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백이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
하백이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하백이는 학교의 일을 잘 말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준비물이 뭐가 필요한지, 숙제가 뭔지, 선생님의 전달사항이 뭔지 잘 말해주지 않는다.
게다가 잘 잊어버린다.
그래서 내가 더 잘 챙겨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실 나도 에너지가 없다 보니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갑자기 학교선생님께 연락이 왔기에 잔뜩 긴장을 했다.
하백이가 모둠수업 이후로 밥도 안 먹고 입을 다물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럴 때 하백이는 답이 없다.
아이들은 하백이가 왜 화가 났는지 이리저리 추측을 하면서 마치 게임이라도 맞추듯 한 모양이고, 선생님은 아이가 왜 그러는지 달래본 모양인데 하백이는 결국 점심도 먹지 않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집으로 와버렸다.
집으로 온 하백이의 태도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잔뜩 화가 나서 난리였다. 스스로 화는 나는데 분노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겠는걸...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화가 풀리면 다시 얘기해 보자고 하고 저녁때 즈음에야 다시 물어봤지만 하백이는 잊어버렸다면서 굳게 다문 입을 열지 않았다.
정말 잊어버렸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결국 그다음 날에 다시 물어봤지만 대답은 듣지 못했다.
"하백아. 무엇 때문에 화가 나더라도 공개적으로 아무 말도 안 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입을 꾹 다물고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끄는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 화났어를 그런 식으로 표현할 필욘 없어. 그럴 때는 불편한 감정을 그냥 얘기하면 돼. 알았지"라고 얘기했지만, 잘 얘기한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사실 하백이는 매번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엄청 힘들어하고 짜증 내고 화내고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부러뜨리지만, 말로 그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진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런 감정을 갖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데 스스로 화는 나고, 그러니 그런 감정을 가진 나 자신에 대해 화가 나고... 그런 패턴이 반복되는 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에 대해 입 다물고 말을 안 하는 거 같다.
일단 이 사건은 저렇게 마무리하고 넘어갔지만... 내 상태만 괜찮다면 아이도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조울로 내 감정까지 출렁이면 정말... 어제 같은 경우 아이들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기에... 얼마나 현타가 왔는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아... 내일부터 방학인데... 또 이 방학은 어찌 보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