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느릿한 그 밭엔
지금 무엇이 자릴까요?
상추나 오이 같은 잎 푸른 날들이 숨어
보일 듯 말 듯
빛깔만은 따스하던
그 밭이 아직 있기는 한지요?
눈 속에도
가슴은 더워
꽃들조차 숨죽이고 핀다더니
가끔은
우주를 품고도 넘쳐나
셈도 못한다더니
씨앗 보듬은
하룻밤 사이
만리까지 같다더니
바람결에 날아와
내 담벼락에 몰래 숨어
그만 싹을 틔웠다더니
철벽옹성 쌓아
기대 마라 냉정하건 말건
연신 들이대던 그 꽃씨들
민들레, 제비꽃, 달맞이처럼
발자국소리 들리지도 않아
눈 감아줬다더니
시멘트 같은 틈새
비집고 자리 잡아
냉큼 꽃 피우곤
밤마다 개구리 떼 지어 전하건만
그대 마음밭에는 지금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