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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트 May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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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사이, 그 사이 쓸쓸함

눈을 뜰 때부터 머리가 아팠다.

잠에서 깼을 때 개운한 날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한 며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다 아주 늘어지게 자주리라 마음먹고 평소에는 절대 풀지 않는 커튼 홀더까지 전날 밤 풀어놓고 잤다. 그 덕에 평소보다 2시간은 늦게 눈이 떠졌다. '주말은 이래야지'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도 기분이 마냥 좋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 나를 일으키는 원동력이던 때도 있다만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더 자고 싶었다. 그동안 벌여놓은 일이 살짝 후회도 되고

이렇게 후회를 하는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아 몸이 한없이 무거웠다.


그렇게 몸을 일으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친구대로 나는 나대로 바쁜 현대인이지만 그 와중에 만났다는 건 함께 보낸 즐거운 추억이 있었고

오늘 또한 그러길 바랐기 때문일 테 였다.


친구와의 대화는 괜찮았다.

대화를 하는 순간에는 괜찮았지만

나와의 대화에서 던지는 문장 수만큼이나

자주 울리는 휴대폰 알람들과 이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무언가 방해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시선을 괜스레 허공에 던지게 되었다.

시간이 삼십 분 한 시간 한 시간 반 지날수록

그런 겸언쩍은 순간이 쌓였고 친구는 몰랐겠지만

나는 하려던 말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게 말을 할 타이밍을 잃어가는 순간이 쌓였다.


많지도 않은 친구 중 하나를 실시간으로 잃어가고 있었다.

내 이야기의 주제가 크게 흥미롭지 않았으리라.

그게 크게 서운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서운함에 투덜거렸으면 개운했을까 싶지만

속에서는 다음 약속을 잡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짙어지고 있었다.


연락이 뜸해지고 헤어짐도 익숙해질 법만큼 하지 않았나 싶지만 이렇게 관계의 페이지들이 술술 넘어가다

슬쩍 남은 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얼마 남지 않았구나 막바지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은 아직도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서운함을 비칠 기운도 없었고 그만해야겠다 싶었다. 매번 씻어내려 했지만 친구에 대한 서운함은

친구의 이름으로 된 마음의 방 이 귀퉁이 저 귀퉁이에 묻어있었고 눈물을 머금고 이를 닦아내다가도 그보다 빨리 쌓이는 새로운 서운함은 나를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친구를 다 잃겠구먼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깨가 축 쳐졌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는 만나서도 괴로웠다.

만나면 이러려고 나왔다는 생각에 더 피곤했다.

엉겁결에 친구에게 도망가고 싶다고 했다.

친구는 뭐 그리 멀리 가는 걸 생각하느냐고 했고 나도 피식거렸지만 나는 더 설명할 의지를 잃었고 적당한 마무리말로 자리를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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