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의 글쓰기 주제는 <베껴쓰기>이다. 지금 당장 책장에 있는 책 한 권을 뽑아 목차를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베껴 쓰는 것이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추천하셨지만 나는 ‘김종원’, ‘나래’ 작가님의 그림책을 집어 들었다. 아이들의 책장이 아닌 내 책상에 있던 이 책은 내가 아이들보다 먼저 내 마음속에 따스함을 채우고 싶어서 나한테 제일 가까운 곳에 놔두었다. ‘예쁜 말 시리즈①’이라고 하니 다음에 나올 책도 너무나 기대가 된다.
“또 어떤 실패를 할까?”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어.”
다른 사람 탓을 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요.
오늘은 이 실패에 대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실패한 기억이 별로 없다. 성공한 기억도 없다.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드니 실패를 했다는 얘기가 왜 이렇게 멋있어 보일까? 실패는 시도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멋진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냥 할만하고 만만한 길만 찾아온 나에겐 실패조차도 품격 있는 단어처럼 느껴진다.
실패한 기억이 거의 없던 나에게 딱 한 가지 실패 경험이 있다. 이 경험 이후로 나는 어떤 도전도 하지 않은 것 같다. 초등 2학년때부터 5학년까지 운동을 했었다. 학교에서 훈련을 할 때는 최고의 수준이었는데 대회만 나가면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그 당시에도 나 스스로 이해할 수 없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봤지만, 마지막 대회에서는 최악의 결과가 나와서 운동을 그만두었다. 그 당시에 내가 들었던 말들은,
“네가 마음이 굳세지 못해서 그런 거야” 뿐이었다.
마음이 굳세지 못한 나는 더욱더 내 안으로 움츠러들었다. 도대체 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고 최악의 결과만 나오는지 이유도 알지 못했다. 엄마는 운동시킬 돈이 없다고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그만두라고 했다. 5학년때 마지막 대회 이후에 내가 하던 운동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 우리 엄마는 교장실까지 찾아가서 싸우셨다. 그 길로 나는 운동을 그만두었다. 엄마가 원하는 공부를 했다. 그리고 적당히 공부하고 성적에 맞는 대학에 가고, 일을 하고, 결혼을 하였다.
나는 그만둔 운동에 대한 미련보다는 마지막 대회쯤부터 이해할 수 없이 엉망진창이었던 내 실력에 대한 의문 때문에 30대 초반까지도 꿈을 꾸기도 했다. 내가 잘하기만 했다면 엄마도 나중에 인정하지 않았었을까란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더 그랬다. 그리고 얼마 전에 사소한 것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사소한 것이라(원인은 나한테 있었다.) 오히려 납득이 되어 후련한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도전하는 삶!! 을 살 것이다. 실패야 와라!)
원인이고 자시고,
나는 저 운동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고독했다. 엄마와 나와의 싸움이었다. 고민을 상담할 사람도 조언을 구할 사람도 없었다. 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의 무지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나의 자녀들에게 힘든 일이 있으면 엄마가 아니어도 좋으니 주변의 어른과 상담하라고 이야기한다. (엄마랑 하면 더 고맙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고민을 하고 있으면 너무나 인생이 어렵다.
“또 어떤 실패를 할까?”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어.”
나는 오늘 나에게 말해준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다고. 원하는 것을 찾아 시도하라고.
이보다 더 이쁜 말이 있을까?
**이은경 작가님의 '오후의 글쓰기' 도서에 있는 글쓰기 과제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