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가는행인 Oct 04. 2022

장기 집권하는 게임사의 사업 비결

경영 관점에서 본 게임 업계의 최근 사업 방향성

1. 게임사들의 최근 행보 1 - 온라인 게임으로 전향

GTA 시리즈로 유명한 락스타 게임즈 (Rockstar Games), 엘더스크롤과 폴아웃 시리즈로 유명한 베데스타 소프트워크 (Bethesda Softworks), 여러 IP 보유하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Blizzard Entertainment) 모두 패키지 PC 게임으로 명성을 쌓아올렸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쌓은 이미지와 다른 방향으로 게임 개발에 힘을 쓰고 있다. 락스타는 늦어도 5년마다 출시하던 GTA 시리즈를 2013년 출시한 GTA 온라인 이후로 출시하고 있지 않다. 베데스타 또한 2014년에 출시한 엘더스크롤 온라인 이후로 엘더스크롤 IP를 활용한 대형 게임을 출시하지 않았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임모탈을 시작으로 여러 모바일 게임을 출시할 거라 발표했다.


특히 이 중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임모탈을 발표하는 현장에서 많은 야유를 받았으며, 발표자가 당황한 나머지 “Do you guys not have phones?” (의역: 여러분 휴대폰 없으세요?)라는 말까지 했었다 (아래 영상 참고). 그만큼 블리자드라는 회사가 기존에 해오던 행보, 즉 팬들이 기대하던 방향과 크게 다른 결정이어서 반발이 그만큼 쌨다.

블리즈컨 2018 디아블로 임모탈 발표 현장. 출처: Nahlz 유튜브 채널.

블리자드의 사례가 유독 논란이 되었지만, 위에 언급된 다른 게임사들에 대해서도 게이머들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폴아옷 시리즈의 온라인 버전인 폴아웃 76이 나왔을 때도 논란이 많았고, 팬들이 GTA 6을 몇 년째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음에도 팬들은 락스타 게임즈가 아닌 해커의 유출을 통해서 GTA 6 개발 소식을 들었다. 왜 논란이 될 것을 알면서도 게임사들은 자신의 강점을 내려놓고 이런 선택을 하는 걸까?


2. 서비스 형태에 따른 현금흐름의 차이

게임 개발사들이 온라인 게임으로 전향하는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작은 패키지 게임 개발사 A가 있다고 가정하자. A를 차리고 4년동안 개발한 패키지 게임을 출시하면, A를 운영하며 4년동안 적자가 쌓일거고, A의 게임이 적자를 매꿔야만 회사가 유지된다.


게임이 그 정도 수익을 가져오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2018년 GDC (게임 개발자 회의: Game Developers Conference) 발표 (https://youtu.be/WycVOCbeKqQ) 에 의하면, 일정 기간 내 스팀에 출시된 게임의 82%는 개발 기간을 고려했을 때 최저시급 이하의 수익을 낸다고 했다. 그리고 출시된 게임의 7%만이 적자를 메꾸고 차기작에 쓸 수 있는 돈까지 번다고 한다. 그렇다면 A같은 패키지 게임 개발하는 작은 게임사의 90% 정도가 존재하는 내내 아슬아슬한, 언제 폐업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게임을 개발해야한다.

이미지 출처: https://scriptmag.com/career/day-jobpassion-job-equation-finding-right-day-job

다시 말해서, 패키지 게임은 성공하더라도 한 번 팔면 끝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매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https://www.gamesindustry.biz/the-economics-of-single-player-games). 물론 인기가 이어진다면 매출이 계속 나올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출시 후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이 떨어진다. DLC (다운로드 가능 콘텐츠: downloadable content. 게임에서는 주로 스토리를 확장하는 유로 업데이트다) 혹은 최근에 크게 성공한 애니메이션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나 아케인 등 미디어를 활용해서 게임에 대한 관심을 늘릴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정도 규모의 재투자는 부담스럽다.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좌)와 아케인 (우)

반대로 온라인 게임은 매출을 안정화 시키는 효과가 있다. 온라인 게임을 운영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회사로는 아이돌 소속사 정도가 있다. 몇 년 동안 키운 아이돌 (몇 년 동안 개발한 게임)을 데뷔 (출시) 시키더라도, 아이돌 (게임)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성공한 아이돌은 계속 행사를 뛰고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면서 지속적인 매출을 만든다. 오랫동안 서비스를 이어서 하는 온라인 게임도 마찬가지로, 꾸준히 업데이트하면서 지속적인 매출을 만들어간다.


이런 특징이 특히 드러나는 시장은 모바일 게임 시장이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이 부분 유료화 모델을 띄고 있는데, 모바일 게임 시장의 매출이 전체 게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부분 유료화 모델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PC 패키지 게임 개발을 고수하던 회사들이 왜 부분 유료화 모델 게임을 개발하려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visualcapitalist.com/50-years-gaming-history-revenue-stream/

3. 게임사들의 최근 행보 2 - 대 인수합병의 시대

게임 업계에서 진행 중인 또 하나의 트렌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이다. 올해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는 위에 언급된 블리자드를 678억 달러에 인수했고,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Take Two Interactive)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 징가 (Zynga)를 127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 정도 규모는 아니더라도 그전에도 수많은 인수합병이 이루어졌다. 특히 공격적으로 지분투자 하던 중국 게임사 텐센트는 유명 게임사, 게임 관련 회사의 지분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언리얼 엔진 개발사인 에픽 게임즈의 48%,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의 100%, 모바일 게임사 슈퍼셀의 84.3% 등 여러 게임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해놓은 상황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게임사 인수 목록. 출처: https://bit.ly/3rrDAuE

그 외에도 많은 유명 게임사들이 더 큰 게임사의 자회사이거나 투자받은 경우도 많다. 한 예시로 소니는 너티 독, 게릴라 게임즈, 인섬니악 게임즈 등 거의 20개 스튜디오를 산하에 두고 있고, 꾸준히 늘리려고 모색 중이다. 이미 충분히 규모도 크고 시장 점유율도 높은 기업들이, 왜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게임사를 인수하려 할까?


4. 인수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양화

사실 위에 언급한 테이크투나 텐센트는 굳이 다른 게임사를 인수할 필요가 없는 대기업이다. 이미 성공한 IP를 보유하고 있고, 그 IP로 벌어들인 돈 기반으로 게임 개발해도 충분히 오래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게임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보유 현금을 사용해서 다른 게임사에 투자하는데, 그 이유는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다.


오랜 기간 장르 A의 게임을 전문적으로 만들어서 성공을 거두는 중인 게임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게임사는 아무리 한 장르의 정점에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장르 A의 인기에 따라서 매출이 바뀐다는 리스크에서 해방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게임사가 다른 장르 B, C 등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현실적으로 제로 베이스에서 타 장르를 공부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보다는 전문성 있는 사람을 섭외하거나, 아예 타 장르를 전문적으로 하는 다른 게임사를 인수하는 것이다.


후자를 택하게 되는 이유는 인수합병이 사업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미 설립된 회사는 그 회사만의 노하우와 IP가 있어서,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신규 팀보다 높다. 그리고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제작 속도가 더 빠르기도 하고, 모회사 입장에서는 비교적 쉽게 실력 있는 게임 개발 인원을 늘릴 수 있다.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게임 배급사는 인수 동기가 더 명확하다. 하드웨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판매량과 직접 이어지기도 하고, 퍼블리싱에 집중하는 만큼 많은 게임 개발사를 휘하에 둬야지 더 높은 시장 점유율(매출)을 가질 수 있다.

작은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인수되면 재정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큰 현금이 한 번에 들어오기 때문에 게임 개발에 대한 시간적 압박감으로부터 해소될 수 있고, 원한다면 개발 비용을 늘려서 개발하던 게임의 규모를 키울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회사로부터 개발에 대한 지원을 (퍼블리싱, 로컬라이제이션 등) 받을 수도 있어서 게임 개발 외 다른 영역을 덜 신경 써도 된다.


5. 마치며

사실 업계를 떠나서 어느 회사든 오래 유지되기 위해선 꾸준한, 지속해서 증가하는 매출이 중요하다. 다만, 게임 업계는 게임 하나의 성공 여부에 따라서 매출의 폭이 지나치게 넓다는 리스크를 오랫동안 품어왔다. 전통적인 패키지 게임 시대에는 매출에 대한 예측도 어렵고, 사업 규모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큰 리스크가 따랐다. 그래서 이런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으로 게임사들이 온라인 게임 개발로 바꾸면서 게임 하나하나의 매출을 지속적인 매출로 바꾸고 있고, 다른 게임사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장르(시도)를 하고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픽사, 마블 엔터테인먼트, 21세기 폭스 등 인수한 디즈니와 비슷한 형태를 추구하는 게임 업계의 방향성을 지켜보는 것이 한편으론 흥미롭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조금은 자리 잡힌 독과점 형태로 시장이 점점 바뀌는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 현재 PC게임의 50~70%는 밸브 (Valve)의 스팀 플랫폼을 통해서 다운로드되는, 스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https://www.enterpriseappstoday.com/stats/steam-statistics.html). 그리고 콘솔 시장에서는 스위치,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독점작 때문에 특정 게임을 하고 싶은 소비자는 그 게임이 출시되는 콘솔을 구매하거나 타 플랫폼에 출시되길 바라면서 막연하게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몇 년 사이에 빠르게 늘어나서 사용하기 점점 난해한 OTT 서비스, 지속해서 문제가 제기된 통신사 독과점 등을 지켜보며, 게임을 좋아하는 소비자로서 게임 업계가 이런 방향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상화폐와 게임 업계의 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