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윈하우어와 애플의 혁신
맥 프로 Mac Pro는 애플 Apple사의 데스크탑 컴퓨터로서 만들어 내는 기기들 중 최상의 성능을 가진 전문가용 컴퓨터이다. 애플 Apple은 2006년 1세대부터 출시해 2013년, 2019년을 거쳐 2022년 3월 행사를 통해 Mac Pro를 발표한다고 하였다. M1 Ultra와 맥 스튜디오 Mac Studio 발표를 한 후 애플 Apple은 Apple Sillicon (애플 프로세서)의 전환의 마지막 제품은 맥 프로 Mac Pro가 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애플의 디자인은 보통 많은 기능을 담아야 하는 하드웨어에서 디테일과 부가적인 요소들을 하나의 디자인으로 통합하며 성능을 디자인에 적절히 녹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애플은 내부 기판회로의 배치와 외부 결구부의 마감, 그리고 소프트웨어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서 그 자체로서의 완성도 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그런 애플의 Mac Pro 초기 디자인인 2006년 1세대 디자인은 출시되고 난 후 2013년까지 판매되었다.
1세대 Mac Pro는 외부의 구조가 스틸프레임에 내부가 채워져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 CPU 성능 저하가 생겨 문제가 일어날 시 알루미늄 판만 들어내면 바로 교체가 가능하다. 또한 외관은 위와 아래 스틸프레임의 형태를 똑같이 적용하여 전체의 프로덕트 상의 통일감을 주면서도 상부는 데스크탑을 옮기기 위하여, 하부는 데스크탑의 지지와 쿨링을 위하여 만들어져 있어 두 가지 기능을 하나의 디자인 요소 안에 통일시키는 애플의 디자인 철학을 담고 있다.
그런 애플은 이후 2019년 6월 3일에 개최된 "WWDC 2019"에서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뀐 "Mac Pro 2019년 형"을 공개했다. Mac pro 2019의 디자인은 2013의 원통형의 모습에서 2006년의 예전 디자인을 재해석한 모습으로 바뀌어 출시되었다.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은 마찬가지로 내부의 요소들을 자유롭게 해주면서 전면, 배면, 측면등 4면을 열리게 하여 부품의 추가, 제거 및 환기 시스템이 용이하게 한다.
특히 이들이 주목하였던 것은 2006년 형에 비해 커진 천공 디자인인데, 치즈 강판 (Cheese Grater)로 오해받고 있으며 그래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천공 디자인은 외관보다는 성능을 중시하는 애플의 디자인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공기의 흐름을 고려하여 쿨링을 하면서도 구조를 지탱할 수 있는 이중외피 Double Facade 시스템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애플에서는 실제로 쿨링 시스템이 좋지 않았던 Mac Pro 2013년형 보다 월등히 개선된 쿨링시스템을 선보였다.
또한, 위의 손잡이를 통해 알루미늄 하우징이 손쉽게 제거가 가능하며 360도, 어느 방향에서든 내부 시스템에 손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Mac Pro 2019년형"의 경우, 케이스 상단부에 2개의 썬더볼트3(Thunderbolt 3) 포트와 전원 버튼, 그리고 상태 표시등이 위치하고 있으며 뒷면의 경우, 최대 12개의 썬더볼트 3 포트가 위치하고 있기에 다른 연관 포트들을 매끄럽게 통합시켜준다.
'혁신'이라고 말하며 발표한 애플의 디자인은 무려 약 70년 전인 1950년에 어윈 하우어라는 조각가의 작업들의 개념과 형태적으로 유사할 뿐 아니라 개념적 유사성까지 가지고 있다.
우선 어윈 하우어라는 조각가를 살펴보자면, 그는 비엔나 응용미술아카데미와 예일대학교에서 알버스의 지도를 받았으며, 예일대학교 조각과 교수로 1957년부터 1990년까지 재직하였다. 그리고 그는 모듈 구성을 강조한 미니멀리스트로 건축가와 공동작업을 진행하였으며, 그 중 1950년대는 조각적 조형작업에서 공간설계로 확장되는 시기로 모듈레이션에 대한 스크린 월 Screen Wall을 건축, 실내 공간에 활발하게 적용하였던 시기이다.
그의 작업은 작업 당시의 시대적 배경 아래에서 알아보아야 한다. 시대적 배경은 공공성의 강조와 내·외부 경계의 재인식, 연속적인 표피의 생성, 기술적인 한계의 직면, 기술의 발전과 재조명의 과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가 작업할 당시의 1950년대 건축에서는 철과 유리의 발전으로 인한 건물 외피의 경량화와 자유로운 평면으로 인하여 건축과 도시의 디자인 전반에 공공성의 개념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개방성, 폐쇄성 그리고 내부와 외부의 경계의 재인식에 대한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모더니즘에서 발견된 유리라는 재료의 특성상, 투명성만으로는 그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웠음은 확실하다.
어윈 하우어의 조각 작업들은 이와 같은 요구들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었으며 내·외부의 소통의 수단으로서 그는 스크린과 벽체 개념을 포함한 조각을 설계하게 된다. 그는 모듈을 이용한 연속적인 외피를 디자인 하였으며 모듈의 조합을 통하여 패턴을 생성하였다. 그의 형태는 부분의 형태가 전체를 형성하였으며 모듈의 특성인 확장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또한 내·외부 경계사이의 소통을 위하여 시각과 빛의 조절 방법을 선택하였다. 흡수와 굴절, 빛의 난반사를 이용한 패널을 통하여 시각적인 피로를 줄이고 다른 공간감을 부여하였다.
어윈 하우어의 디자인은 1950년대 모듈 대량생산의 방식으로 사용되었던 캐스팅 공법으로 제작되었다. 그렇지만 그의 모듈에서 사용되었던 재료인 하이드로 스톤, 캐스팅 스톤과 콘크리트의 경우 물과 혼합하여 가공되는 공법의 특성상 가공 후 수분이 증발하게 되고 이는 모듈의 축소를 일으켜 제작 후 조립 시 시공 오차가 생기게 되며 디테일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또한 재료의 건조시간 때문에 오랜 제작 시간이 소요되며 몰드 틀 자체도 여러 개가 필요하게 되어 경제성의 문제가 야기 되었으며, 그 이외의 생산의 어려움, 가공시간 등의 기술적인 한계로 인하여 그의 모듈은 한동안 제작이 중단되어 왔다. 결과적으로 그의 디자인 특징인 동일한 크기의 반복 패턴은 경제성과 시공성 때문에 생겨나게 되었지만, 공간을 단조롭게 만들어낼 수 밖에 없을 뿐 더러 현대에 이르러서 요구되는 다양한 공간적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한계는 파라메트릭 디자인과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Digital Fabrication) 기술 등으로 디자인 프로세스에서의 시공오차를 줄이고 변수들을 조절하며 여러 가능성들을 실험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반복모듈에 차이를 두어 중첩과 연속적인 커브를 이용한 형태를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UHPC와 GFRC와 같은 비정형의 형태를 생성할 수 있는 재료들로 인하여 대규모 건물의 외피에서도 빠르면서 경제성이 극대화 될 수 있는 디자인이 가능해졌다.
어윈 하우어 작업 중 공통적으로 적용된 특성은 이중표피를 통한 내·외부 경계의 모호성이다. 모더니즘 시대에서는 어윈 하우어는 이중표피를 통해 내·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였으며, 1950년대 작품 Design 201은 재료의 투명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간과 되어졌던 모더니즘 공간의 형태와 물성(Materiality)의 절충적 역할로서 이용되어 졌다.
다음으로는 1950년대 후반, 도시와 건축 일반에서 공공성이 강조되면서, 공간개념은 사적이고 폐쇄적인 공간특성을 넘어서 새로운 공간적 경계가 필요하게 되었고, 구조적이고 모듈화 방식의 조형작업을 해왔던 어윈의 작업이 관심을 받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공공성에 대한 문제는 현재로 와서 변화하고 있는 업무시설의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내·외부를 모호하게 함으로서 업무시설의 외피리모델링을 진행하였을 때 외부공간 및 휴게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업무시설의 저층부의 공공성을 확충하는 방안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1950년대의 모더니즘 시대에서 건축가들은 과거의 장식을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단순화시켜 이를 대량생산의 방식으로 치환하였으며 기존 형태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모더니즘 적 형태로서 절충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어윈 하우어는 특히 빛을 이용하여 내·외부의 소통과 경계를 흐리는 방식으로 설계를 진행하였으며, 그에게 있어 빛은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재료였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직교, 그리드 기반으로 패턴을 증식, 매트릭스 개념으로 입체적 객체를 증식하고 중요한 안정성과 구축방식과 같은 구조적 측면을 고려하였다.
어윈 하우어는 Design 201의 표현방식에 있어서 내부와 외부 경계의 소통을 위해 패턴의 형태를 이용한 빛의 조절을 선택하였다. 이것은 업무시설에서 사용자에게 중요한 요건인 과도한 일사유입과 그로 인한 업무 불쾌 현휘 감소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형태에 내포되어있다. 다음은 어윈하우어가 Design 201에 대하여 기술한 내용이다.
“디자인 1은 스크린과 빛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그것의 외관은 광원과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진다. 스크린의 무수한 개구부는 우리가 다른 각도에서 그것들을 인식함에 따라 미묘하게 모양을 바꾼다. 빛과 화면과의 거리에 따라, 우리는 이러한 개구부가 크고 겹쳐진 원의 패턴으로 구성되거나 평면 안팎으로 짜여진 거대한 고체 형태의 윤곽을 그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Hauer, Erwin)
그 당시의 인테리어 프로젝트들은 소규모의 제작 및 설치에 대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8인치 단일 모듈의 형태로 제작되었다. 그래서 세장한 두께 때문에 패턴 단일로 구축되어 있는 것이 아닌 프레임 지지를 하였으며 바닥과 천정을 고정하는 방식으로 설계 되었다. 이후 어윈 하우어는 1951-54년까지는 50cm의 캐스팅 스톤을 사용하였다. Design 201은 교회의 전면 외피에 설치되면서 크기와 중량이 증가되었다. 1950년대 후기에 비하여 내외부의 개방성 확장을 위하여 보이드 면적의 비율을 증가시켰다.
특히 가공방식에 따라 두께와 플라스틱 캐스팅을 통한 모듈의 중량절감 등 재료 및 시공 방식을 변경하면서 작업하였다. 1950년대 당시에는 내부적인 스크린 월로서 한정되어 사용되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큰 모듈의 생산이 가능하여 모듈의 크기가 커진다면, 관입되는 부분에서 볼륨이 형성되며 공간적인 가능성이 현대에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입체적이지만 하나의 폐곡선으로 형성된 표피이기 때문에 자중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구조적 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어윈 하우어의 작업을 통하여 Mac Pro 디자인을 살펴 본다면, 이제 이 둘은 같은 형태 상의 특징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개념 또한 유사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956년의 어윈 하우어의 디자인은 빛의 방사효과를 이용하여 내·외부 밝음과 어두움의 대비를 유도하였으며, 직육면체의 두꺼운 모듈을 선택하여 시공에 유리하도록 설계하였다. 또한 내부공간은 적은 스케일으로, 외부공간은 12인치로 다양한 크기의 모듈을 제시하였다.
애플이 설계한 Mac Pro 2019년 형의 외피 디자인 또한 이중 외피를 통하여 입체적인 표피를 구상하였으며, 이를 통해 외기와 맞닿으며 구조적으로 안정한 기능을 충족시키고 있다. 이는 어윈 하우어 작업에서 외부와의 시각적 소통과 공공성의 영역으로 치환되며 마찬가지로 자중을 버틸 수 있는 구조적인 역할이 가능하다. 즉, 형태에 내재되어 있는 특징이 다른 상황에 맞게 발현되는 현상 중 하나이다. 단순히 형태만 보더라도, Erwin Hauer와 Mac Pro는 개구부를 이루고 있는 그리드 체계가 직교 그리드 이냐, 삼각 그리드이냐의 차이이다. 개인적으로 Mac book에서의 로고가 빛이 나듯이 Mac Pro의 내부에서도 광원의 배치로 인하여 빛이 난다면 어윈하우어 스크린의 공간조형적 효과를 Mac Pro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각설, 이 둘의 비교를 통해서만 보자면 애플이 말하는 '혁신'은 새로운 디자인과 형태로서의 혁신이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오늘날의 '혁신'은 옛 형태의 차용과 약간의 변형으로서 온 어윈하우어 형태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이 형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형태 생성 논리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혁신'의 정의와 뜻이 맞닿아 있는 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