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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유진 Jul 12. 2022

La vie en France - 한 여름의 그늘

07. 그늘 아래서 터진 울음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서지는 송아지 고기가 놓여있던 자신의 파란 접시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둘이 같이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길던 공부도 끝났고 직장도 구했고 프랑스에서 이제야 어떻게 사는지도 알 것 같았는데 끝나버린 거예요.”

서지는 울음을 참기 위해 파란 접시를 계속 응시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동안 프랑스에서 쌓은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 보낸 시간을 돌이켜보면 다 그 친구랑 함께 한 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이젠 그 모든 게 지워야 할 고통스러운 추억이 됐으니 저한테는 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요. ”

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든 서지는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던 안소피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결국 참던 울음이 터졌다.

크리넥스 몇 장을 뽑아 서지 앞에 놓은 안소피 할머니는 서지를 조용히 기다려 줄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지는 안소피 할머니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


길게 떠있던 퐁텐블로의 해가 지고 있었다.

파리보다 길게 뻗은 퐁텐블로의 하늘이 지는 해로 노랗고 빨갛게 물들여졌다.

눈썹까지 빨개진 서지는 어느새 울음을 멈추고 안소피 할머니에게 힘 없이 이야기했다.    

“프랑스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니 제가 왜 여기에 더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미 학교도 졸업한걸요. 일은 한국에 가서 다시 찾으면 되는 거고, 더 이상 프랑스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진 것 같아요”

안소피 할머니는 서지를 보며 아주 천천히 말했다. 

“서지가 많이 힘들구나”

서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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