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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 Jun 23. 2024

하루하루 살다 보면 13

 그새  또 사?

  "해설사님, 좋은 일 있어요?, 보기 좋아요."

"고마워요 "

   그런 인사치레의 말도 얼마 만에 듣가! 기억이 가뭇하다. 립스틱을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또다시 사야겠다고 마음먹을 무렵이었다.


       내게 립스틱은 늘 수줍음을 감추기 위한 마지막 화장법이었다. 스무 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립스틱을 포함한 색조화장은 거의 하지 않은 채 이십 대를 보내다시피 했다. 겨울철 입술이 터질까 봐 바르기 시작한 립글로스에 색상이 살짝 든 것도 어색해서 바르다 만 듯 사용했었다. 그러니 어쩌다 산 립스틱도  남은  채 유통기한이 지나버렸다.

  이후 결혼을 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내가 립스틱을 자주 사용한 것은 바로 문화관광해설사활동을 하고부터다.

   마음속은 흐리거나 차거나 주요하지 않았다.  더구나 가정 안에서는 어떤 일이 생겼든지 말든지 어쩌다 갖게 된 일인 문화관광 해설사의 기본자세는 일단 외모가 반을 차지한다고들 한다. 그렇게 날마다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일 수밖에 없는 일이라  동료들 간의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하여 해마다 기관에서 복지  일 순위가 바로 복장이다.

  한마디로 처음에는 울며 겨자 먹기식의 색조화장을 했다.  화장을 한 뒤에 거울을 보면 내가 아닌 것 같을 때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립스틱 색상도 밝은 톤은 아니었다.

 "선생님, 복장은 키가 크니  그만하면 되었는데 생기나 보이게 립스틱 색깔 종  화사하고 밝은 거로 바꿔봐요. 그 하나만 바꾸어도 사람이 확 달라 보일 텐데요."

  그랬다. 그 얘기는 수시로 듣던 인사였다.  건강에 제동 걸리고는 더더우기 거울도 제대로 보지  않고 지내는 마당에 무슨 립스틱을 산단 말인가? 속마음은 순간 불편했지만 겉으로는 그냥 웃기만 했었다.


  그런 내게 새로운 립스틱이 생긴 것은  딸들이 취직을 하고 나서다.

  가끔 비행기 탈 기회가 종종 생기니 딸들이 "엄마, 뭐 필요한 거 없어? 너무 비싸면 안 되고"

   그렇게 해서 새로운 립스틱이 생겼다.  그러고도 한동안 거실장에  방치되어 있던 것을  해설사활동을 재기하면서 쓰다 보니 닳았던 것이다. 

  립스틱을 사야겠다고 딸아이에게 말했더니

"그새 또 사?"라며 놀란다. 그러면서

 그만큼 사회생활을 열심히 한 증거라고 말한다.


   이쯤 되면 립스틱 사용 유무는 대인관계에서 기본예의를 넘어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의 잣대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떤  모습으로든 자유롭고 행복한 마음이 더 가치 있고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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