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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Suno
Nov 28. 2024
행복의 온도
서울 경기에
117년 만의 기록적 첫눈이 내린 어제.
겨울이 제대로 성큼 다가와 쌓였다.
날이 갈수록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는 걸 몸으로 느낀다.
엊그제 까지 여름이었는데 겨울이 온 기분이고,
불과 지난주까지 산책을 하며 단풍을 보았는데,
펑펑 내리는 눈 풍경을 보고 있다.
사무실에는 얼마 전까지 에어컨을 틀었는데 이제 온풍기를 돌리고 있다.
마지막 단풍이 곱던
지난주, 함께
산책을 하던 누군가 말했다.
- 아우, 너무 좋다. 맨날 이런 날씨에 살았으면 좋겠어.
- 맞아. 맞아.
- 나도 나도.
모두가 저절로 감탄하고 행복을 느끼는 날씨.
그런 날은 일종의 마법이 바로 내 옆에 온 기분이다.
체감 온도 24도. 창문을 열고 미풍이 느껴지는
실내온도 22도.
나이가 들수록 점점 내가 원하는 최적의 온도에 민감해지고 있다.
내가 느끼는 행복의 온도는 22도.
들판을 걷다가도 "
너무 행복하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온도이고
사무실에 앉아 창밖을 보다가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온도이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이런 날을 살기 위해 나는 존재하는구나.
이런 날을 선물 받기 위해 내가 살고 있구나.
나에게 22도는 몸으로 느끼는 행복의 온도이다.
그 온도는
냉방으로 습기와 열기를 물리치고 만드는 22도이거나,
혹은 이제부터
절실해질 난방으로 훈기를 만드는 22도와는 아주 다르다.
자연이 자연스레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온도.
그 온도에 포함된 습도, 계절을 가늠하게 하는 나의 총체적 경험, 그 바람에 실려오는 모든 향기.
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울려, 22도를 만끽하는 계절엔 나도 모르게
아.. 행복하다. 번번이 고백하곤 한다.
실로, 체감 온도 1도의 차이는 아주 크다.
여름철 1도의 차이가 주는 눅눅함과 쾌적함의 사이,
겨울철 1도의 차이가 주는
경직과 이완의 사이.
불쾌를 벗어나 쾌로 가는
1도의 차이에 점점 민감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온도 22도는 봄에 오고 간혹 여름에도 오고 가을에 자주 온다.
(누구에겐 그 온도가 23 도일수도 있고 24도 일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그 온도를 몸으로 느낄 때마다, 나는 감사한다.
우주와 세계에 감탄한다.
이 오늘을 만끽하려 다른 날들을 견뎌본다.
겨울의 온도를
보며 내 행복의 온도를 다시 생각한다.
그런 생각들이 나를 조금씩 더 영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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