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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꺼내다

겨울 집



  계절을 기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사진첩을 펼쳐보는 것이다. 기록해 둔 수많은 사진 중 유독 겨울 캠핑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은 계절의 색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계절의 감각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캠핑 짐을 꾸린다. 캠핑장에서는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제 할 일들을 한다. 남편은 우리 가족을 품어줄 집을 짓는다. 추운 겨울에도 남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이제는 내가 나설 차례이다. 다 지어진 집 안에 살림살이를 정돈한다. 캠핑 다닐 때마다 들고 다니는 물건이 특별할 것 없지만 어떻게 꾸밀지 고민한다. 난로를 둔 텐트 안은 햇살과 어우러져 따뜻한 공기로 가득하다.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반갑게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바깥세상은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다. 이 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나뭇가지 하나도 값어치 있는 놀잇감이 된다. 아이들은 여기저기를 탐험하면서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다. 낙엽을 긁어모아 개미집이 완성되고 마른 가지와 솔잎으로 맛있는 음식도 뚝딱 만든다. 자연에 이야기를 불어 넣어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 발밑 세상은 상상력이 가득한 살아 있는 책이다. 추운 날씨에 손과 볼이 빨갛게 물들어 가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논다. 아이들에게 계절의 온도는 중요하지 않다. 캠핑을 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더러워져도 아이들에게 한결 너그러워진다. 





  타닥타닥 타 들어가는 모닥불 소리를 배경 삼아 남편과 갓 내린 커피를 마신다. 금방 식어버린 커피와는 달리 두런두런 나누는 담소는 따뜻하다. 아침에는 떠오르는 해를 보고 밤에는 반짝이는 별을 보며 시간의 변화를 쉽게 알아챈다. 평소 지나쳤던 일상적인 풍경도 번잡한 시간을 벗어나면 가치를 알아보는 순간이 온다.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기꺼이 즐기고 있다. 계절은 우리에게 천천히 가라고, 잠시 쉬며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라고 바깥세상으로 이끈다. 자연과 노니는 우리 가족, 아이들 기억 속에 겨울 냄새가 어떻게 남아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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