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사랑을 수집한다. 수집함에는 곧 만날 아이를 생각하며 써 내려간 편지부터 소풍날 도시락과 함께 넣어둔 작은 편지까지 소중한 보물들이 들어 있다.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알아채는 것, 바로 편지가 주는 매력일 것이다.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우리 집의 암묵적인 규칙이다. 작은 손으로 그림을 그렸던 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 글자를 새겨 넣는다. 편지 쓸 때마다 어색하게 굴었던 남편은 이제 미끈하게 하고 싶은 말을 술술 써 내려간다. 주고받은 편지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
“항상 기억해. 넌 중요하고, 넌 소중하고, 넌 사랑받고 있다는걸. 그리고 넌 누구도 줄 수 없는 걸 이 세상에 가져다줬어.”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에 나오는 이 말을 나는 가족들에게 자주 건네주고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밖에서 일어나는 불필요한 일에 정신을 쏟는 일이 많았다. 안정적인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마음도 잠시, 커갈수록 아이와 투닥거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정작 서로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아껴가며 인색하게 굴었다. 감정을 표현하기 서툰 우리에게 편지는 안전하게 마음을 전달 할 수 있는 좋은 도구였다.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말보다 글의 힘이 강할 때가 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닿는 문장을 만나면 저장해두었다가 보기 좋게 편지지에 담는다. 서로에게 함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이 되는지 글을 통해 알려 준다. 편지를 쓰는 동안에는 한없이 다정해진다. 어느 날 “편지 받으면 어떤 마음이 들어?” 아이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아이는 고마운 마음, 행복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요. 특히 소풍 가서 엄마 편지를 받으면 자신감이 생겨요”라고 말했다. 아이는 따뜻한 마음을 가슴에 한가득 품어 두었다. 우리의 편지에는 변함없는 말이 존재한다. “우린 늘 함께이고 넌 사랑받고 있어.” 여전히 우리의 흔적들을 편지에 남겨놓는다. 점점 괜찮은 가족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