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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촌닭 Apr 24. 2024

아픈 날

나는 가끔 아프다.  특히 무리를 하면 나중에 아픈데 이번에는 수학여행의 여파로 아픈 것 같다.  지난주에 나는 4박 5일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쫄쫄 굶고 올 거라 걱정했던 엄마의 걱정은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나는 잘 먹어서 살이 쪄서 돌아왔다.  아침에는 입맛도 없고 먹고 싶지도 않아서 보통 아침은 잘 안 먹는다.  그래서 점심쯤이면 배가 엄청나게 고픈데 우리가 갔던 호스텔에서는 점심은 주지 않아서 아침 먹을 때 스스로 점심때 먹을 음식을 싸서 나와야 했다.  그러고 저녁은 따뜻한 음식으로 나왔다.  스파게티볼로네즈, 독일갈비찜, 바비큐.  저녁을 4번 먹었는데 하루는 도대체 뭘 먹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사실 음식을 엄청 가리고 살도 잘 찌지 않는데 살이 쪄와서 나도 놀라고, 엄마는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며칠 여행을 가거나 평일에 무리해서 스캐쥴을 소화하면 자주 아픈데 이번에는 안 아파서 이상하다 했는데 역시나 월요일 승마를 마치고 나서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말을 탈 때까지는 멀쩡했는데 집에 도착하고서나서부터 막 춥더니 아파왔다.  엄마는 내일 플루트레슨 가기 전 연습해야 하는 거 하기 싫어서 꾀병하는 거라고 막 잔소리하고, 아빠는 유나 진짜 열난다고 내버려 두라고 하고 그렇게 나는 티브이 보다가 엄마손에 끌려 방에 들어와 잤고 아침 6시부터 토를 했다.  나는 아프면 일단 토부터 하고 시작한다.  위가 일할힘이 없어서 위장부터 피우고 시작하자는 것 같은데 이번에도 침대옆에 양동이를 두고 계속 토를 해서 위장을 깨끗이 비워냈다.  배가 고파서 엄마가 끓여준 소고기죽을 먹었는데 한 숟갈 들어가자마자 분수처럼 또 뿜어져 나와서 먹기를 그만뒀다.  아프면 텔레비전은 무한대로 볼 수 있는데 오늘은 거실에 나갈 힘이 없어서 그냥 침대에 누워있으니 엄마가 태블릿을 주며 듣는 것만 해도 된다고 해서 오디오클립으로 안녕자두야를 반나절 들었다.  

반나절 듣고 한숨 자고 나니 엄마가 특별히 넷플릭스를 결제해 줬다.  엄마가 최고다.

저녁에 배가 너무 고파서 쯔븨박(말린 토스트 같은 건데 독일에선 토하면 늘 먹는다)을 조금 먹었는데 괜찮아진 것 같았다.  그래서 백숙을 조금 먹었는데 다행히 토가 멈췄다.  살 것 같았다.  누텔라빵도 먹고 싶고, 양념통닭도 먹고 싶고, 김치도 먹고 싶었다.  

한국에 빨리 가고 싶다.  왜,  홍이장군 사러!! 나는 모든 과일은 먹지 않는다.  하다못해 쨈과 주스도 마시지 않는다.  대부분의 채소도 안 먹는다.  그래서 아빠가 orthomol 어린이 거를 사 왔는데 맛도 없고 내 몸에 잘 맞지도 않았다.  홍이장군은 세 살부터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세 살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맛있는 데다 내 몸이랑 잘 맞아서 홍이장군 먹을 때 아파본 적이 없다.  내 몸은  독일약보다 한국약이 잘 받는 걸 보니 역시 난 한국사람이다.  한국 가면 홍이장군 많이 많이 사 올 거다!  

가끔은 아파도 좋다.  못 보던 티브이도 실컷보고, 숙제도 안 해도 되고, 잔소리도 안 듣고.  그래도 내일은 일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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