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 사진작가협회 사진전
사진이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 맛집을 가거나 여행을 가면 핸드폰 카메라로 인증사진을 찍어 바로 공유한다. 조금 더 정성을 들인다면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보정하거나 합성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새롭게 탄생한 사진은 생활의 즐거운 활력소가 된다.
SNS에서 공유한 사진이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하면 작가처럼 조금 더 멋지게 찍고 싶어 진다. 어떤 사진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사진이고 좋은 사진일까.
평촌아트홀에서 열린 안양사진작가협회 회원전에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입구에서 관람객에게 회원들의 사진을 설명하고 있는 박용하 회장에게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지 여쭤보았다.
“사진을 감상할 때 작가의 의도와 감상하는 사람의 느낌이 다를 수 있어요. 해석은 아주 다양할 수 있어요.”
그럼 다중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좋은 사진이냐고 물었다. 그는 롤랑바르트가 『밝은 방』에서 말했듯이 사진을 읽을 때,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강렬한 충격과 여운인 푼크툼과 사회적으로 의도가 파악되는 일반적인 정서인 스투디움으로 나뉘는데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는 사진을 감상하는 사람의 선택이라고 했다.
사진이 작품이 되려면
그럼 대중들이 핸드폰으로 일상적으로 찍는 사진과 작품으로 사진이 어떻게 다른지 물어보았다.
“사진이 작품이 되려면 사진에 자신의 철학을 담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설명할 수 있으면 작품이 됩니다. 또는 회화처럼 만들거나 여러 가지 기법을 이용하여 남과 다르게 표현하면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습니다.”
설명을 듣고 전시장을 돌며 작품의 표현 기법을 살펴보고 주제를 음미해 보았다.
여동희 작가의 ‘설궁 1’은 눈 덮인 고궁을 담은 작품이다. 사진을 흑백 처리하여 고궁을 더 어둡게 나타내고 눈을 더 하얗게 도드라지게 했다. 흰 눈이 처마를 가지런히 덮고 있어 왕실의 질서와 위계를 보여 주는 듯했다. 검게 묻힌 고궁은 과거이고 흰 눈은 현재를 은유하는 듯하다. 과거 위에 현재가 쌓여가는 시간의 흐름으로 해석되었다.
이영섭 작가의 ‘Alter ego2’의 경우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 창으로 빛이 비쳐 들어오고 과 그 사이에 자신이 서 있다. 작품도 그림자도 실제 작가의 한 부분이다. 작품과 자신을 함께 묶어 새로운 자신을 보여 준다. ‘나는 누구일까’ 하는 질문에 어쩌면 빛은 그림자를 던져주며 항상 답을 알려주고 있는 건 아닐까. 사진 속 그림자가 웃는 듯하다.
류재영 작가의 ‘안개 1’는 하나의 필름에 여러 번 사진을 겹쳐서 회화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안개가 대지의 입김처럼 번질 때, 그 신비스러움이 천상의 속삭임으로 보였던 것일까. 하늘처럼 파란 호수에 잠겨진 구름은 물결이 되어 빛을 타고 오르고 있다. 필름 카메라는 필름을 다시 넣어서 겹쳐서 촬영하고 디지털카메라도 여러 번 겹쳐서 찍을 수 있다고 한다.
특별전도 함께 열고 있는 이선구 작가는 일본 최대 습지인 오제를 다니며 많은 길을 사진으로 담았다. 모든 작품 속 길에는 여행 중인 사람들이 있다. 여행을 하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우리가 걷고 있다면 그건 길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건 아닐까. ‘사람들은 방황을 했다, 먼 길을 돌아왔다’ 후회하는 말을 하지만 사실은 아주 멋진 여행을 하는 중이라는 생각이 작품을 통해 전달되었다.
김병기 작가의 ‘Look’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동남아 여인의 사진이다. 차곡차곡 접힌 주름은 고난을 상징하는 듯 하지만 여인의 빛나는 눈동자가 지난 시간이 행복으로 남았음을 말해준다. 늙음이 미화되기 어려운 시대이다. 모두가 돈을 들여 얼굴의 주름을 펴려고 하지만 작가에게 주름은 가장 아름다운 선이다.
심성권 작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초목을 사진으로 담았다. 보이지 않는 혼령이 지나가는 듯, 초록빛 파도를 그려 놓은 듯하다. 셔터 속도를 느리게 해서 흔들림을 동적으로 잡아낸 표현법이다. 한 여름빛과 바람, 나무 위에 꽃이 새로운 그림을 만들었다.
김애란 작가는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먹거리를 작품에 담았다. 거대한 담론보다 일상의 사소함이 요즘 사람들에게 더 와닿고 진실한 매개체가 되었다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다고 한다.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소재로 냉장고 안의 음식을 보여 준다. 독특한 발상이 웃음을 자아냈다.
박용하 작가의 ‘an urban shadow’는 우연히 찍은 사진에 시사성 있는 주제를 접목시켰다. 최근 많이 일어나고 있는 여성들 상대의 범죄를 거론한 작품이다. 여성들이 마음 놓고 밤에도 활동하지만 한 발짝 뒤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장경철 작가의 ‘주왕산 봄’에는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작은 꽃이 품고 있는 기운이 거대한 활화산에 뒤지지 않는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꽃을 근접 촬영하여 평소에 보지 못했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갑자기 아주 작은 개미가 되어 꽃 속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 진다.
강성휘 작가는 ‘신기루 2’를 통해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의 모습을 담았다. 이곳은 바닥에 하얀 소금이 깔려 있어 우기 때 물이 고이면 하늘과 땅이 데칼코마니처럼 비치는 곳이다. 붉은 노을로 뒤덮인 하늘과 파란 집 한 채가 색의 대비를 이룬다.
강렬한 황혼의 빛은 파란 집안으로 빨려 들어가 불길이 번진 듯 타오른다. 이곳에선 초능력을 갖춘 슈퍼우먼이 탄생할 것 같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관람객을 즐겁게 한다.
민들레의 홀씨를 촬영한 송용섭 작가가 ‘환희의 봄’이라는 자신의 작품을 설명해 주었다. 회원들과 여럿이 촬영하러 갔는데 마침 홀씨 하나가 바람에 날아가는 순간을 포착하였단다.
작은 홀씨가 로켓이 되어 우주여행을 시작하는 듯한 모습이다. 큐피드의 화살처럼 보인다는 분도 계셨다.
정기회원전 외에도 신정애 작가, 이선구작가, 김기영작가의 특별전도 열렸다.
신정애 작가는 <고궁에 스며들다>를 주제로 15년 동안 고궁을 다니며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감상하고 있으니 계절과 어우러진 고궁의 풍경을 잘 담아 시간 속 여행을 하는 듯하다.
작품을 설명해 주시는 신정애 작가에게 사진을 찍을 때 어떤 느낌이 드냐는 질문을 드리니
“파인더 안에 풍경이 다 내 것인 것 같아요.” 하며 활짝 웃으신다.
일일이 소개가 힘들 만큼 다수의 사진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시민들을 위해 22일부터 26일까지 무료로 열렸다.
전시장을 나오며 인증 사진에서 작품 사진으로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은 답을 찾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