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이 폭발하듯...
햄스터가 죽은 일도, 95년부터 함께 있었던 피아노가 폐기 처분되는 일도, 그냥 슬펐고 계속 우울하였기 때문에, 집안이 어질러져도, 엉망이 되어도, 그냥 너는 그래라 나는 모르겠다. 할 힘이 없는데, 어쩌랴. 그러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감정의 출렁임이 한번 왔다가 갔다.
집에서 차를 타고 왕복 2 시간 되는 거리를 가는데 준비물을 빠뜨리고 가는 대참사... 결국 내일 다시 가야 했고,
집에 있는 댕댕이가 소변과 대변을 아무 데나 누었는데, 그게 하필 아이들이 꺼내둔 겨울옷이었으며... 도대체 겨울옷을 왜 꺼내둔 건데?
특히나 우리 집 댕댕이는 대변을 핥아먹는 애라 이게 눌어붙으면 정말 빨기도, 닦기도 너무 힘들다.
그런데다 빨래를 하려고 보니, 한아름 쌓여있는 빨래들과, 건조기 안에 빨래가 가득 들어있는 상황...
개는 것도 내가 하지 않으니 그대 로고...
세제를 보니 섬유유연제 통이 어디론가로 가고 없다.
섬유유연제 통은 그대로 쓰고 리필만 가지고 계속 쓰고 있었는데, 신랑이 버린 것이다.
왜 이럴 때만 도움이 안 되지?
결국 폭발했다.
출렁이던 감정이 이 모든 것에서 그냥 폭발해 버렸다.
왜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도 안 움직이지?
왜 내가 치우지 않으면 그 누구도 치우지 않지?
왜 내가 빨래를 개지 않으면 그 누구도 개지 않지?
자기가 벗은 옷은 제자리에 두라고 항상 얘기하는데 왜 그걸 안 하지?
양말은 벗으면 항상 빨래 통에 넣으라고 하는데 왜 그걸 안 하지?
집은 쓰레기통이다. 먹은 쓰레기는 죄다 집에 버린다.
집이 쓰레기통이야?
쓰레기통이 엄연히 있는데 왜 집에다 버려?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
집에 들어오면 4명이 죄다 태블릿을 하고 있다.
그러다 오늘 기어코 폭발해 버렸다.
소리 질러 버렸다.
혼자서 미친 듯이. 이런 걸 제대로 하나 못하냐고! 어떻게 되어먹은 정신머리냐고! 도대체 왜 이런 걸 제대로 못해서 남이 해주기만 바라냐고.
그리고 신랑한테도 전화해서 소리를 질렀다. 왜 하라는 짓은 안 하고 하지 말라는 짓만 하냐고!
신랑은 남이 듣는다고 그만 소리를 지르라고 했지만, 머리에 광기가 돌아 그건 내 알바가 아니었다.
남의 눈치가 그렇게 신경 쓰이면 끊어!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고, 약을 먹고...
그리고 씩씩대며 있다가, 현타가 왔다.
그리고 댕댕이 오줌물 빼놓으려고 적셔놓은 빨래도 안 하고, 쓰레기도 하나도 안 치우고 안방으로 그냥 들어왔다.
해서 뭐 해.
내가 왜!
도대체 내가 왜! 내가 식모야?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졌다.
이렇게 폭발한 건 오랜만인 것 같은데... 항상 이렇게 폭발할까 봐 일부러 그런 상황들을 피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폭발을 안 했던 게 아니라,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아무것도 안 한 느낌이랄까?
시작하면, 화를 내는 게 불가피 하니, 그 화내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 느낌이라 여태 화를 내지 않았던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의욕이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심리수업을 시작하면 전공의 선생님께 그런 것들을 물어봐야겠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여하튼, 이 조울의 혼재성은 정말 나 자신조차도 갉아먹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