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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카 Jul 28. 2023

걷는 놈 위에 뛰는 놈 그 위에...

항상 나보다 잘하는 놈은 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다.


나는 내 전공에서라도 넘버 원이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그냥 그럭저럭 중상위권. 


뭘 하든, 그저 그런 성적. 노력해도 그저 그 자리...


모든 일들이 그런 것 같다. 노력해서 안된다고 포기해 버리면 그냥 흘러내려가 버린다. 즉,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건 힘든 법이지만 그대로 떠 내려가는 건 너무나 쉽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돈을 버는 건 어렵지만, 쓰는 건 물 쓰듯 쉽게 쓸 수 있는 것이라든지...


사기당하는 건 쉽지만, 당하지 않으려는 건 어렵다든지... 그런 것들...


에잇! 눈 뜨면 코 베어가는 그런 더러운 세상 같으니라고! 



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잘 쓰는 건 어렵지만, 엉망으로는 얼만든지 쓸 수 있지 않은가?


게 중에서 제일 애매한 게 집안 살림이다. 하면 티 안 나고, 안 하면 티가 제일 많이 나는 그런 부분...





오늘은 내가 잘하는 게 뭐가 있는가를 생각해보니 딱히 잘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점도 없고, 단점만 많고...


정점에 군림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장점도 없고 단점만 많은 것이 왜 이렇게 아등바등하며 사는가 싶기도 하고,


돈도 잘 못 버는데 식충이처럼 살고 있는 것 같고...


그럴 때마다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 풀고 있긴 한데, 이 돈도 안 되는 글을 내가 왜 쓰고 있는가 싶고... 


자꾸 땅을 파고 굴을 만들어 그 속에 가라앉아 들어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내가 사는 이유가 뭔가...




한두어 달 되었나?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시작하고 알게 된 거지만, 10여 년 전에 산 바이올린이 있는데, 바이올린 선생님을 통해 엄청난 덤터기를 쓰고 사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시작하면서 바꿔야 될 것도 있고 그래서 악기사를 들렀는데... 선생님 통해 갔음에도 불구하고 악기사 가서 굳이 사지 말아야 할 것들을 사게 되었다. 내 얼굴이 호구의 상인지... 이번엔 정말 당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갔는데, 결국 사장님이 원하는 니즈대로 사 갖고 돌아왔다. "진짜 이러실 거예요? 나 10년 전에 바이올린 덤터기 쓰고 샀다니까!" 이러고 웃으면서도... 


왜 나는 알면서 당해주고 돌아왔을까!


바이올린은 순전히 취미니까 사실 더럽게 못 켠다. 연습도 정말 안 한다. 이렇게 저렇게 켜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연습할 짬이 잘 안 나고, 특히나 집에서는 예민한 아래층 할머니 때문에 켜질 못해 연습실을 가야만 하는 상황이라 더더욱 그렇다.


바이올린을 못 켠다고 해서 스트레스받지는 않는다. 그냥 내가 즐거우니 된 거다. 그건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내가 워낙 배우고 싶었던 악기니까...


그런데, 왜 다른 것에서는 (특히나 전공) 그렇게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1등을 꼭 바라는 것은 아닌데, 적어도 내가 노력한 만큼은 성과가 나와주고, 그래도 잘하는 것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나를 놓아주질 않는다.

어느 것 하나 특출 나게 잘하는 것이 없으니 그냥 어중이떠중이 같은 그런 느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행복을 찾는 걸까?




스트레스를 글로 푼다고 한 적이 있다. 사실 읽고 있을 때도 많다. 잘 쓰고 유려한 글을 보면 감탄하다 못해 질투가 나기도 한다. 어쩜 이렇게 필력이 좋을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 진짜 창의적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 더 이상 내 글을 쓸 수 없을 때도 있다. 그 글에 압도당해서.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겠지만...


여기서 벗어나는 길을 좀 정리하기 위해 글을 써 봤다. 내 위에, 또 내 위에, 또또 내 위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다. 내가 최고가 되지 않을 확률은 너무 많다. 그런 사람들을 제치고 1등 해보려 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나는 너무나 잘 안다.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다.


그저 그 사람들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오늘은 또 여기까지만, 목표를 정해놓고 노력하고, 그리고 그 step을 완성했을 때 칭찬해 주는 것. 나를 향한 칭찬에 박색 한 나에게 그 작은 칭찬을 놓치지 않는 것.


작은 행복은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나는 항상 그렇지만 너무 큰 그림만 봐서 탈인 것 같다. 


글로 정리하니 확실히 답이 나오는 것 같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자기 비난이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은 하늘이 맑아서 그런지 조금 긍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결론은... 또 글이나 쓰러 가야겠다. 아이들한테 화는 내지 말고. (오늘 오전에도 또 먹는 거 가지고 결국 화를 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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