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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촌닭 Jun 13. 2024

수학여행!!!

독일초등학교 수학여행

드디어 드디어 수학여행이다!!! 1년 전 수학여행 일정이 나온 이후로 1년을 기다렸다.  장소는 아빠가 좋아하는 Ottendorf, 열 번은 넘게 갔다 온 곳이라 잘 안다.  집에서 차로 한 시간 반정도 걸는 곳이라 자고 온 적은 없는데 이번에는 4박 5일 동안 있는다.  사실 장소는 상관없고 처음으로 친구들이랑 여행을 가서 진짜 너무너무너무 설렌다.  베를린에 살 때는 유치원 때부터 여행을 다니는데 나는 시골동네로 이사 코로나 등등 이런저런 이유로 한 번도 못 가봤다.  그걸 8살 초등학교 3학년에 처음 간다니 내가 얼마나 좋은지 내 마음은 진짜 내 쌍둥이 친구들만 알 수 있는 거다.  거기다 나는 여행 중에 내 9번째 생일도 맞이한다.  나는 친구들이랑 생일파티, 매일밤 파자마파티등  여러 가지를 준비했는데... 슬프게도 준비물에 가져오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모든 전기기기는 금지.  모든 음식들 특히 간식 금지.  용돈은 15유로만.

가방은 스스로 들고 끌 수 있는 것을 가져가야 했다.  가져가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가방을 혼자 끌어야 하니 엄마는 이것저것 다 안된다고 하고 나는 다른 건 다 포기해도 침대램프, 샤워가운, 아보카도 인형은 꼭 가져가고 싶어서 챙겨 넣었다.  그렇게 수학여행 출발날 아침 기차역으로 엄마아빠동생과 다 같이 갔다.  내 엄마랑 쌍둥이엄마는 자꾸 울려고 해서 제발 지금 울지 마라고 우리 부끄럽다고 집에 가서 울라고 했다.  마지막 기차가 들어오기 전에 미아가 눈물을 터트리며 아빠를 찾고 울기시작했고 그렇게 우린 미아를 달래 가며 출발했다.  

쌍둥이엄마는 우리가 기차를 타고 짐을 놔두고 앉기도 전에 도착할 거라고 했다.  무슨 말이냐면 계속 떠든다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이미 도착했을 거라나... 그런데 그렇진 않았다.  우리는 기차에 타서 가방을 선생님에게 맡겼다.  그래서 큰 가방을 복도에 뒀고, 작은 가방들은 의자밑에 뒀다.  우리는 심심해져서 나의 카드게임을 꺼내서 하려고 했는데 다리아는 안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쌍둥이랑 셋이서 카드게임을 하다가 또 뭐가 섞이고 순서가 바뀌고 방법이 다르고 해서 싸우다가 결국 또 알렉산드라가 울음을 터트렸다.  카타린은 자기 쌍둥이가 우니까 울일도 아닌데 이런 걸로 울지 마라고 다 쳐다본다고 내가 더 부끄럽다고 하니 알렉산드라는 너는 내 마음을 모른다며 눈을 감았다(이걸 수학여행 내내 매일 한 번씩 했다.  알렉산드라가 울고 카다린이 그만 울라고 창피하다고 하고 내 마음 모른다고 눈감고... 하... 진짜 알렉산드라야....)  그렇게 게임은 끝났고 우린 창밖을 봤다.  그러다 도착했다.  수학여행 내내 비가 올 거라고 했는데 다행히도 비가 오진 않았다.  그런데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너무 멀어서 진짜 엄청 힘들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10시 체크인 시간은 11시.  밖에서 기다려야 해서 남자아이들은 오자마자 축구를 했고, 나랑 카타린은 밖이 너무 추워서 화장실 가는 척하며 안에서 있었다.  그러다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방은 카타린 알렉산드라 다리아 나 이렇게 네 명을 쓰는데 이층 침대가 두 개가 놓아져 있었다.  보자마자 카타린한테 뛰어하며 창문에 붙어있는 침대로 달렸다.  그래서 우리는 문뒤에 붙여있는 침대가 아닌 뷰가 좋은 창문에 붙어있는 침대를 쓰게 되었다.  침대를 차지하고 일단 짐부터 풀었다.  그리고 옷장을 열어서 한번 다 닦아내고 거기에 옷과 속옷들 신발 등등 모든 것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침대시트를 정리했는데 커버 씌우는 게 너무 어려워서 진짜 힘들게 해냈다.  그래서 선생님한테 침대시트 정리 잘했다고 칭찬스탬프를 하나 받았다.  점심으로 피자빵이랑 수박을 받았는데 피자빵 위에는 야채가 잔뜩 올라가 있어서 나는 안 먹고 아침으로 엄마가 싸준 우유빵을 먹었다.  

점심 먹고 호스텔의 역사를 듣는 걸로 해서 진짜 수학여행이 시작됐다.  

수학여행 둘째 날에는 내 생일이어서 아침 먹을 때 다 같이 파티해 줘서 기분이 좋았다.  선생님이 안된다고 했지만 아빠가 그냥 챙겨가라고 해서 친구들에게 줄 내 생일기념 선물들을 나눠줬더니 다들 좋아했다.  나는 엄마가 미리 선생님한테 전달해 뒀던 선물을 받았다.  새 선글라스가 꼭 가지고 싶었는데 드디어 받아서 너무너무 좋았다.  내가 엄청 좋아하는 선글라스를 키엘 생일에 박물관에 갔다가 잃어버려서 안 그래도 속상한데 엄마가 이제 좋은 거 안 사준다고 해서 두배로 속상했는데 새로 받아서 너무 기뻤다.

내가 좋아하는 목욕가운이 있는데 나는 이걸 꼭 수학여행에 가져가겠다고 했고, 엄마는 뭐 하러 이걸 가져가냐고 했는데 가져오길 진짜 잘했다 싶은 일이 일어났다.  이 호스텔은 방마다 샤워실이 없고 복도에 있는 샤워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방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아이들은 수건으로 몸을 감고 나와서 방으로 갔다.  마리도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몸을 감고 나와서 방으로 가는데 뭔가 잘못해서 마리의 소중이가 다 보여버리고 만 거다!  복도에 있던 남자애들이  다 봐버렸는데 마리는 Scheiße egal (젠장 상관없어) 이러며 씩씩 거리고 지나가버렸다.  난 샤워하고 내 샤워가운을 입고 나와서 안 뛰어도 됐었다.  것봐 엄마, 챙겨 오길 잘했지!

또 나는 내 단짝친구와 밤에 마스크팩을 하려고 챙겨가서 친구랑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와서 잘 시간이라며 자라고 하는데 우리가 팩을 하고 있는 걸 보더니 너희는 시간 더 줄게 하며 나도 여자라 이해한다고 했다.

수학여행기간에 점심은 늘 안 줬다.  아침 먹을 때 스스로 점심에 먹을 것을 싸서 알아서 점심에 먹었다.  난 보통 아침은 안 먹고 점심저녁을 꼭 따뜻한 음식으로 먹는데 아침과 점심을 거의 굶다시피 해서 늘 배가 너무 고팠다.  호스텔에서 저녁은 따뜻한 음식을 해줬다.  굴라쉬, 볼로네즈스파게티, 돼지목살 한 번은 뭘 먹었는지 도대체 기억나지 않는데 저녁이 매번 지인짜 맛있는 거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엄마는 내가 배가 고파서 그런 거라고 하는데 아니다 진짜 맛있었었다.

가져온 용돈 15유로로 자판기에서 젤리랑 과자 사 먹고, 기념품으로 거북이도 한 마리 샀다.  하루는 친구들이랑 밤에 과자 한 가지씩 가져와서 나눠먹으며 과자파티도 했다.

하루는 갯벌 걷기를 했는데 나는 처음에 맨발로 걸으려고 맨발로 들어갔다가 발바닥이 찢어지는 것처럼 추워서 바로 포기하고 양말 두꺼운 거 신고 장화 안에 따뜻하게 해 주는 깔창까지 깔고 걸었다.  바스티는 원래 좀 잘 우는 남자아인데 이날 자기 못한다며 계속 울면서 걸어서 너무 시끄러웠다.  창피하지도 않나? 왜 저렇게 운담.


많은 일들이 있었던 내 삶의 첫 수학여행은 정말 너무나도 즐거웠다.  돌아와서 기차에서 내리고 엄마아빠가 보여서 조금 속상했다.  왜냐면 수학여행이 끝나버렸으니까.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

수학여행 출발 때 우리가 탔던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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