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년 전이지만 소중했던 기억
2년 전 오늘,
첫째와 낮잠 문제로 전쟁 같은 시간을 보냈다. 평소엔 잘 자던 아이가 오늘은 둘째와 타이밍이 어긋나며 잠투정을 부렸고, 결국 재우지 못한 채 오후 내내 씨름했다. 비록 엄마의 몸은 하나이고 두 아이를 양쪽 방에 하나씩 재워야 하지만 그동안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힘든지. 분명 낮잠을 안 자면 저녁 시간에 더 힘들어할 걸 알기에 이런저런 협박(?)도 해봤지만 통하지 않았다.
지쳐버린 나는 결국 “엄마 지금 너무 힘들어. 너희끼리 좀 놀아”라고 큰소리치고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이런 엄마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닌데...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화는 내지 않으면서 엄마의 마음을 아이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문득 유학생 때 공부했던 ‘미술 심리 치유‘가 떠올랐다.
서둘러 둘째를 재운 뒤, 첫째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꺼냈다.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 주니야, 우리 3시에 책 두 권 읽고 자기로 약속했잖아. 엄마가 책도 읽어주고, 옆에 있어주고, 어부바도 해줬는데… 주니가 안 자고 계속 힘들게 해서 엄마가 이렇게 눈물이 났어.
(그림을 그리며) 눈물이 이만큼 넘쳤고, 엄마 마음은 깜깜해졌어. 너무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였어. 엄마는 너무 힘들어서 아기랑 주니가 집에 있어도 혼자 멀리 산으로 가고 싶어졌어.
[주니] (슬퍼하기 시작하면서) 그럼 아빠가 있어야 돼요…
[엄마] 아빠랑 아기랑 지내도 돼? 엄마는 없어도 괜찮아?
[주니] (눈물을 흘리면서) 한 번만 자고 와요…
[엄마] 아니, 이 산에 가면 오래오래 안 올 거야.
[주니] (더 크게 울며) 안 그럴게요… 엄마… 잘 들을게요…
[엄마] 정말 약속 지켜줄 거야?
[주니] 네…
[엄마] (아이를 안으며) 고마워, 주니야. 엄마가 우리 주니 많이 사랑해. 그럼 이제 우리 엄마 눈물 안 나게, 반짝반짝한 색으로 색칠해 줄까?
[주니] (편안해진 얼굴로) 이걸로 할래요.
(검은색과 노란색을 번갈아 들며 색칠 시작)
[엄마] 그래. 까만 마음도, 엄마 얼굴도, 우리 집도 반짝반짝 색칠하자. 이제 엄마 마음도 안 깜깜해, 주니야.
잠깐의 대화였지만, 내 마음은 어느새 봄이 된 것 같았다. 불과 몇 분 전 언성을 높였던 나와는 딴사람처럼. 3살 아이에게 화내고 말로 설득하기보단,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건넸고, 아이도 받아주었다.
육아는 사랑이지만, 동시에 매일의 감정싸움이다. 혹시 유난히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는 육아맘이 있다면 이런 방법을 권하고 싶다. 아이와 나, 서로를 다독이는 시간. 집이 조금은 평화로워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