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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KA Nov 08. 2022

나에게 위로를 주었던 책

그리고 한 편의 영화 이야기


사람으로부터 받는 정신적 고통은 업무적 번아웃이 찾아왔을 때와는 다르게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이때만 해도 이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었다.


그 괴로움을 육체적 고통을 주어 잊고자 수도 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러면서 접한 게 책이었다.


우울증이 심각단계까지 왔을 무렵 책이 준 위로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평상시 책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던 나로선 열댓 권 정도 읽으면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었다.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건 육체적 고통으로 현실을 도피하는 그것과 또 다른 정신적 치유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은 내게 위로를 해주고 있었다.


당시 그렇게 나를 위로했던 책들을 보면서 큰 감흥을 느끼게 되고 무턱대고 접했던 책들이 대부분 베스트셀러였음을 알게 된다.




그 첫 번째 책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다.


아마도 내 심정이 그 책에 반영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최악의 상황까진 치닫진 않았지만 처절하게 무너 저 내린 자존감은 마치 책의 주인공과 같은 죽음을 생각할 만큼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기에 소설은 내게 큰 감동과 함께 삶을 돌아보게 만들고 큰 위로를 주었다.




두 번째 책은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20년 전 책이라고 생각할 수 정도로 책은 나에게 큰 감동을 준다. 얼마나 안타깝고 눈물 흘리게 만들었는지 아마도 내가 한껏 울고 싶었을 때 봐서 더욱 감동 깊게 읽게 된 것 같다.


동구는 잘 컸을까?




세 번째 책은 두 번째 책의 작가인 심윤경 작가의 '설이'를 선택한다.



이때쯤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다.


나보다 더 한 삶을 소설을 통해 간접 경험하며 내 삶과 빗대 보기 시작했다.




네 번째 책인 '불편한 편의점'은 내 감정의 골을 깊게 흔들며 삶의 큰 자극제 역할을 해주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책을 읽으며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기가 왜 그렇게도 힘들었었는지 아직도 그때의 감정이 선하다. 덕분에 올 8월 2편이 나올 때는 사전 예약으로 구매하여 읽기도 했었다.




그렇게 다섯 번째 책인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작년 말에 접하며, 내 안에 숨겨진 감수성을 한껏 느끼게 된다.


울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울고 싶은데 누군가 따귀라도 실컷 때려준 느낌이 든다.


책은 소설이라지만 저마다 처한 상황은 삶의 바닥에서 이를 극복하고자 처절히 몸부림치고 있기에 내가 처한 상황은 그저 넘어져 무릎 정도 까진 느낌마저도 든다.


이런 책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를 위로해주고 나약했던 나의 정신력을 조금씩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렇게 언 1년이 다돼가는 시점 너무도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 영화로 개봉한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2018년 출간된 책은 '리즈 북클럽'에 소개되며 뉴욕타임스 179주, 아마존 40주 1위를 기록하는 기암을 토한다.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칠십이 넘은 나이에 이 단 한 권의 출간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다.


개인적으로 당시 이 책을 접할 때 이런 배경은 전혀 모른 채 그저 이야기에 몰입했었다.


보는 내내 주인공 '카야'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이 가득했었고, 여러 장르가 혼재되어 그 몰입감은 최고조에 달했었다.


행여 극한의 상황으로 끝날 것만 같은 이야기는 불안감마저 심어주지만 다행히도 작가는 해피엔딩과 감동 그리고 반전을 주며 한동안 여운에 빠지게 만들었었다.


그렇게 1년이 흐른 후 영화로 접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다시금 그때의 기억을 되새기게 만들어 준다.


약간의 각색이 있었지만 책으로 접했을 때 감동 그대로 전해 짐이 느껴졌다.


최신작에 밀려 하루 상영하는 횟수도 영화관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1~3회에 그치다 보니 조기 종영될 것처럼 보여 개봉 후 바로 관람한다.


정말이지 보는 내내 눈물 글썽이며 마지막에 복받치는 울음을 참느라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왜 하필 내가 앉은 라인에 사람들이 다 몰려 있던지..



그렇게 1년 여만에 다시금 느낀 감동은 영화가 끝나고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자리를 일어서게 만든다.


아쉬움도 남았다.


카야의 어린 시절이 더 그려졌으면, 사건에 휘말린 카야의 과정들이 좀 더 긴장감 있게 그려졌으면...


아마도 30분 아니 1시간은 족히 더 담아냈어야 했을 수도 있다.


극한의 상황에선 그 어떤 것도 나를 위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수도 없이 흔들리는 감정의 변화는 나로서도 힘들지만 삶의 위로를 주는 것들을 찾아 나서는 것 자체가 나의 존재가치를 발견하는 디딤돌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굴레에 갇혀 다시금 답답이 차오를 때 평일 과감한 일탈과 함께한 영화 한 편은 나를 평온하게 만들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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