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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KA Nov 11. 2022

나를 괴롭히는 것들

마음 비우기



버티는 자가 승자다?


23년 차 한 직장에 장기근속하며 파란만장한 일대기 속 나름  크고 작은 위기에도 꿋꿋이 버텨 왔다.


20대 후반 개발직 연구원으로 입사해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된 나는 기술영업직이라는 내 의지와는 관계없는 일을 떠안으며 숫자에 대한 압박으로 숨통 트일 날 없는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입사 전만 해도 극강의 육체적 고통이 느껴질 법한 일들을 접해보며 개발자의 꿈을 키웠었다. 하지만 입사 후 나 자신에 대한 미래 설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보니 남들이 말하는 일명 '존버'로 여념 했던 것 같다.


세월의 흐름 속에 뒷전으로 밀려 날 즈음 날 가장 괴롭힌 건 역시 사람이었다.


목표가 없는 삶은 목표를 가진 자들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다는 걸 뒤늦게서야 느낀다.


버티는 자가 승리자라고 누가 그랬던가? 결국 목표가 없는 버팀은 어느 순간 도태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집중과 실행, 그것이 나의 최대 무기였다.


다만, 나도 사람인지라 여러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니 그 자체를 싫어하고 결과 또한 좋지 못함을 알고 있기에 하나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가장 중요한 건 집중을 분산시키지 않는다는 것.




나를 괴롭히는 것



분명 내 주변에는 사이코패스에 준하는 정신병자들이 꽤나 많이 있음을 느낀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만큼 한 직장에 오래도록 있다 보니 능력의 쇠퇴함이 껴지지만 장인 수준으로 발전한 게 있다면 직감과 위기관리 능력이다.


일명 '촉'이 그 누구보다 발달되어 있다 보니 눈길만 스쳐도 약을 팔고 있는 게 느껴진다.


쉬운 일도 어렵게 만들어 감당이 안될 때 누군가에게로 떠넘기며 한껏 고통을 선사하는 사람.
본인은 변하지 않고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들으며 인격 모독과 가스 라이팅을 서슴없이 가하며 사람을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


소시오패스나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소설 중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은 한 사람의 인생을 철저하게 파괴해가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를 소재로 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처절히 짓밟고 자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벌이는 그들의 행태는 그 굴레를 벗어나도 평생 그 트라우마에 갇혀 고통 받게 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그렇지 못한 환경에 처할 경우 심신의 피폐함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내 삶에 있어 나를 괴롭히는 것은 결국엔 사람이었다.




마음 비우기


한 직장에서 오래도록 근무하다 보니 인정받길 갈망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에 대한 집착은 작은 핀잔도 큰 상처로 되돌아와 주저앉길 반복하게 만들었다.


산에 들어가 도를 닦지 않는 한 복잡한 머릿속과 답답한 마음은 씻어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무언가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복잡하게 실타래를 꼬아가는 느낌마저 든다.


강한 고통을 느낀 후 그와 같은 고통이 다시 찾아와도 버텨낼 수 있는 게 사람이라지만, 내게 닥치는 고통은 늘 새롭기만 했고 점차 강하게만 느껴졌다.


그 절정에 다 달았을 때 비로소 깨달음을 얻었다.



나보다 더한 삶을 보고 느끼며 비로소 그런 집착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런 집착을 놓음으로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삶을 되돌아보면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나를 옥죄는 일들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해결되었다.



나를 괴롭히는 것들은 내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기에 오늘도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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