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업 5년차도, 10년차도 '관객'을 알 수는 없다
내 글을 오랫동안 읽어 온 숨은 독자들은 알겠지만,
내가 일해 왔고 지금 다시금 일을 시작한 산업도 미디어 산업이다. 그 중에서도 '영화'라는 어쩌면 매우 올드한, 그렇지만 또 어쩌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비밀스러운 산업에서 애를 쓰고 있다.
(아직 새로운 직무는 배우는 단계라, 애를 쓴다는 표현 조차 민망한 상황이다)
이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사람이 참 아이러니 한 게.
그렇게 영화가 좋다가도 막상 '업'과 관련이 되면 자연스럽게 거리감이 생긴다.
나 또한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주말에도 영화를 잘 안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꽤나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접했다.
그것은 약 9년 만에 돌아온 픽사스튜디오의 명작! <인사이드 아웃2>
어느순간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대학교 초창기에 <인사이드아웃1>을 접했던 그 때의 미숙했던 내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성숙하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마냥 어리고 미숙하고, 그 모든 게 처음이라 두려웠던 그 때의 내가 마치 이 영화 속 '라일리'와 비슷하게 느껴져서 참으로 울컥 했던 순간이다.
나는 '영화적 경험' 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영화관에서 수 많은 사람들과 한 콘텐츠를 보면서, 다같이 공감하고, 좋은 기억을 만들어 나가는 것.
결코 평범하지 않은 넓은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로 '사람' 이라는 생명체에게 영감을 주는 것.
나에게 영화관을 가는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이다.
다시금 내 일상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회사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옮겨 놓기 시작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우리집 강아지 '현미'를 매일 매일 가방에 넣고 다니고 싶지만,
그저 현미 처럼 생긴 작은 인형들로 소확행을 즐기는 수밖에.
영화판에서 오래 버텼다고 할 수 있는 5년차, 10년차 이들도 영화의 승패, 흥행 여부를 알 수 없다.
그들 조차 늘 새롭고, 늘 긴장을 한다.
그렇기에 참으로 '관객' 그리고 '영화'는 정답이 없는 질문과도 같다고 느낀다.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아직까지 분명한 것은 28년 내 인생에서 아직 '영화'만큼이나 업으로 삼고 싶은 산업군을 다시 만나진 못한 것 같다.
병원에서 오랜 시간 일하다, 무급휴가를 내고 벤쿠버로 떠난 친한 언니가 사진을 보내왔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잉글리시베이의 노을.
지금은 7월이 다가오는 시기라, 그 날씨도 참으로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을 보니, 사무실이었지만 문득 사슴군이 많이 생각났다.
여전히 내 캐나다의 추억을 차지하고 있는 이제는 미운정이 참 많이든 그 친구.
노래의 한 가사처럼, 잘지내냐는 그 쉬운인사가 왜 이친구에게는 그토록 어려운지.
그 언젠가, 그 친구와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다가 후다닥 노을을 보기 위해 버스타고 달려 간 잉글리시 베이. 서로 서로 예쁜 노을을 배경 삼아 사진 찍어 주겠다고 애를 썼던 그 때가 그립다.
기억과 감정이 희미해지고, 우정만 남게 되는 날이 온다면 잘 지내냐는 그 쉬운 인사를 남겨보고 싶다.