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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KA Nov 09. 2022

비밀의 장소

마음이 편해지는 나만의 공간

언제부턴가 내게도 비밀의 장소가 생겼다.


걷기와 자전거 라이딩을 하면서 스치고 지나가던 곳 옆으로 어느 날 묘한 느낌이 들어 시선을 돌리게 된다.



담벼락처럼 가려 있던 수풀에 가려 그동안 보지 못하고 지나갔었기에 조그만 틈으로 비치는 그곳으로 들어가 본다.


아무도 없는 넓은 자연 속 공원의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 이런 곳에 공원이 있지?' 하며 넓은 공원을 돌아보는데 단 한 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집에서 평택까지 자전거를 타고 운동 겸 라이딩을 하며 자주 이곳을 지나다닌다.


그러면서 이곳의 첫 느낌이 좋아서였던지 다시금 이곳으로 들어가 본다.


왠지 모를 편안한 느낌이 몰려온다.


크게 우거진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피고 혼자만의 피크닉을 즐기노라면 근심 걱정은 눈 녹은 듯 사라지고 편안함 속 행복감마저 몰려온다.



다만, 너무도 사람들의 출입이 없는 곳인지라 가끔은 홀로 외딴섬에 갇힌 적막함도 느낀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은 충동이 몰아닥칠 때면 이곳에 앉아 있는 내가 왠지 한심스럽게 느껴지며 한동안 이곳을 찾지 않았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 한순간 가을의 문턱을 넘을 무렵 이곳에 오니 오토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지랖이 넓어 이곳을 소개해버려서 인지 차량을 끌고 들어와 그것도 내 자리에 캠핑을 즐기는 모습을 본다.


'뭐, 내 사유지도 아닌데...'


그래도 다행인 건 워낙 넓은 공간이다 보니 다른 곳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으며 책을 읽는다.



역시 가끔씩 오는 건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게 느껴지지만 이리 화창한 날 유유자적 의자에 앉아 책만 읽기에는 아직 내 끓는 피가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든다.


그렇게 겨울의 문턱을 앞두고 다시 찾았을 땐 이곳이 자연 속 공원임을 느끼게 되는데...



웬 송충이 때가 그리도 많은지 가방 속으로 들어가는 녀석, 목 뒤로 떨어져 기어 다니는 녀석, 음식으로 과감히 돌질하는 녀석...


온몸에 간지러움이 느껴지며 징그러움 속 혹성탈출을 한다.



'그래 너희가 이 땅의 주인이다.. 내 오늘은 물러감세!' 하며 눈 내릴 겨울을 기약한다.




그래도 한적한 나만의 공간이 없어진듯한 느낌은 아쉬움 가득했다.


그런데, 찾으려 하니 또 보인다.



심지어 데크로 잘 꾸며진 공간.


'이런데가 있었구나!'


가을 한낮의 땡볕은 여름 날씨 못지않다.


그늘 막을 펼쳐놓고 그동안 못했던 피크닉을 즐기며 책 읽기에 몰입한다.



이곳이 산이 아니다 보니 취사도 가능했다. 단 내가 가져간 쓰레기는 내가 가져오고 뒷정리 잘해야 또 올 수 있기에 나름 신경 쓴다.


그렇게 한 2주간 이곳을 찾아온다.


한 번은 한동안 못했던 고기도 구워 먹으며 겨울이 되면 못할 절정의 피크닉도 맛본다.


어딘가 나만의 공간, 비밀의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어진다.



한 주 동안 쌓인 정신적 육체적 피로는 뜨거운 목욕탕 물에 들어간 듯 이곳에서 풀 수 있기에 다가올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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