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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Dec 31. 2023

서른여덟의 첫 장을 펴낼 수 있어 다행입니다

재작년부터 나는 브런치를 통해 매년 나의 한해한해를 기록을 정리해 엮어왔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고 단지 나의 삶과 생각을 공감해 주는 누군가가 있기를 바라며 위안받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몇 년간 내 인생자체가 직장스트레스로 점철되어 풀어지지 않은 매듭처럼 살아왔던 지난날의 울분조차도 브런치를 통해 고스란히 남아있다. 누구나가 겪을 수 있고 겪고 있는 고통인데 유독 나는 왜 생활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았을까?..


그렇게 꾸준히 울분 섞인 화풀이 수준의 글부터 어느 날엔가 제정신(?)이 돌아와 긍정마인드가 머리와 마음에 장착되는 날에는 스스로에게 해주는 충고와 같은 글까지 적어놓고 나니 나의 서른여섯 시절부터 서른일곱을 표현해 주는 하나의 자서전처럼 엮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축적된 세월과 글들은 어느덧 서른여덟의 첫 장을 펼쳐내기 위한 길목에 서있다.


막연하게나마 나의 서른여덟의 첫 장은 보다 긍정적이기를 보다 안정된 상황에서 시작할 수 있기를 너무나도 바라왔다. 브런치의 특성상 제목을 먼저 짓고 북으로 엮어내지만, 사실은 일 년을 엮어낸 책은 연말에서야 책의 제목을 정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어떠한 시간이었다고 마지막순간 온전히 받아들인 뒤 새해를 맞이하게 되는 기분으로 말이다.


그래도 새해 첫 길목에서 나의 한해 목표를 세우는 차원에서라도 내일은 2024년 나의 서른여덟의 브런치북 제목을 정해보려 한다.


글쓰기가 나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 해를 보내고 나니, 꼭 든든한 백을 얻은 기분이다. 비록 처음의 원대한 꿈은 지키지 못한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나의 브런치는 방대한 나의 '일기장'에 국한된다 할지라도 나의 마음속 이야기를 펼쳐놓을 수 있으며 누구라도 공감해 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이던가.


끝없이 추락할 것 같던 시간을 지나 이 시간까지 버텨오고 나니 모든 게 감사하고 다행스러울 뿐이다. 몇억을 줘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의 고통과 울분 앞에서 내가 허튼 생각하지 않고 여기까지 어떻게든 살아와줘서 다행이라고. 


그런 나를 멱살 잡고 끌고 와준 건 내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글쓰기 덕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글쓰기를 통해 친정엄마와 친정언니에 대한 생각도 많이 변화했고 보다 긍정적으로, 전과같이 선한 방향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내가 용서를 못하고 있었던 건 엄마와 언니가 아니라 무조건적인 도움만을 베풀어야 한다고 스스로 옭아매며 강박하던 나 스스로였던 것이다. 지금의 나는 엄마와 언니를 예전보다 훨씬 더 편하게 볼 수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었던 것이다. 언니와 엄마의 정서적 변화를 나는 느끼고 있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세 여자가 모두 변화해가고 있으며 여전히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몇 번의 절차를 거쳐 엄마와 언니와 나의 애증 같았던 관계를 정리하고 용서하고 보내주는 의식을 치렀다. '길 위에서'라는 단편소설을 집필하며 그러했고 글쓰기 플랫폼을 통해 업로드한 졸작이지만 또 다른 작품을 통해서도 그러했다. 투영하며 나를 돌아보고 상대를 바라보는 일이 꽤나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하던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친정에의 관계 등에 대해서 긴 시간 줄을 놓지 않으며 들여다본 결과 2023년 마지막날인 오늘을 조금은 숨을 고르게 들이마시며 보낼 수 있는 약간의 여유를 선물 받았다.


2024년의 나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 그래서 이곳을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나갈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 마음을 보다 내밀하기 끈질기게 살펴볼 것이라는 것이다.


'안물안궁의 삶'이라는 내 필명은 남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래도 괜찮기에. 다만 나는 나를 끝까지 궁금해하며 알아갈 생각이다.


2023년 12월 31일 밤 9시 30분 이곳에 앉아 짤막한 글 한편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 주어져 다행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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