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이 상태가 많이 심했던 것 같다.
흑과 백처럼, 참음 아님 분노.
관계를 계속할 사람하고는 무조건 참는다.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참는다. 그러다 터지게 될 경우 관계를 깰 각오를 하고 분노한다.
막말을 하고 이성을 잃고 분노했다. 말로 타협할 줄을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눈이 돌아가면 상대방의 반응이 볼만했다.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히거나, 내 기를 누르려고 하거나.
그러나 내 기를 누르려고 하는 경우에서 별로 져 본 적은 없다.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분노가 쌓아져 온 사람의 악에 받친 분노를 이길 재간이 있었을까 싶다.
평소에 많이 참고, 얌전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눈 돌아가면서 폭력행사까지 불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약을 먹고 나서 분노가 싹 빠져버렸다.
상담을 하면서 말로 타협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래도 여전히 내 불편함을 모두 말로 표현하긴 어렵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방법이란 없다.
여전히 충동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연약한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특히나 몸이 불편하거나 아프거나 기운이 없을 경우 더 짜증을 많이 내고 화가 많이 나는 것 같다. 에너지가 달려서.
그래서 더더욱 화가 날 때 입을 다무는 연습을 한다.
밖에서는 내가 한마디 더 하면 더 상처입을 거란 생각을 한다.
왜냐면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곱지만 가는 말이 거칠면 오는 말도 거칠기 때문이다. 사실, 나 같은 경우, 아니 모든 사람이 그렇지만, 말에 상처를 잘 받기에 경험상 한마디라도 덜 상처받기 위해 말을 아낀다.
말이 거칠면 상대방은 당연히 상처받을 것이고 오는 말엔 그 상처+거친 말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감정이 격해질수록 말은 더 격해진다. 그럼 상처는 더 깊어진다.
그래서 상처받는 말을 들었을 때 웃으면서 대처하는 능력이 생겨버렸다. 비록 집에 와서 끙끙 앓더라도...
그 마저도 힘들면 집에 틀어박힌다.
술은 더 감정을 출렁이게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마시지 않으려 노력한다.
술도 끊기 위해 어마어마하게 노력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난 여전히 싸우고 있고, 인내하고 있으며 충동성과도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때로는 내 몸에 자해를 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또 참아낸다.
전에 결심한 것처럼... 오늘 하루 잘 살았다고, 이것만 참아 넘기자며 그렇게...
애들이 방학이라 한 고비 한 고비가 참 넘기기 힘든 날 들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