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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예지 Oct 01. 2021

스마트폰 관리? 스크린 타임이 아닌 멘탈이 한다.


얼마 전부터 스마트폰의 '스크린 타임' 기능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앱 별로 하루 사용시간, 주간 평균, 사용 시간 등 꽤 자세하게 기록이 되어 있더군요. 


핸드폰 사용시간제한을 할 수 있는 다운타임 기능도, 허용한 앱만 쓸 수 있는 설정도 있습니다.  그동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보지 않았는데, 꽤 디테일하게 기능이 갖춰져 있었어요. 




요새 늦은 시간에 카톡이나 알림이 오는 경우가 있어, 늦은 시간과 이른 아침에는 울리지 않는 설정을 해두었습니다. 열심히 글을 쓰고, 작업을 하다가, 폰을 켜니 앱이 비활성화되어 있어 당황스러웠습니다. 


'이거 꽤 유용하면서도 불편하네.' 실컷 제한 설정을 해놓고서, 급하게 필요하다고 하나 둘 '제한 무시'(사전에 설정해 높은 사용 제한을 무시하고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것)를 해 보니, 피식 웃음이 납니다. 스스로 민망하고 멋쩍어서요.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



애플에서는 2018년 iOS12부터 '스크린 타임'을 통해 폰의 사용을 체크하고 제한하는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구글도 같은 해 안드로이드 폰의 '디지털 웰빙 및 자녀보호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돈을 버는 기업들이 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의아하죠?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 ※ 조선비즈 기사 중 캡쳐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을 알 수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린아이들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고 이익을 내려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핸드폰 관리는, 가정에서 해결하기 만만치 않은 난제입니다. 애초에, 일상의 거의 모든 활동에 사용되도록 제품이 만들어졌고, 콘텐츠 운영자들은 돈을 들여 더 중독적으로 사용하도록 진화시키고 있으니, 우리 같은 개인이 대항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시사기획 창, 중학생 뇌가 달라졌다 / 마더북스>에 따르면, 구글의 윤리 담당자였던 '트리스탄 해리스(現 비영리단체인 휴먼 테크놀로지 센터 설립자)'를 중심으로, IT기업의 윤리와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을 알리는 운동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애플, 구글 등 주요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핸드폰 관리 앱이 등장한 겁니다. 실제로, 애플의 주주들은 애플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고 하죠. 


다음 차례는 플랫폼 운영 기업이 될 것입니다. 페이스북의 SNS 플랫폼들(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의 유튜브 등이 될 수 있겠지요. 얼마 전, 페이스북이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을 개발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경악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스마트폰을 얼마나 사용하느냐의 문제'가 핵심은 아닙니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를 통해 보이는, 우리 생활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면에 깔린 감정, 일상의 피로, 정신적인 문제들. 어찌 보면, 이것이 본질이고 핵심입니다. 필요해서 보다가 잠깐 한눈팔거나, 게임을 하다가 약속한 시간보다 좀 더 하게 되는 것은, 자각하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제가 예전에 <중독의 시대 /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를 언급한 글에서 소개한 내용이 있습니다. 중독은 '짜릿한 흥분을 위해서보다는, 주로 다 잊고 싶고, 무감각해지고 싶고, 머릿속을 지우고 싶어서'인 경우가 훨씬 많다고요. 답답한 현실을 잊고 싶어, 습관적으로 클릭하고, 별 감흥이 없는데도 계속 스크롤과 터치를 하는 것이 더 위험한 것입니다.


<중독의 시대>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 커넥팅


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은 급한 처방을 하고, 다음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체력을 키우고 예방을 한다는 것 다 아시죠? 스마트폰도 동일한 원리입니다.  



내 의지 타령만 하지 말고, 폰의 좋은 기능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의 사회 분위기로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기업(애플, 구글 등)들이 관련 기능을 꾸준히 개선할 것으로 보입니다. 핸드폰 관리가 좀 더 쉬워질 수 있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본다면, 내장된 핸드폰 관리 앱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스크린 타임이나 디지털 웰빙 및 자녀보호 기능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하루에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간의 2~3배를 사용합니다. 매일 스크린 타임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모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보게 되는 앱들을 먼저 제한을 걸어둡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가 왜 자꾸 폰을 켜는지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잘할 자신도 없어 마음이 힘든 학생들, 생계를 위해 출근은 하지만 항상 퇴사를 상상하는 직장인들, 육아와 살림으로 집안에 갇힌 주부들... 각자가 처한 상황과 이유가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아이들의 중독적인 사용은 대부분 가정의 분위기와 부모의 태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강압적이거나 방임적 환경에 놓인 아이들, 부모와 대화가 거의 없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더 심각합니다. 


어쩌면,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있어, 문제가 폰으로 나타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부모의 걱정을 달고 사는 아이들의 문제 행동들이 있었지요.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우자나 친구와 대화, 운동이나 독서와 같은 취미, 자기계발,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으면, 스마트폰 사용 조절이 훨씬 쉽습니다. 핸드폰 관리의 핵심은 스크린 타임이 아닌 멘탈인 이유입니다.


일상의 삶이 정돈되고, 집중할 것이 있으면, 폰 사용 조절은 자연히 해결됩니다. 


남는 여가 시간 대부분을 스마트폰을 보며 지내는 사람들이 꽤 많죠. 하지만,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본 뒤에, "이야~ 하루 종일 스마트폰 잘 봤다. 내일 또 하루 종일 봐야지."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반복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보긴 하지만, 시간을 허무하게 보냈다는 생각에 기분이 우울해질 때가 많습니다. 원치 않는 것에 시간을 빼앗긴 것이죠.


핸드폰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지금 바로 스크린 타임(디지털 웰빙 및 자녀보호 기능)을 켜고, 지난 일주일 동안, 오늘 하루 동안 어떤 앱에 얼마나 시간을 썼는지 먼저 체크하세요.  자녀에게도 스스로 확인하도록 하고, 얼마나 줄여볼지 스스로 정해보라고 하세요. 그리고 매일 기록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생각하는 시간을 꼭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달성하고 싶은 목표, 내가 원하는 미래의 내 모습과, 현재의 나 사이의 간극은 '하나씩 실행해서 메우면 되는 과제'일 뿐입니다. 여기에 집중하는 순간, 스마트폰 문제, 핸드폰 관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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