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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크레용 Dec 22. 2021

함부로 책육아?!

12년 책육아 반성문

책육아

책은 참 좋다.

책은 참 옳다.

아이와 함께 읽는 책은 더 좋고, 더 옳다.

그러나.

10년이 넘도록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빠지는 딜레마.

[책육아]

'아이와 책을 읽으며 행복한 아이로 키우겠다.'라는 핑계 좋은 허울 아래 사교육 없이 영재 만드는 비법을 실천하는 길이 었다는 걸 어느 순간 눈치채고 있었다.

아이가 읽어야 내야 하는 책의 단계가 생기고

하루에 읽어야 하는 양이 부여되고

책을 읽었으니 마땅히 토해내야 하는 아웃풋 생긴다.



내가 책과 사랑에 빠진 시기에 아이를 낳게 되면서 '아들도 책을 많이 읽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으로만

책육아의 길로 접어들었을 뿐인데 길을 가다가다 보니 옆길이, 샛길이, 지름길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서 길을 잃기도 하고 헤매기도 하며 불안했다.

그럼에도 책은 참 좋다.

인생을 바꿔놓는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

한 권의 책만으로도 누군가의 10년 20년 경험을 쉽게 얻을 수도 있으니..

책은 참 옳다.

귀로 들은 정보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쉽게 흘러가지만

글로 단단히 새긴 글귀는 평생을 가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 읽는 책은 더 좋고, 더 옳았다.

같은 책을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사물을, 상황을 바라보는 어른과 아이의 서로 다른 시선을 알 수 있게 해 주었고

'씻어', '밥 먹어'.' 숙제해'라는 말이 부모 자식 사이에 유일한 대화가 되지 않게 해 주었다.

학원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지만 그들 만큼 어쩌면 그들보다 더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책 육아는 육아의 아주 작은 실천의 방법일 뿐. 전부는 아니었는데...

전래동화, 세계명작에서 시작했던 재미있는 책 육아는 과학동화, 수학동화, 사회과학, 영어 원서, 고전, 어휘, 독해............. 까지

이래서 읽고, 저래서 읽어야 하는 책들이 줄을 섰고 어느 순간 집안은 책에 점령당했다.

태어난 지 10년 되지 않은 아이가 읽은 책이 만권이 넘었다.

나는 '책 육아'라는 트렌디한 핑계에 기대 우아하고 고고 한척하며

겉으로 그렇게 비웃던 과잉 학습, 조기교육을 하고 있었다.


뭣이 중헌디?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했다.

좋은 곳, 좋은 시간을 함께 느끼고, 부모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는지 보여주어야 하는데

우리 아들은 엄마의 뒷모습을 볼 기회가 없었다.

책을 사고, 정리하고, 함께 읽고, 육아에 힘들 하는 모습으로 뒷모습 한번 보이지 않고

24시간 cctv처럼 아이를 마주 보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책 육아로 자란 13살 아들은

책 육아의 목적에 부합한

놀라운 학습력, 어휘력, 문해력을 가졌다.

사교육 없이도 원어민과 대화도 하고 수학과 과학을 어렵지 않게 공부해 낼 수 있는 우수한 학생이 되었다.

그러나 아들은

책과는 100% 소통하지만

친구 사이 의사표현이나 가족과 소통,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에는 7살 동생보다 서툴다.

세상으로 내 딛는 한 발이 매번 힘들어했다.

아들에게는 온 우주를 통틀어 엄마만큼 무서운 사람이 없었다.

나에게도 온 우주를 통틀어 이렇게까지 화를 치밀어 오르게 하는 사람이 없었다.

눈도 마주치기 싫었다.

아들을 키우는 일이 마치 형벌같이 느껴졌고

아들은 책이 좋아서라기 보다 엄마를 피하기 위해 책으로 숨어들고 있었다.




시간을 다시 되돌려 다시 아들을 키운다면

책 육아에 덫은 피해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들과 책을 붙잡고 있는 시간 동안

아들과 했어야 하는 너무 많은 일들을 하지 못했다.

아들에게 보여주었어야 하는 내 뒷모습이 너무 많았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내가 선택만 하면 이제부터는 달라질 수 있다.!!!!

나는 달라 지기로 했다.

나는 다른 엄마가 되기로 했다.

내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온전히 전해주고

아들의 유일한 피난처가 되어

세상에 무조건 적인 아들의 편이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말 테다.!!!!






늦었지만. 나는 마땅히 했어야 할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들이 11살이 끝 나갈 즈음이었다.

용기를 내어 아들에게 등을 보이며 돌아섰다.

처음에는 아들에게서 눈을 떼기 너무 힘들어

등을 돌리고 차라리 아들에게 먹일 밥을 하고, 간식을 만들었다.

아들이 부르면 그제야 고개를 돌려 반가운 마음으로 아들을 돌아보았다.

숙제처럼 쌓아두었던 방대한 양의 책을 몽땅 정리했다.

책이 사라진 거실에서 저녁이면 아이들이 비비대며 뒹굴고 편안하고 게으르게

말장난 같은 대화를 이어갔다.

이런 시간이 1년 이어지자.

그제야 책만 바라보던 아들은 아기 때와 똑같은 눈망울을 들어 엄마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응석을 부리고, 자기 마음을 조금씩 내비쳤다.

엄마와 아들이 나누었어야 할 마땅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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