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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소방관 Jun 22. 2024

부부간 대화의 소재거리가 떨어졌다면 골프를 시작하세요

공동체 속 공통분모의 힘

골프는 그저 비즈니스 차원의 운동이고 돈 많은 사람들이 누리는 사치라고만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몸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이런저런 운동들을 한 번씩 맛보다가 순수한 호기심에 잠깐 골프를 배우긴 했었다. 하지만 홀로 스크린에 공치는 적적함은 활기 넘쳤던 나에게 전혀 재미를 주지 못했다. 어쨌든 골프는 남 얘기였다. 아마 내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겠지.


주변에서는 골프의 중요성과 필요성 그리고 즐거움에 대해 강의를 많이 해주셨지만 나도, 남편도 매번 흘려듣기만 했었다. 그러다가 최근 다녀온 미국 여행을 계기로 골프는 우리의 즐거움이 되었다.


차근차근 설명하자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계시는 부부님께서 우리 가족에게 Half Moon Bay Golf Links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다. "아이들도 부모랑 같이 와서 골프도 치고 뛰어놀기도 해. 날씨가 좋으면 석양도 엄청 멋있는데 다들 이런 자연에서 골프 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더라고"라고 덧붙여 설명은 해주셨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러곤 잠시 후 도착했다. 와우! 세상에. 마침 날씨까지 최고였다.


눈은 휘둥그레지고 몇 가지 감탄사 말고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자연은 멋있었고 골프 치는 사람들은 온전히 그들의 시간을 즐기는 듯 여유로워 보였다. 우리 아이들도 그곳이 마음에 들었는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신나게 뛰어놀기도 했다. 이때 결심했다. 나도 골프를 배워서 저들처럼 이곳을 만끽해야지!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골프 레슨 등록을 했다. 남편도 같이 할 건지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쿨하게 동의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공과 막대기랑은 전혀 먼 사람이 레슨을 받겠다고 마음먹다니! 그곳에서 나만 감동받고 온 게 아니었나 보다.


같은 코치님이지만 남편과 스케줄이 달라 레슨도 연습도 각자 하게 되었다. 공통분모가 생겨서 그런지 서로의 골프 근황에 대해서 궁금해졌고 하나씩 묻기 시작했다. 자녀 이야기 말고는 딱히 대화의 소재거리가 없었는데 ‘골프’로 인해 다시 이야기꽃이 피었다. 그리고 배꼽 잡고 웃는 순간도 생겼다. 그렇게 하루 이틀 쌓이다 보니 부부 사이가 다시 돈독해졌다. ‘다시’라 하면 허니문 때만큼인 것 같다. 자녀 이야기 외에도 서로 웃으며 대화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할 일이고 큰 축복이다.


이왕 시작한 부부 골프이니 아가들에게도 알려주자 싶어서 어린이 골프채 세트를 사줬다. 첫째도 둘째도 처음 보는 막대기들이라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각자 알아서 규칙을 세우고 열심히 공을 치기 시작했다. 홀 안에 공이 안 들어간다고 속상해하는 첫째의 울상인 얼굴이 얼마니 귀엽던지. 아이들 또한 엄마 아빠랑 이야기하고 싶은 소재거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남녀노소 연령상관없이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골프를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아가들과 다 같이 필드 가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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