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화내지 않는 상황을 만든다
어제는 굉장히 짜증과 화가 났다.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다.
대신 하루종일 먹을 간식을 찾는 편이다.
밥을 주면 먹지 않다가, 제시간에 먹지 않고, 나 이거 먹고 싶어 이러면서 시시 때때로 간식을 찾는 타입.
그러면 나는 너무 짜증이 난다.
하루종일 부엌에 서 있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면 치우고, 차리고, 치우고, 차리고.
내가 뭔가를 할 시간이 없다.
'밥은 제시간에 먹고, 그리고 간식 시간 외 나머지는 먹지 않는 거야.'
하지만 이 아이들에겐 이미 소용이 없다. 내가 그렇게 길 들인 것도 아니다. 난 절대로 그렇게 길 들인 적이 없다. 애들이 밥을 원체 적게 먹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게다가 애도 셋이나 되니 쓰레기가 어마어마하다.
어제만 해도 그랬다.
아침은 거른다. 아침 겸 점심을 먹었는데, 한 숟가락 퍼먹더니 맛이 없다면서 먹지 않았다. 그래서 다 치워버렸다.
그러더니 한두 시간 있더니 배가 고프단다. 내버려 뒀다.
지네들끼리 이리저리 찾더니 부엌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뭘 먹어댔다.
그거 치우는데 한 시간 넘게 걸린 것 같다. 온갖 쓰레기가 넘쳐나 분리수건만 해도 시간이 꽤 걸렸기 때문이다. 설거지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꿨다.
그랬으니 4시부터 배가 고픈 건 당연한 수순.
6시에 밥을 먹으라 하고 참게 했다.
물론 군것질도 시키지 않았다.
차릴 힘도 없어 배달음식을 시켰는데, 이게 주문이 누락되어 (애들이 정신없게 굴어 애초에 내가 주문을 잘 못 시킨 거였다.) 부족하게 왔다.
그 때서 부랴부랴 치킨을 굽기 시작했다.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아이들 앞에 내놓은 치킨은 이미 타임을 넘어버려 아무도 먹지 않았고, 치킨만 덩그마니 남았다.
그리고 한두 시간 뒤 배가 고프단다. 그러면 치킨을 먹으면 좀 좋아?
그건 싫단다. 배달음식 시키고 버리는데만 또 시간을 잡아먹었고, 치킨 만드는데 또 시간을 버렸기에 지쳐있어서 쉬고 있었는데 다른 걸 해 달란다. 엄마는 할 만큼 했다. 저게 싫으면 너네가 알아서 먹어라 하고 외면했더니 지네들이 부스럭부스럭하면서 탕후루를 만들어 먹는다.
아... 쓰레기 치울 것만 산더미.
애아빠가 11시 넘어왔다.
먹을 것을 잔뜩 사가지고.
아이들이 그것을 보고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쓰레기 한 더미.
애 아빠는 그대로 잠들어버리고. 나는 쓰레기 한 더미를 보며 강아지가 뒤지지 않을 정도로만 치워놓고 잠이 들었다.
아니다. 사실 그냥 잠이 든 건 아니다. 너무 짜증이 나서 저녁약을 입에 다 털어놓고도 가라앉지 않아 아티반을 두 알이나 먹고, 조스정을 먹어 잠이 빨리 들게 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쓰레기더미는 그대로요, 나는 치울 힘이 없다.
그냥 내버려 두지 뭐.
이건 화가 나서 하는 말이 아니다.
저걸 치우면서 분노와 짜증이 날 내가 힘들어서다.
어차피 안 치울 수는 없다.
그러나 굳이 화를 낼 상황을 만들면서까지 계속 하루에도 몇 십 번씩 주방을 들락날락하며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치우는 건 그냥 마음이 내킬 때, 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
억지로 마음이 내키지도 않는데 하는 건 내 정신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고 판단을 내렸다.
잘 먹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난다.
무슨 음식을 하면 항상 투정한다.
그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을 해주지만, 끼니때마다 달라야 하는 까다로운 아이들을 보며 내가 요리사도 아니고, 짜증이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쩔 땐, 온전한 음식을 다 버려야 할 때도 있다. 음식 만드는 시간이 2시간 이상으로 꽤 들일 때도 있는데 맛없다고 안 먹으면, 그냥 다 쓰레기 통으로 직통이다. 이럴 때 허무함이란......
그럼 안 하면 된다.
처음엔 엄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죄책감도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반찬 사고, 메인요리 밀키트로 하고, 아니면 배달음식 시켜 먹는 게 어쩔 땐 효율이 더 좋을 때도 있다. 그냥 내가 못하면 굳이 내 정신이 피폐해지면서까지, 애들 정서를 망가뜨리면서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영양학 적으로 좋지 않을진 몰라도...
최대한 분노가, 짜증이 나지 않는 상황을 만든다.
그래서 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지금은 그럴 때다. 아이들이 나 때문에 겁먹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적당한 훈계는 필요하지만, 과한 분노와 짜증으로 아이들을 위축시켜 자존감 없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지 않다. 특히 이런 사소한 것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