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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익 Oct 10. 2023

내가 할 수 있는 '핑'을 했더니

'퐁'이 원하는 대로 오지 않아도 괜찮다.

어찌됐든 이만하면 넘어갈 만하다. 엄마에게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 이야기 했다. 이제는 엄마가 알아들으셨겠지? 이틀 정도 지나보면 알게 된다. '아, 엄마 진짜!! 못알아들었네..?' 분명 내가 이렇게 하지 말아달라고 했는데도 알겠다고 해놓고서 또 그런다. 근데 그 순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난다.





그림책 중에 '핑'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이 세상에는 많은 '핑'과 '퐁'이 있고. 나는 핑만 결정할 수 있고 퐁은 상대방의 몫이다. 상대방이 언제, 어떻게 '퐁'할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 있고, 아주 오래 기다려야할 수도 있다. 그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핑'을 할 뿐이다. 다양한 핑 중에 오늘 나는 어떤 핑을 할 것인가? 이런 내용으로 끝 마쳐지는 책인데, 모든 인간관계에 다 적용할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엄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핑'을 했다. '퐁'이 언제, 어떻게 올지는 나는 모른다. 그건 상대방의 몫이다. 나는 엄마에게 나의 바운더리를 정해주었고, 알려주었다. 이게 내 핑이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퐁'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계속 해서 같은 방식이어도 할 수 없고, 나는 어떻게 '핑' 할지만 결정하면 된다. 그냥 엄마의 '퐁'을 못이기는 척 받아들여줄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다. 변화된 '핑'을 시전하는 것이다.  어물쩍 넘어가고 받아주면, 나의 경계가 허물어트려질 것이다.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아니, 엄마 얘기 하지 말라니까~~~? 응...그래..."



나의 핑은 분명 바뀌었다. 엄마의 '퐁'이 어떤 지와 상관없이 그냥 나는 내 행동, 내 말, 내가 결정할 수 있고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달라졌다. 덜 열받는다. 딸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키워준 엄마에게 그 정도 밖에 안하냐? 뭐 이런 이야기들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자기 보호 하기 위해서 선택한 방식이다. 누가 내 '핑'에 대해서 논할 자격이 있는가? 오직 나만이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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