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인식

by 김규완

2500년 정도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인류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그것을 나누어서 생각해 보기 시작한 것이 말입니다.

자아와 세계를 가르고,

주체와 대상을 분리하였죠.

오늘날 우리에게 숨 쉬듯이 익숙한 학문과 사상,

문화에는 사실 이러한 이원적인 인식이

그 깊은 근간에 전제된 것이었어요.


그리고 비극은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우등’하고 ‘정상’적인 ‘문명’이,

‘열등’하고 ‘비정상’적인 ‘야만’을

교정하는 것이 정당해졌거든요.

대립하는 두 개념 사이에서 ‘개발’, ‘교화’ 내지는

‘계몽’과 같은 이름으로의

일방적인 억압과 착취가 행해졌으니 말이에요.

그래서 세상에 수많은 위계가 생겼고,

갖가지 지배가 일어났으며,

다양한 폭력이 벌어졌죠.


지금 우리는 어때요?

당신은 견고하고도 생생하며 광활한 이 우주가,

당신이 눈을 뜨기 오랜 이전부터 줄곧 있어 왔고,

또한 당신의 눈이 감기고 나서도

언제나처럼 그 자리를

여전하게 지키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당신은 당신이 100년 남짓한

짧은 한 생을 살아내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조용하게 다시

사라지는 존재라고 생각하나요?


이제야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저도 모르게,

제게 어떠한 한 꺼풀의 믿음이 이유 없이

덮여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저는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고,

또한 제가 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마치 공기처럼 의식하지도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는 분명히도, 전적으로 믿음, 관(觀)의 영역에

있는 일로써 제가 정해가기 나름의 것이었는데

말이죠.



잘 들으세요,

이 세상은 반드시 나누어져 있지 않습니다.

당신은 거대하고 넓은 세상의

미미하고 작은 삶 하나가 아니에요.

당신이, 바로 이 세상 그 자체일 수 있습니다.


You are not a drop in the ocean.

You are the entire ocean in a drop.

당신은 바다의 작은 한 방울이 아닙니다.

한 방울 속의 바다 그 자체입니다.

–Rumi(1207~1273)


당신이 세상이고 세상이 당신이며,

당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모든 것은

곧 당신 자체입니다.


天地與我竝生 而萬物與我爲一

하늘과 땅도 나와 함께 생겨났으며,

세상 만물은 나와 곧 하나입니다.

-莊子 장자(B.C.369?~B.C.286)


그렇군요,

세상의 변화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니었어요.

나 자신을 바꾸는 일이었죠.

내가 오롯하게, 이 세상 그대로이니까 말이에요.


Everyone thinks of changing the world,

but no one thinks of changing himself.

모두가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정작 자신을 바꾸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Leo Tolstoy(1828~1910)


변화의 대상은 세상이 아니었던 거예요.

내가 곧 세상으로서 그 대상이며,

또한 동시에 변화의 주체인 것이었어요.


If you want to see the changes of the

world, you have to change from me.

세상의 변화를 보고 싶다면,

나부터 변해야 합니다.

-Mahatma Gandhi(1869~1948)


아하, 이제서야 분명하게 알았습니다.

왜 지금까지 세상을 바꾸는 일이

엄두도 나지 않았었는지가 말이에요.

저는 저 스스로를 바꾸려는 생각이

없었던 것이었어요.


What you are the world is.

And without your transformation, there

can be no transformation of the world.

당신이 바로 세상입니다.

당신이 변하지 않으면 세상도 변하지 않습니다.

–Jiddu Krishnamurti(1895~1986)


이 모두 나 자신에 관련된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각자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세상이며,

이에 각자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주체였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이는 참으로, 커다란 변화를

실재하게끔 만들어내는 방법이었고요.


Act as if what you do makes a difference.

It does.

당신이 하는 일이 변화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행동하세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William James(1842~1910)


세상이 어떤 곳이 될지는,

온전하게 당신 손에 달린 일이니까 말이죠.

당신이 정하면 돼요.

그러면 놀랍게도 정말 그렇게 됩니다.


Your thoughts create your reality.

Your mind is more powerful than you know.

당신의 생각이 당신의 현실을 창조합니다.

당신의 마음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합니다.

-Neale Donald Walsch(1943~)


저는 이제 더 이상 소수자에게

나누고 베풀 필요가 없어졌어요.

그들 모두가 내가 되었거든요.


Pluralitas non est ponenda sine

necessitate.

항상 가장 단순한 설명을 따르세요.

-William of Ockham(1287~1347)


사랑이,

더 이상 나누고 베푸는 일이 아니게 된 것이에요.

전부 내 세상에서,

나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이 되었으니까 말이죠.


以間對煩

단순함으로 복잡한 것에 대응합니다.

-劉義慶 유의경(403~444)


이 세상은 저이고, 당신 또한 접니다.

제게는 온 우주가 그대로 저 자신이에요.


I have deep faith that the principle of

the universe will be beautiful and simple.

나는 우주의 원리가 아름답고 단순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Albert Einstein(1879~1955)


그리고 각자에게는 온 우주가 각자이죠.

제가 저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듯이, 당신 또한 당신의 세상으로서

그것을 오롯이 바꿀 힘을 유일하게 지닌 존재인 것이에요.


The ending is the beginning,

and the beginning is the first step,

and the first step is the only step.

끝은 곧 시작이고, 시작은 첫걸음이며,

그 첫걸음만이 유일한 걸음입니다.

–Jiddu Krishnamurti(1895~1986)


그랬습니다.

나를 바꾸는 일, 이것이 내가 확실하게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며,

또한 가장 커다란 실천이었어요.


다시금 한 걸음을 디뎠습니다.

막막했던 일전의 질문들을 떠올려 보았죠.


냉정히 보아, 저의 나눔과 베풂은 세상을 얼마나 변화시키죠?

이는 스스로 얼마나 바뀌려는 지에 달린 일이었어요.


내가 최대한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데요?

모두가 하나로서, 곧 나로서, 세상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뭐가 얼마나 바뀌는 것이죠?

더 없이 바뀌어요. 모든 것이. 내 세상의.


Not truth, but faith it is that keeps

the world alive.

세상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

믿음입니다.

-Edna St. Vincent Millay(1892~1950)


내 최대의 실천, 나로써의 인식.

그래요, 다소 낯선 느낌이죠.

그래도 다시, 계속해서 더 가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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