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50% + 시차적응 40%
[ 세 번째 날, 여행지 리스트 ]
1. Getty(게티) 박물관
2. USC 전야제
11:00 아가들 기상
이른 시간부터 가족들의 스케줄로 분주한 아침이 될 것 같고 그래서 당연히 아가들이 일찍 깰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아무리 옆에서 뚝딱뚝딱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고 낮 11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덕분에 엄마는 늦잠도 자고 에너지 회복했다.
어른이나 아이나 한국인은 미국에 있어도 한식이 최고다! 든든하게 아점 먹고 밖으로 Go go go~!
13:00 게티 박물관
아가들이 좋아하는 트램이 이곳에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공기도 좋고 뷰도 좋고 기분도 좋고:) 게티 박물관은 규모가 엄청나고 건물별 컨셉이 달라서 골라 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어른들끼리만 있었다면 천천히 구경하면서 여유를 즐겼을 텐데 아직 세 살, 다섯 살밖에 안된 아가들이 고전 전시물들에 관심이 있을 리가. 자꾸 밖으로 나가자고 해서 멋지게 꾸며놓은 정원으로 나갔다.
꽃구경, 벌 구경, 분수 구경하고 카페에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했다. 조금만 더 서둘렀다면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했을 텐데 카페에선 아가들이 그다지 먹을 게 없어서 아쉬웠다. 식사 후 시간을 보니 게티 빌라는 이미 예약마감되기도 했고 특별히 여기서 더 할 게 없어서 첫 번째 일정은 마무리했다.
17:00 집 앞 수영장에서 물놀이
첫째가 단지 내에 있는 수영장을 엄청 좋아한다. 이미 아침부터 수영장 가자고 노래를 불렀더래서 잠깐 짬을 냈다. 고모랑 가도 아빠랑 가도 언제나 즐거운 물놀이 시간-!
19:00 USC 전야제 행사
와 정말.. 말모말모. 명문 대학교인 만큼 행사 규모도 퀄리티도 엄청났다. 드론쇼로 졸업 축하 메시지를 전했는데 나는 이 학교 학생도 아니고 졸업생도 아니었음에도 가슴이 뭉클해져 울뻔했다. 정말 고생해서 2년 반 프로그램을 마친 울 아가씨가 대단하고 멋있고 우러러보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학생 때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아 항상 아쉬움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부분마저 해결되었다. 마음이 편해졌다.
비록 행사도 늦게 끝났고 저녁밥도 제대로 못 먹었고 날씨도 많이 쌀쌀했어서 아가들의 컨디션이 걱정됐지만 탈없이 하루를 보내어 감사했다.
00:00 밤잠
너무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비몽사몽인 아가들. 씻길 시간도 없어 세수 양치만 후다닥 했다. 첫째는 (다른 숙소에 계신) 고모랑 같이 자고 싶다고 울고불고하다 겨우 잠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달래 지지 않고 우는 건 정말 드문 일인데 고모가 너무 좋은가보다. 고모랑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아 첫째에게도 아가씨께도 고맙다:) 둘째는 오빠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잠들었다.
셋째 날이 되니 비로소 안정된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조금씩 적응되고 있는 시차. 그래서 그런지 여행이 점점 더 즐거워진다.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여서 정말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고 행운이다.
오늘을 마무리하며,
여행 50% + 시차적응 40% = 여행 즐길 준비 완료
+ 전야제 행사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남편과 시어머니께 “행사가 진짜 멋있었어요. 다음 졸업식 전야제는 손주들의 아이비리그 대학교로 가면 되겠죠? 예일이나 하버드ㅋㅋ”라고 웃으면서 소감을 나눴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는데 20년 후쯤 정말로 말이 씨가 되는 순간이 오면 좋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