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만드는 번데기
당연한 이론에 따라 인간으로 완성되어가는 중.
심리학자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 5단계''로 인간의 욕구에 단계가 있다고 정의했다. 1단계 생존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면
2단계, 안전을 추구하는 욕구가 생기고, 충분히 안전하다고 여겨지게 되면 3단계, 사랑과 소속감을 추구하는 사회적인 욕구가 생긴 다음
4단계, 존경의 욕구가 생긴다. 4단계까지 욕구가 충족된 인간은 마지막으로 자아실현을 추구한다고 했다.
사춘기 나의 아들과 마찬가지로 지금 대한민국에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3단계까지는 기본을 깔고 가는 듯 4. 5 단계 욕구를 추구하고 있다.
"고등 래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나이 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보면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
비율 깡패, 얼굴 천재인데 뛰어난 랩이나 가창력을 가지고 있고, 악기 한두 가지는 그냥 다루며 춤까지 잘 춘다. 근데 또 영어까지 잘한다. 자존감이 높아서 그런지 남의 눈치를 보지 않지만 무례한 건 아니고 개념이 없는 듯하지만 소신은 있다.
이런 어마어마한 인재들이 별처럼 쏟아진다고 해서 결코 그 단계에 이르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존경의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추구하지 않았다면 절대 이를 수 없었을 것이다.
사춘기 아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아주 자주 어이없는 한숨과 화가 올라오기도 하지만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오래 지켜보다 보면 이런 인간의 기본 욕구의 단계를 잘 밟아가는 아들이 보인다.
'아... 너는 최소한 3단계까지는 해결된 상태구나...'
부모의 영향력은 3단계까지였던 것 같다.
4단계의 터널 앞에서 아들은 혼자서 잘 해보겠다고 부모의 손을 놓았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그럼에도 돌아서는 아들의 옷 깃이라도 잡고 따라가는 엄마, 아빠를 향해 소리친다. "STOP" "OUT"
요즘 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나가주세요"
" 들어오지 마세요''
''노크해 주세요''
사랑이든 염려든 잔소리든 대화든, 응원하며 지켜보는 시선까지 부담스럽다는 사춘기...
어떤 종류의 관심도 거부하는 아들을 위해 남편과 나는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참아낸다.
함께하고 싶은 시간.
사랑하고 있다는 눈빛.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걱정. 걱정. 걱정. 걱정. 이 모든 걱정들은 결국 다 부모의 걱정이지 아들의 것은 아니니까..
터널의 끝에 더 나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길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 테니까...
4단계 존경의 욕구의 단계의 아들은 학교에서 본인이 유지하고 싶은 특정 이미지를 위해 스스로 공부하고, 인내하고, 준비한다.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하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쉬고 싶을 때 쉬고
먹고 싶을 때 먹는다.
그러면서도 5단계를 향해 애벌레처럼 누구의 도움도 없이 꿈틀 꿈틀 닥치는 대로 먹고, 오르고, 다치면서
자기만의 번데기를 틀고 있다.
14살 사춘기아들.
아직은 단단한 번데기를 만드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