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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향사 이지안 Sep 26. 2021

한국인이 사랑하는 고양이

냥집사들의 소원 -'마흔 가자' 03

한국인이 사랑하는 고양이



"안녕하세옹, 아리에옹."


처음 내가 고양이를 들였을 때의 가족들의 반응은 대충 이랬다.



이전 글을 읽었다면 알겠지만, 큰 고심 끝에 결정한 일이었고 나는 가족들과 같이 살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가족 단톡방에 이 정도 귀여운 글로 소개하면 환영을 받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아빠의 카톡은....



세상에, 의외의 답변이었다. 아마도 내가 가족들에게 좀 소홀히 하던 차에 부모님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들인 것이 내심 서운하셨었나 보다. 아빠의 글을 읽고 나도 맘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냥 "네~" 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후에 여자 4호가 말하길, 내가 말대답이라도 할까 봐 많이 걱정했다고...ㅎㅎ


그런데 늘 그렇듯 세상에는 반전이 있지 않은가. 요즘 부모님이 나에게 전화를 거실 때 나는 아리의 안부를 묻기 위해 예의상 거쳐가는 딱 그냥 그 정도의 존재가 되어버렸다.


"응, xx아 저녁은 먹었어? 아리는?"

"응, xx아 그때 말한 거 도착했어? 근데 아리는?"


한 번은 부모님께서 집에 오신 적이 있는데, 아리와 처음 대면하는 자리었다. 보자마자 온 마음을 빼앗긴 부모님... 쥐방울 만한 게 너무 귀엽다며 한참을 우쮸쮸 하셨다. 그러곤 아리에게 몰래 피자를 주려던 아빠는 엄마와 나에게 제지를 당하고 시무룩하게 "원래 이런 건 먹여도 되는데...." 라며 씁쓸해하셨다.(※고양이에게 사람 먹는 거 함부로 주시면 큰일 납니다!) 조카들에게 몰래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을 먹여가며 인기를 독차지하던 그 치트키를 쓰려고 하신 것이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해프닝이었다.


아무튼 반려동물, 특히 고양이에 대해 이렇게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계시던 우리 부모님 같은 사람들도 초면에 녹여버리는 존재가 바로 고양이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고양이 1등, 코리안 숏헤어

겸재 정선(1676~1759) - 가을날의 한가로운 고양이(秋日閑猫)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반려하고 있는 품종은 전에 소개한 숙종의 금손이, 우리가 흔히 길에서 볼 수 있는 길냥이들과 같은 품종인 '코리안 숏헤어'이다. 전체 반려묘의 약 45%를 차지한다.(KB경영연구소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 출처) 이 코리안 숏헤어는 등록이 되어 캐터리에서 족보가 관리되고 있는 품종이라기보다는, 실크로드를 거쳐 한국으로 들여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품종이다.


캐터리란? (캣브리더스 출처)
① 좁고 전문적인 의미 : 국제고양이협회(WCF, TICA, CFA)에 등록된 곳
② 넓고 일반적인 의미 : 직접 고양이의 교배, 임신, 출산, 분양을 하는 곳


최근 반려동물을 애호하는 입장에서는, 캐터리와 펫 샵은 '지양' 하고 입양을 '권장'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소개를 해보도록 하겠다.


코리안 숏헤어도 그 무늬와 색에 따라서 여러 종류로 나뉜다.(흔히 말해서 코트(coat))


① 태비 - 고양이의 줄무늬를 일컫는 말
② 치즈 - 밝은 황토색
③ 고등어 - 짙은 갈색
④ 턱시도 - 검은색
⑤ 부츠 - 발 무늬가 마치 부츠를 신은 것처럼 다른 색일 때
⑥ 삼색이 - 흰색, 갈색, 검은색 혼합 무늬. 염색체로 인한 것이어서 99% 이상이 암컷 고양이에게서 나타나며, 수컷 고양이가 삼색이일 경우에는 행운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pixabay - 삼색이


한국 사람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긍정적이다.


KB경영연구소 -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 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04만 가구로 한국 전체 가구의 약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1,45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전체 반려동물 중, 반려견 가구가 80.7%로 1위이며, 반려묘 가구가 25.7%로 뒤를 이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반려하는 품종 중 1위는 위에 말한 대로 '코리안 숏헤어'이며, 그 뒤는 '러시안블루'와 '페르시안'이 따랐다.


@KB경영연구소 -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


이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점은, 반려묘를 양육하는 가구가 전체 다른 환경의 반려 가구에 비해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KB경영연구소 -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


또한 점점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동물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법령에 대해 알고 있는 반려 가구의 비율도 2018년에 비해 3년 동안 무려 10%나 상승하였다. 이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 관련법에 대해 인지하고, 학대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면, 1장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 칼 끝에 인간이 서게 되는 일까지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KB경영연구소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





"나만 없어, 고양이!"


SNS나 유튜브 고양이 채널 댓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이다. 무분별하고 무지한 반려는 사람과 동물 양쪽 모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낳겠지만, 지금과 같은 긍정적인 변화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그 나라의 수준이라고 했고, 개나 고양이를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는 인간의 종교에는 관심 없다고 에이브러햄 링컨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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