이 없었대.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 알아? 언제 어떻게 난리가 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이었대. 집에는 형광등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흐린 날씨에 어두침침한 그 느낌이었대. 집에 오면 엄마는 없고, 아빠에게 엄마를 찾는 전화가 걸려올까봐 걱정이었대. 이번에는 또 뭐라고 둘러대야 하나. 가끔 거짓말을 실패하면, 아빠가 술에 취해서 늦게 들어오는데 이러면 집안이 또 시끄러워진데. 이 시끄러움은 현관 밖으로 새어나가서, 이 꼬마는 밖에 나가서 누가 자기를 알아볼까 봐 걱정이었대.


그런데 이 꼬마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던 거지. 사랑하는 동생을 지켜주고 엄마를 위로해 주고, 때로는 아빠에게 대항하면서 성장했대. 자신이 힘든 줄은 모르고,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었던 거야. 가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대. 그렇게 가족을 탄생시키고, 가족을 이어 붙이면서 꼬마는 점점 지쳐갔대. 지쳐버린 꼬마는 어른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집을 나갔어.


이 꼬마는 반토막난 심장을 가지고 자기를 사랑해 줄 사람을 찾고 또 찾았대. 그리고 마침내 자기를 사랑해 주는 멋진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었지. 토끼 같은 딸과 곰돌이 같은 아들을 낳았대. 씩씩하고 굳세게 가정을 탄생시키고, 책임감과 헌신으로 아이들을 양육했지만 마음에는 미처 돌보지 못한 어린 꼬마가 가끔씩 불쑥불쑥 튀어나왔대. 어릴 때 화내지 못하고 울지 못해서 아이들 앞에서 화내고, 울었대.


토끼 같은 딸과 곰돌이 같은 아들은 꼬마를 위로해 줬대. 천진난만하고 의욕이 넘치는 토끼 같은 딸과 부딪히기도 했지만, 그 딸을 보면서 꼬마는 자기와 다른 어린 시절을 보내는 딸이 있어서 안심했대. 착하고 순한 곰돌이 같은 아들하고 있으면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경험했대. 곰돌이 같은 아들의 마음을 살피고, 물어봐줄 때마다 꼬마는 자기 마음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어. 어느새 마음속 꼬마는 뒤늦게 쑤욱 성장했어. 아이들과 더불어 지내면서 꼬마는 자기 자신을 낫게 했던 거야.



이 어른 꼬마는 아이들에게 문득문득 이렇게 말해 "얘들아!!!!"

그럼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했지. "왜 엄마? 사랑한다고?"

아이들은 엄마의 목소리만 들어도, 사랑한다는 걸 알았대.

"응 어떻게 알았지?" 하며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가 점점 더 또렷해졌데.



꼬마가 가끔씩 슬퍼할 때면, 이제는 더 이상 울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우리 집은 이제 형광등이 없어도 밝고, 노란빛이 선명해. 아무도 자기 빛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거든. 


이 꼬마는 자기 집에 커다란 식탁을 놓고, 사람들을 초대해 빛을 나눠.

어둡고, 차가운 방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빛을 나눠주는 일을 하고 싶었대.

빛을 나눠줄 때마다, 빛은 더 밝아진데. 그게 온 세상을 비추는 날까지 꼬마는 계속 빛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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