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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예지 Jan 08. 2022

언어 발달이 또래보다 늦어지는 아이



올해(2021년 기준) 초등학교에 입학한 한 남자아이를 만났습니다. 상담 첫 마디에서부터 아이의 언어 발달이 또래에 비해 늦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한 단어씩 천천히 이야기했습니다.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말을 하도록 기다려주니, 하고 싶은 말을 계속해서 합니다. 



대화 중, 주제가 산만하게 왔다 갔다 하며, 집중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입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장난치는 시간이 싫다고 합니다. 학교 가는 것도 그다지 즐거워하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학교생활 중, 아이의 언어 문제로 인해, 친구들에게 소외되거나 놀림을 당하는 일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님 중, 아버지와 대화하는 것이 편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아버지에게 이야기하겠다고 합니다. 



국어 수업과 숙제가 힘들다고 하는 것이, 언어와 관련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아이들 눈높이 독서토론논술 수업은 재미있다고 하여, 책을 읽고 활동을 하는 활동형 수업에는 흥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플*톤이라는 거 아나요?"

"응, 알지. 책 읽고 논술, 토론하는 것 아니야?"

"맞아요. 그건 너무 재미있어요."


"처음엔 학교 다니는 것도 좋아했는데, 지금은 학교 다니는 것도 지겹고, 영어학원 다니는 것도 지겨워요."

"그렇구나.."


"OO 이는 공부 열심히 하면 좋을 것 같아?

"네."

"왜 좋은 것 같아?"

"어른 돼서 돈 많이 벌려고..."



 부모님이 어떻게 해주실 때 가장 좋으냐고 물으니, 칭찬하거나 맛있는 거 사주시거나,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할 때 좋다고 합니다. 속상할 때는,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외출하실 때, 그리고 (화가 나서) 귀신같이 되거나 사자같이 변할 때라고 합니다. 



제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아이들은 부모님이 화를 내실 때, 실제로 얼굴이 괴물처럼 변한다고 표현합니다. 그만큼 무섭고 위축된다는 뜻이겠지요.  



수학을 좋아하고, 여자친구들이 '예쁘다'라고 말할 때 자신이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은 성별에 큰 관계없이 어울리는 시기입니다. 유치원에서도 차분한 성향의 남자아이들이, 시끄럽고 과격한 남자친구들보다는 차분한 여자아이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우리 아이가 남자인데, 여자아이들과 주로 어울리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직 어리고, 놀이 방식의 취향, 기질에 따른 것으로, 성장하면서 대부분 바뀝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동성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로서는, 아이의 기질일 수도 있고, 언어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아이에 대해, 여자아이들이 더 참을성 있게 같이 대화하고 어울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친구들의 행동을 선생님께 이르거나 하여, '고자질을 한다'라는 이야기도 가끔 듣습니다. 언어와 함께, 사회적 공감 능력도 다소 부족해, 또래들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엄마는 여러 가지로 마음이 급해집니다. 처음으로 공식적인 단체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할까?'

'친구들은 잘 사귀고 잘 지낼 수 있을까?'

'공부는 잘 따라갈 수 있으려나?' 



언어발달이 또래에 비해 늦는 아이들은, 위의 세 가지에 있어, 모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더디고, 또래와의 소통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학습도 힘겨워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걱정이 많으시겠지만, 사실은 아이 스스로가 누구보다 힘겨울 겁니다. 자신의 힘듦조차 온전히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테니까요. 



이럴 때, 부모님이 조바심을 내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불안하고 급한 마음에, 아이가 말을 천천히 하거나 엉뚱한 이야기를 할 때, 다그치거나 교정을 하려고 시도하면, 아이는 더 위축되고 긴장합니다. 그리고, 부모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점점 힘들어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보다 아빠와 대화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언어치료가 필요할 경우,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치료를 받으면 느리더라도 조금씩 개선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부모의 마음가짐입니다. 치료를 시작한다고 해서 바로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잡을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야 합니다. 치료를 전문가에게 맡기고, 아이의 마음을 읽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전문가의 치료에 발맞추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지요. 하지만,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것,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든든하게 받쳐주는 정서적인 지원은, 누구보다 부모님이 잘 하실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이와 눈을 맞추며, 아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아이를 보며 웃어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부모는, 특히 엄마는, 아이에게 사소한 걱정거리만 생겨도, 모든 것이 내 탓 같고, '내가 뭘 잘못했을까'하고 자책을 하게 됩니다. 그런  자책은 금물입니다. 부모의 잘못으로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요. 



그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그냥 하면 됩니다. 이럴 때, 부모의, 엄마의 세심함은, 감정적인 것보다는 아이의 작은 변화를 눈치채는 데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작은 변화에 기뻐하고, 계속 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으시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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