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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Jan 13. 2024

삼박자가 딱 들여 맞는 순간이

일 년에 몇 날이나 될 것 같은가

체력과 굳건한 마음과 상황들이 톱니바퀴 물리듯 삼박자가 딱딱 들여 맞는 순간이 일 년에 몇 날이나 될 것 같은가? 나는 그런 날만을 고대했던 것 같다.

집중이 이어질 체력도 없고

작은 외풍에도 쉽게 꺾여버리며

그 모든 것에 항복하는 게 유일한 생존방법인 양 약해빠진 마음들.


오늘 하루도 그렇게 하루를 날렸다. '에이~ 안 되겠다. 그냥 날려 버려.'라는 마음으로 낮시간 어느 시점부터 포기했던 것 같다. 그렇게까지 할 마음은 아니었는데 한주 내내 계속 야근을 한 나는 지칠 대로 지친 체력이 더 그런 결정을 종용했던 것 같다.


회사일로 바쁘면 바쁠수록 내 삶을 더 지키고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종의 보상심리가 잘 발동되는 편인데 이번주는 그조차도 하지 못했다.

이를테면 회사에서 야근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와 24시간 중 15시간을 회사에서 보낸 게 억울한 마음이 드는 날도 있다. 이럴 때 나는  평소에 퇴근 후 나를 위한 계발시간에 대한 루틴 중 50%라도 어떻게든 하고 자려하고 피부관리 같은 건 귀찮아서 잘 안 하게 되지만 이런 날은 앰플하나라도 더 바른다던지 하는 식이다.

근데 그조차도 하지 못할 정도로 체력은 파김치가 되고 지쳐버린 이번주를 후회한다. 그래도 꾸역꾸역 밀린 몇일치의 다짐들을 주말을 맞은 오늘에서야 해보려 하지만 10분? 5분? 30초 마다 부르는 두 아이의 목소리가 결고 반갑지 만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평정심을 지키며 큰아이가 좋아하는 바둑을 함께 둔다던지 (내 실력은 똥망..), 둘째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놀이하며 시간을 보냈을 테지만 오늘은 이 모든 일들이 다 화가 나기만 한다.


결국 황금 같은 주말 나를 위한 시간을 단 1분도 갖지 못하고 누워있는 것조차 눈치 보이는 주말이라는 사실에 울컥 화가 치밀기도 한다.


마음이 안 좋으면 체력이라도 받쳐주던지, 체력이 안 받쳐주면 마음이라도 편하게 있을 환경이 되던지 하는 생각에 하루종일 그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우울한 마음, 화가 나는 복잡한 상황이 지속되면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하면 좋은 행동들과는 반대방향으로 고속주행하게 된다. 이를테면 운동이라던지 콧바람이라도 쐰다던지, 뭐라도 하면서 몸을 움직인다던지 그런 것들을 절대 하기 싫게끔 만들어지는 리듬, 구조를 갖고 있는 것만 같다.


아이들은 야근으로 얼굴조차 못 보고 27시간이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엄마를 기다리며 깨고 잠들고 했을 것이다. 그렇게 마침내 찾아온 주말, 엄마는 자기 공부, 자기 일 해야 된다고 휴대폰만 컴퓨터만 붙잡고 있으니 내 얼마나 아이를 외롭게 만든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잘못은 아니라는 내가 그렇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핑곗거리를 찾아 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생각해 보면 인생에 삼위일체 완벽한 순간이 찾아오는 날이 얼마나 될까? 조금 부족한 대로 조금 과한 대로 비율을 맞춰가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우리 삶의 소명일지 모른다. 오래된 악습에서 벗어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부정적인 사고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그렇게 땅밑까지 꺼져버린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절대로 하지 않는 내 모습을 바꾸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간다.

제약받는 것이 많다는 생각만이 가득한 부정적 사고를 하고 있는 지금 내 현실에서는 아마 그 무엇을 해도 잘 해낼 수 없는 필연적인 결과가 따라올 것만 같다.


완벽한 상황, 모두가 나의 자기 계발과 나만의 시간을 갖는 일을 온전히 응원하며 배려해 주는 상황, 거기에 이 모든 걸 뒷받침해 줄 체력이 내게 한꺼번에 온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29평의 우리 집에, 각종 가구, 짐들로 가득 쌓여 온 가족이 붙어있기에 더없이 좋은 좁은 공간에서 얼굴 마주 보며 살부대 끼며 정을 나누는 시간이 오늘하루 몇 분이나 있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계획한 나의 일정들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찝찝함 만이 남을 뿐이다.

또 며칠이나 제정신이 돌아오는 시간이 있겠지만, 그때 가서 나 , 그래 나! 창피한 줄 알고 정신 차리라고 이 글을 남겨두는 것이다.


세상 어느 순간에도 완벽히 갖춰진 순간은 오지 않는다. 내일  내 삶이 끝난다면 지금 이 순간에 완벽한 상황타령이나 하며 부정적인 순간으로 마지막순간을 마무리할 것인가.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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