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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머스타드 Dec 03. 2021

저는 누군가에게 제2의 생일을 선물하는 사람입니다

장기구득코디네이터 박수정님을 만난 하이머스타드

손에는 두 개의 핸드폰, 가방에는 손수건과 추모사를 챙겨 다녀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웃지 않는 얼굴이 익숙해져 버린 그는 오늘도 언제 콜이 올지 몰라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방금 막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어쩌면 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사람. 그렇게 해야지만 다른 누군가를 살릴 수 있기에 오늘도 쏟아지는 욕과 날아오는 폭력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 유가족이 겪어야 하는 아픔과 슬픔은 감히 상상조차 안 되기에 그 어떤 반응도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바로 장기구득코디네이터입니다.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 결코 쉬운 직업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을 살린다는 희망이 있기에 계속 달리게 된다고 말하는 박수정 코디네이터. 7년 차 간호사에서 8년 차 코디네이터가 된 그를 만나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저는 장기구득코디네이터입니다



수정 :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장기 구득 코디네이터 박수정이라고 합니다.

그레이스 : (손뼉 치며) 와, 반갑습니다! 제가 장기 구득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을 사실 처음 접해본 것 같아요. 어떤 직업인가요?

수정 : 저희는 뇌사 추정자가 뇌사가 맞는지를 확인해서 그분한테서 장기를 구득*을 해서 장기 이식을 대기하시는 수혜자분들한테 연결해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기를 받으시는 수혜자분들을 보는 게 아니라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구득해서 수혜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코디네이터예요. 한마디로 저희는 뇌사 추정자 보호자들을 보는 업무를 하고 있는 거죠.

*구득(求得) : 구하여 얻음



그레이스 : 박수정 코디네이터님은 어떻게 장기구득코디네이터가 되셨나요?

수정 : 저희 코디네이터들은 기본 베이스는 간호사예요. 저 같은 경우 2006년부터 간호사 업무를 했고 원래는 투석하는 소아 환자들을 봤었죠. 근데 투석하는 환자분들이 신장 이식을 받으면 몸 상태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지거든요. 그런 모습들을 많이 보면서 장기 기증이라는 게 되게 매력적인 파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013년부터는 한국조직기증원 코디네이터로 조직 기증과 관련된 업무를 시작했어요. 원래는 한국장기기증원과 한국조직기증원이 독립된 기관이었는데 2017년에 장기와 조직이 통합이 되면서 지금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됐어요.

그레이스 : 조직기증은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수정 : 실제로 뇌사로 판명이 났을 때 심장, 폐, 간, 췌장, 신장 등을 기증하는 걸 장기 기증이라고 한다면 조직 기증 같은 경우는 사후 기증이에요. 사후에 피부나 뼈, 인대 같은 조직을 기증하는 걸 말해요. 그래서 한국조직기증원에 있을 때는 사망자만 봤었어요. 그러다가 통합되면서 장기 일까지 같이 하게 됐죠.



그레이스 : 그럼 장기 이식은 꼭 뇌사인 상태에서만 가능한가요?

수정 : 네. 우리나라는 뇌사도 사망의 한 종류로, 심장사와 같이 사망으로 인정하고 있는 나라예요. 그리고 뇌사추정통보제라는 법이 있어서 병원에서 뇌사로 추정되는 환자가 발생하면 KODA로 통보해야 해요. 그러면 저희는 병원에 나가서 이 환자가 뇌사 추정자가 맞는지 확인을 하고 뇌사 추정자의 보호자를 만나서 장기 기증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죠.


떨어지지 않는 입을 떼야만 하는 이유



그레이스 : 장기 기증에 대해서 뇌사 추정자의 가족분들에게 말씀을 꺼내셔야 하잖아요. 너무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말씀을 꺼내시나요?

수정 : (장기 기증을) ‘하실래요, 안 하실래요’가 아니라, 아카데믹하게 다가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분들이 하실지 안 하실지는 100% 자유의사이시거든요. 그런데 어떤 심리적인 압박이라든가 주변의 환경에 의해서 이렇게 밀쳐져서 그런 생각을 하시면 안 되거든요. 설득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드리고 선택은 이제 가족분들의 몫이다라고 선택권을 넘겨드리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그레이스 : 그러면 상담을 하실 때 가족분들의 반응은 어떠세요?

수정 :  너무 다양해서요.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죠. 뇌사라는 게 갑작스럽게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가 ‘생로병사’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만나는 가족분들은 ‘로(老)’와 ‘병(病)’이 빠진, 갑자기 생사(生死)의 갈림길에 서신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이 상황을 받아들이시기도 전에 저희는 장기 기증에 대해 여쭤봐야 하고, 그러다 보면 욕을 하시거나 폭력적이신 분들도 계세요. 근데 (그런 반응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 제 얘기를 듣고 ‘네, 장기 기증에 동의를 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내지는 화를 내시는 분들이 많죠.



그레이스 : 방금 갑작스럽게 이런 상황이 닥쳤는데 그런 와중에 장기 기증까지 물어보니까 화를 내신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이 이야기를 빠르게 말씀드려야 되는 상황인 거죠?

수정 : 네. 왜냐하면 교과서적으로는 뇌사가 맞다면 수일 내지는 수주 안에 심장까지도 멈추는 심장사에 이른다고 되어 있어요. 환자의 심장이 멎고 혈액순환이 멈춰지는 순간부터 장기는 괴사 되기 때문에 심장이 아직 뛰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빠르게 장기 기증이 이루어져야 해요.


욕하셔도, 때리셔도 이해합니다


그레이스 : 코디네이터 분들이 상담을 하실 때 가장 좀 상처가 되는 말 같은 건 혹시 어떤 게 있으세요?

수정 : 사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저 사람이 나한테 안 저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러면 저 사람이 나한테 어떻게 해야 될까? 이 상황에서 아니면 내가 이 사람한테 뭘 기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만나는 분들은 선순위 보호자인 거예요.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예요. 이 상황에서 내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으면 안 되거든요. 저희한테 화를 내셔도 되죠. 근데 그래서 조금이라도 편안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조금이라도 그러니까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실 거예요. 환자 상태를 그리고 이 상황을 부정하고 싶으신 상태가 있으실 텐데 저희들이 나갔을 때 그렇게 부정하고 분노하고 이래서 마음이 편안해지신다면 충분히 그렇게 하셔도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병원 문 밖을 나오는 순간 저는 또 다른 업무를 할 거잖아요. 그런데 그분은 항상 그 상황 속에서 남으셔야 되는 분들이에요. 저는 뇌사 추정자의 가족들한테 어떤 기대나 요청이나 요구를 하는 것보단 이 업무에 발을 들인 의료진들에게 교육하고 알려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상처 받지 말아라’

그레이스 : 와 진짜 대단하시네요.

수정 : 아니에요. 오랫동안 상처 받아서 내린 결론이에요.


그레이스 : 장기 기증에 대해 이야기하실 때 수혜자분들에 대한 이야기도 하시나요?

수정 : (단호하게) 아니요. 저희는 뇌사로 추정되는 그 가족분들한테 수혜자 얘기 절대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 가족의 일부를 누구한테 기증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대단한 일인데. “빨리 줘, 지금 기다리고 있잖아. 빨리 결정해”라고 얘기한다면 그분들 마음이 어떻겠어요. 좋은 마음이 들다가도 ‘왜 날 압박하지?’ 그런 반감이 생길 수 있잖아요.

정말 가끔 그런 경우도 있어요. 뇌사 장기기증 잘 진행돼서 수술 들어가려고 하는데, “저 못하겠어요. 그만할래요”라고 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럼 저희 상황에서는 수혜자분들이 싹 다 대기하고 수술 시간만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도 “저희 수혜자 선정 다 됐습니다. 기증하셔야 됩니다”라고 얘기하지 않아요. 이건 불문율 같은 거예요. 왜냐하면 기증하면 저희야 좋죠. 수혜자분들 한 분이라도 사시는 건데, 이 뇌사자 분과 가족분들도 너무 소중해요. 이분들도 소중한 삶이잖아요. 만약에 누군가에 떠밀려서 내가 조금이라도 하기 싫은데 했다. 그러면 그분들의 남은 생은 정말 후회가 될 거예요. 저희는 신규 코디네이터들이 입사를 해도 그 부분을  많이 말씀을 드려요. 이 어렵고 힘든 가족분들한테 수혜자 얘기를 하는 거는 적절하지 않다고요.



그레이스 : 혹시나 부담으로 느끼거나 억지로 결정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혹시 뇌사 추정자 가족분들을 만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있으세요?

수정 : 매 순간이 힘들고. 매 순간이 두렵죠. 그렇지만 가장 힘든 순간은 뇌사로 추정되는 환자가 연령이 어릴 때... 소아 환자, 아기들일 때 보호자를 만나면서 가장 좀 마음의 준비를 하죠. 일단 진료과가 소아 청소년과라고 정보가 들어오면 '아, 내가 보호자를 만나서 어떻게 첫마디를 떼야할까' 이거부터가 막막해지죠.



그레이스 : (숙연해져서) 자녀를 먼저 보내시는 부모님들이 좀 많이 하시는 말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수정 : 부모를 떠나보내는 자녀들은 미안하다고 얘기를 많이 하세요. ‘엄마 내가 엄마한테 이래서 미안해. 아빠 내가 이래서 미안해.’ 이런 얘기를 하는데, (자녀를 떠나보내는) 부모님들은 자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계속 얘기를 하세요. 나의 딸로 태어나줘서. 나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너무너무 고마웠고 네가 나의 얼마나 큰 기쁨이 돼줬는지를 이야기하시는데 그 옆에서 듣기에도 너무 그 마음이 이렇게 전달이 돼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만지시고 어떤 분들은 막 뽀뽀하시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머니가 따님 발에 입맞춤을 하시는 거였어요. 발에다 입을 맞추시면서 “잘 갔다 와. 수술방에 잘 들어가. 그리고 엄마가 너를 너무 많이 사랑했어”라고 하셨죠. 마지막에 제가 침대를 밀어야 되는데... 그냥 슬프다고 표현하기에는 그 이상의 감정이었어요.


장기기증에 관한 오해와 진실



그레이스 : 제가 얼마 전에 뉴스에서 장기 기증을 받아야 되는 분들, 그러니까 수혜자분들은 너무 많은데 장기 기증을 하시는 분들은 점점 그 수가 줄고 있다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수정 : 장기 기증 거부 이유 중에 하나는 잘못된 정보 혹은 편견이거든요. 그런데 장기나 조직 기증 같은 경우는 국가에서 관리를 해요. 그래서 끊임없이 저희한테 압박이 들어옵니다. ‘너희들 정말 잘하고 있니? 유족들한테 예우를 잘하고 있니? 뇌사 장기 기증자분에 대한 예우를 끝까지 너희가 다 하고 있니?’에 대해서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고 감시하고 있죠. 그리고 업무가 끝나고 나서도 저희로 인하여, 기증으로 인하여 힘드셨던 부분이 있었는지 혹은 불편했던 부분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레이스 : 만약 제 가족이 장기 기증을 했어요. 그러면 제 제 가족의 몸은 혹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수정 : 그거 제일 궁금해하세요. 일반 고인분들과 똑같은 장례 절차를 진행합니다. 그러니까 저희가 수술장에서 장기 기증을 하시게 되면 수술 자국은 남습니다. 보통 가슴에서부터 하복부까지 일자나 십자가 모양의 수술 자국은 남고 다 봉합을 하죠. 그 위에 병원에서 쓰는 아주 큰 밴드로 수술 자국을 가려드리고 깨끗이 씻어서 안치실에다 모셔다 드리고 영안실에서 얼굴 확인 다 하세요. 그리고 이제 그다음 과정이 염하고 입관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잖아요. 그럴 때 똑같이 거치시면 돼요.



그레이스 : 그럼 장기 기증을 받는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수정 : 장기마다 수혜자 선정 기준이 달라요. 심장 같은 경우는 모든 의학적인 것들을 고려해서 가장 위급한 분들에게 선순위가 주어지고요. 신장은 유전학적으로 가장 매칭이 잘 되는 분한테 가게 되어 있어요. 굉장히 체계적이고 의학적인 선정 기준들이 다 있어서 어떤 위계라든가 권력자들, 혹은 돈이 많은 사람들한테 먼저 간다거나 이런 건 전혀 없어요. 그런 게 있다면 저희의 존재 이유가 없죠.

그레이스 : (장기 기증에 동의하면) 뇌사에서 깨어날 가능성을 보호자가 차단해버리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도 있으신 것 같더라고요. 뇌사가 깨어날 가능성이 있나요?

수정 : 우리나라 뇌사 판정 기준이 굉장히 타이트해요. 같은 검사를 시간차를 두고 다른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두 번을 검사하시는 거거든요. 판정 기준이 따로 있고요. 그 이외에 선행 기준이 따로 있어요. 여러 가지 과정을 굉장히 면밀하게 굉장히 꼼꼼하게 보기 때문에, 뇌사인데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을 궁금해하신다면 우리나라에선 제로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런 경우를 본 적도 없고요.


힘들어도 내가 계속 달리는 이유



그레이스 :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많으실 것 같은데 이 일을 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졌어요.

수정 : 그만 둘 이유가 없어서요. 수많은 직업 중에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서 나에게 이렇게 큰 보람과 만족을 주는 직업은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일을 왜 하는 지를 생각해보면 저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닌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계속 생겨요. 장기 기증을 한다는 건 그 보호자분이나 주변 가족분들의 인생에서 어마어마한 결정이에요. 근데 제가 그분들한테 그런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는 입장인 만큼 저는 좀 더 좋은 사람, 좋은 코디네이터가 돼서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레이스 : 멋지세요.

수정 :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 그러면 가장 최근에 장기 기증 업무를 하신 건 언제인가요?

수정 : 지난주 어린이날이요. 그때 수술방에 있었습니다.

그레이스 : 코디네이터님도 아이가 있으시잖아요.

수정 : 네. 지금 둘 다 초등학생이에요. 그래서 그날 “엄마 수술이 몇 시쯤 끝날 것 같으니까 병원 옆에 공원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자”라고 했는데 장기 기증이라는 게 굉장히 변수가 많고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아서요. 결국 늦게 끝나서 집 가서 아이들이랑 짜장면 시켜 먹었어요. 작년 크리스마스 때도 병원에 있었고요. 명절 때 병원에 있었던 적이 많이 있었죠. 근데 아이들도 이해를 해줘요. 처음에는 일을 한다고 너무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이젠 아이들이 조금 컸잖아요. 아이들한테 먹여주고 입혀주고 챙겨주고 이게 다가 아니라 엄마가 하는 일이 얼마나 존귀한 일인지를 알려주고 싶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아이들에게 고마울 뿐이지 미안하진 않아요.

그레이스 : 그러면 이 일을 하시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수정 : 제가 집에 들어갔는데 아이들이 "엄마 오늘은 몇 명 살리고 왔어?"라고 물어볼 때가 제일 뿌듯하죠. "엄마가 오늘 6명을 살리고 왔어."라고 하면 애들이 되게 좋아해요. 크리스마스 때도 밤 12시 넘어서 집에 왔는데 아이들이 색종이로 간, 심장, 제 얼굴, 그리고 수술장 이렇게 해가지고 목걸이를 만들어놓고 잠들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얘네들이 많이 기다렸구나. 기다리면서도 엄마가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해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제가 비록 학부모 총회는 못 갔으나, 간식 대신 카드를 쥐어주면서 편의점 가서 뭐 사 먹으라고 하고 있으나 나중에 아이들이 ‘우리 엄마는 날 두고 나가서 돈 벌고 일했어’가 아니라 ‘우리 엄마는 나가서 다른 사람 도와줬어. 그리고 나는 이렇게 컸어’라고 얘기를 하면 되게 감사할 것 같아요.



떠난 분들을 오래 기억해드리는 일



그레이스 : 맡으셨던 분들이 기억이 많이 나시기도 할 것 같아요.

수정 : 수많은 (뇌사자)분들을 좀 오래오래 기억해 드리고 싶어요. 저희 한국 장기 조직 기증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추모 공간이 남아 있거든요. 거기에 저희 코디네이터가 쓰는 란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기증이 끝나면 그 기증 스토리에다가 글을 몇 자 남기거든요. 마지막 인사처럼요.

그레이스 : 뭐라고 남기세요?

수정 : ‘너무 많이 힘들지 않으시기를, 또 너무 많이 지치지 않으시기를 항상 기도하고 오래오래 기억을 하겠다.’ 이런 얘기를 익명으로 써놓죠. 그게 저의 의식 같은 거예요. 사실은 슬픈 감정이 저한테도 아무래도 남아 있잖아요. 그 감정을 털어버리고 다른 가족분들을 만날 준비를 하는 거죠.

그리고 유족분들이 바라는 게 그게 아닐까 싶어요. 장기 기증을 해서 보상을 원한다거나 아니면 주위에서 ‘정말 좋은 일 했구나!’라고 박수를 받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좀 기억을 오래 해드리는 게 그분들이 제일 바라는 일이 아닐까요?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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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Gs8FbC0DTYs


※다음 편은?

> 수능을 망친 사람들이 N년 뒤 모여서 나눈 이야기


우리는 한 사람의 작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세상이 서로에 대한 공감과 격려와 환대로 변화되기를 원합니다. 하이머스타드는 2020년 1월 가정폭력을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해 장애, 아동, 환경, 가족 등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에 대한 공감과 희망이 담긴 따뜻한 이야기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글|이든

기획|하이머스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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