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자주 내려 아이들마저 지친 겨울이 지났다.
(우리 아이들은 실제로, 겨울 후반부에는 눈이 와도 눈놀이를 하지 않았다. 귀찮다나 뭐라나...)
꽃을 좋아하는 6살 둘째는 유치원 등원길마다 어디에 꽃봉오리가 맺혔나, 언제 꽃이 피나, 꽃봉오리를 보니 꽃이 핑크색일 것 같다. 민들레는 얼마나 크나, 어디서 꽃 향기가 나는 것 같지 않냐... 등의 질문과 기대를 안고 유치원에 등원하곤 했다. 3월 말이 되니 여기저기 꽃봉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둘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꽃은 민들레이다. 노오란 민들레, 하얀 민들레. 모두 상관이 없다. 작고 귀엽게 맺혀있는 꽃봉오리가 활짝 열리며 만개하는 순간 우리의 미소도 만개한다. 며칠만 기다리면 민들레 꽃씨를 불 수 있다. 바람 타고 가뿐하게 날아가는 씨앗을 보며 '내년에 또 만나자~'고 외친다. 이제야 봄이 왔다는 것을 느낀다. 이쯤 되면 벚꽃도 활짝 피고, 철쭉도 슬슬 고개를 든다. 조팝나무의 새하얀 꽃은 톡톡 튀는 팝콘 같아 마음까지 따뜻하다.
유치원 등원길에 세 잎 클로버도 보이고, 제비꽃도 보인다. 제비꽃은 3월 말부터 지금까지 아주 잘 크고 있다. 작은 꽃반지가 큰 꽃이 되어 햇살 담은 보석이 되었다. 집 앞 2분 거리 뛰면 1분도 안될 거리에 있는 유치원을 우리는 30분 정도 산책을 한다. 행복한 시간이다. 첫째는 하굣길에 함께하지만 이젠 관심이 식었다. 막내는 아직 꽃에 관심이 없다. 지금 딱 이 나이. 꽃 보고 신기하고 좋아할 나이인가 보다. 이 관심이 줄어들고 다시 꽃을 좋아하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관심이 식지 않고 언제나 좋아해 준다면 더 좋겠다.
나는 꽃이 좋다.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잘 모르겠다. 봄에 보이는 꽃들도 좋고 가을의 울긋 불긋 단풍도 좋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즐긴 적이 없다. 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일을 하다 보니 '나중에 보자~'라며 계속 미뤘다. 무엇이 소중하고 중요한지 몰랐던 내 삶에 '스탑'을 외치고 주변을 살피게 해 준 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을 만난 것이다. 내가 '스탑'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소중한 봄이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고 살게 될 것이다. 현재를 즐기며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있다. 우리 애들 말고 바로 내가. 그렇게 되고 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봄을 즐긴다.
'역시 봄에는 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