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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예지 Aug 17. 2021

청소년 스마트폰 디톡스 심리 코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대 가정의 딜레마.

똑똑한 전화기. 스마트... 폰



"너 핸드폰 그만 보고 얼른 자! 공부하기 싫으면 잠이라도 자라니까. 밤늦게까지 핸드폰 보지 말고."

"요즘 애들 다 저래요. 뭐라 하면 친구들은 더 많이 한다니까 뭐. 공부하느라 힘들고 자기들도 스트레스 받으니까 저러겠지."



애들만 뭐라 할 게 뭐 있는가. 성인들도 출근길 버스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카페에서 모두가 45도 각도로 고개를 숙이고 폰을 보고,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들도 산책로에서 폰을 눈앞에 들고 유튜브를 시청하면서 걷고 있던데...



중학생 아이가 있는 우리 집도 디지털 기기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태블릿PC와 데스크톱으로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돌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면 생각이 왔다 갔다 한다. '아 저걸 그냥 내버려 둬도 될까. 예전엔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했는데 시간이 점점 늘어나네. 이야기 꺼내면 괜히 갈등 생길 것 같고...' 동시에, '그래도 중독 증세는 안 보이고, 공부할 거 있으면 또 알아서 잘 하니까 괜찮지 뭐. 책도 꾸준히 읽는 편이고. 뭐. 괜찮아.'



한 편으론, 부모에게서 시작된 거지 싶기도 하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아주 어린 유아들이 스마트폰을 켜 놓고 애니메이션이나 짤막한 동영상을 틀어 놓고 보고 있다. 나도 겪어 봤으니 저 엄마의 심정이 이해는 가면서도 또 '저건 아닌데...' 생각이 든다. 잠깐의 편한 식사와 커피 한 잔을 위해 스마트폰을 쥐여 주고 대신 재생시간이 짧은 영상을 틀어줌으로써 죄책감을 살짝 내려놓는다. 그러곤 아이가 "또~", "또 틀어줘~" 하면 아주 잠깐 고민하다 "이것만이야. 이거만 보고 끝이야."라는 공허한 말을 날리고 또 쥐여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해결 방법이 있긴 한 걸까? 스마트폰이라는 기기 자체가 문제는 아닐 거다. 다른 도구나 기계장치들이 다 그렇듯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건 뻔하고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내 어린 시절 '바보상자'라 불렸던 TV가 들고 다닐 수 없게 부피가 크고 콘텐츠 생산 주체가 방송국에 국한된 반면, 스마트폰은 '포노 사피엔스'라는 말이 어울리듯, 손안에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휴대성과 누구나 콘텐츠를 올리고 끊임없이  재생산할 수 있어 하루 온종일 몸의 일부처럼 붙어살 수 있다.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낸 제2의 뇌라고 하면 너무 심할까?



이 글을 쓰기 전에, 스마트폰 중독과 우려에 관한 몇 권의 책과 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을 봤다.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부작용, 위험성, 문제에 집중되어 있었고 전두엽 이야기와 뇌 단층촬영 사진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래. 다 맞는 말이지.



IT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Shallow: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에 따르면, 뇌의 특정 회로가 육체적 또는 정신적 행동의 반복을 통해 강해질수록 회로는 해당 행동을 습관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즉,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만큼이나 빠르게 우리의 뉴런을 파고든다.



노스플로리다 대학교의 명예교수이자, 마약과 중독의 역사에 대한 미디어 평론가인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중독의 역사' 저자)는 짜릿한 흥분을 맛보려는 사람들보다는 '주로 다 잊고 싶고 무감각해지고 머릿속을 지우고 싶어서' 도박에 중독되는 사람들의 비중이 훨씬 높다고 한다. 가장 심각한 사용자들은 실생활의 골치 아픈 일들을 떨쳐버리는 방법으로 온라인상의 여가 생활을 강력히 선호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김대진 교수도 '청소년 스마트폰 디톡스'라는 책을 통해,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외 성공한 IT기업 임원들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제한하며,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인 조너선 이브의 "아이폰의 지속적인 사용은 오용입니다."라는 말을 소개,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처음에는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관성에 의해 놓을 수 없게 되는 그것. 스마트폰.



입시와 학업이라는 One-Way 경쟁과 스트레스에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유일한 안식처로 여긴다. 김대진 교수에 따르면 억압적인 현실을 피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고, 전적으로 내가 선택한 길에서 스트레스를 만난다면 어려움을 감당할 용기라도 생길 텐데, 부모와 세상이 정한 목표로 공부를 강요하는 현실 앞에서 아이들은 무력감을 느낀다고 한다. 성인의 쇼핑 중독이나 폭식도 스트레스 회피성 중독 증상이라니 일견 일리 있는 해석이다. 



주류가 스마트폰의 중독과 부작용에 집중할 때,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도 있다.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최재봉 교수('포노 사피엔스' 저자)는 일상이 이미 혁명이 된, 돌이킬 수 없는 이 생태 환경에서 부모의 역할을 강조한다. 아이들이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 할 때, 공부나 하라고 면박을 줄 것이 아니라,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같은 방향을 봐주면 아이들의 시야도 넓어질 수 있다는 것.



중학생 아들 녀석에게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물으니, SNS 중독이 심각하단다. 친구들도 자신이 중독이라는 걸 알고,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고는 있는데 끊지 못하는 것 같다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의 특성에 주목하여 편의성을 적극 활용하되, 의존성은 확연히 낮추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 방향이 아닐까 한다.



너무 뻔한 말이라고? 일상의 습관이 되어 무서워진 중독은, 역시나 일상의 습관을 다시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 30~40년 이상 인생을 살아 본 부모들은 이 '습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지, 이미 고착화된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힘들지만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 것이라 생각한다.



모바일 뱅킹, 각종 예약 시스템, 오프라인에 넓게 퍼져 있는 정보를 데이터화하여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단순노동을 줄여주는 행위로써 적극 활용할 스마트폰의 순기능일 것이고, 개별 단위의 정보를 넘어서는 정보 재가공, 추론, 결론에 이르는 일련의 정리 과정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인간의 뇌 고유의 사고 활동'은 위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존에 온라인 콘텐츠가 담당했던 정서적인 위안은, 적어도 미성년인 아이들의 경우, 오프라인의 부모가 더욱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책 어딘가에 공감이 가는 대목이 있었다. 


"변화는 아이의 불안한 감정을 공감해 주는 데서 시작한다. 감정을 인정하되 행동에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것. 부모의 공감과 보호가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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