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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강민주 시

나는 그렇게 그대를 떠납니다

by 엄마쌤강민주

나는 그렇게 그대를 떠납니다


해안 강민주


한때는

솜사탕 같은 손편지가

무쇠 서랍조차 달콤한 향내로 가득 채우고


하루에도 몇 번씩 보내오는

메시지와 사진들은

내 세상을

온통 그대로 물들였지요.


서로의 옷고름을 단단히 묶으며

영원의 약속을

사진 한 장에 담던 날,

감히 몰랐습니다.

영원의 약속조차 색을 바란다는 것을.


지켜지지 않는 약속에 마음 아플 때마다

하나둘 태운 손편지의 재를

사약처럼 삼켰습니다.


비워진 서랍의 차가운 쇠 냄새 앞에서,

핸드폰 속 그대를 처음 삭제하던 날,

붉은 눈동자엔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더이상 태울 편지도,

삭제할 추억도 없다는 걸 안 순간,

그대 향한 눈물도,

원망도 끝내 멈추었습니다.


이제는

단단히 묶인 우리 옷고름의 매듭을 잘라

그대에게 흘려 보냅니다.

잘린 옷고름의 의미도 모른채

쓰레기통에 던진 그대여


그대가 모르는 시간 속에서,

영원의 약속을 담은 사진이

내 안에서 잿빛으로 흩어진 순간,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기도했습니다.


나와 다른 하늘을 바라보는

그대의 매 순간이

평온하고,

아름답기를


오늘의 행복에 취해

그대로 인해 눈물짓던 나를

부디 떠올리지 않기를


그리하여

다음 생의 문턱에서도

우리의 옷고름이

다시는 스치지 않기를 —


나는 그렇게,

그대를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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